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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겸 대국식품 대표 “마라톤도 사업도 욕심 안 내고 초심 지키며 우직하게”

입문 2년만에 ‘서브-3’ 달성… 42.195㎞ 풀코스 70번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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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10.30 18:50
  • 기자명 By. 황천규 기자

 

“마라톤에서 욕심을 부려 1분 오버하면 10분이 늦어집니다. 달리기를 즐기면 부상이 없어요. 하지만 기록에 집착하면 부상을 당하죠.”

인생사도 마찬가지로 과욕은 화를 자초한다고 대국식품(대전시 대별동) 김석겸 대표(67) 는 힘주어 말한다.

녹록지 않은 삶에서 그가 터득한 지혜다.

버스기사, 유통업, 제조업 등 안해본 일이 없고 고비가 있을 때마다 그를 버티게 해준 것은 마라톤이다.

지난 27일 춘천마라톤에서 완주를 하고 돌아왔다. 42.195㎞ 70번 째 풀코스 완주다.

마라톤 입문 계기는 당뇨다. 한밭운동장 주변서 운동을 하던 그의 눈에 ‘박원근 마라톤교실’ 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마라톤 사랑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어찌보면 운명이었을 지도 모른다. 14년이 지난 요즘도 그는 달린다. 

“2005년 마라톤교실에 들어갔죠. 그리고 다음날 10㎞ 대회에서 45분을 끊었어요. 주위에서 50대 마라톤 꿈나무가 나왔다고 난리였죠.” 당시를 회상하던 그가 빙그레 웃었다. “산을 17년 정도 탔어요. 전국 안가본 산이 없죠. 아마 이게 기초체력이 된것 같아요.”

그해 11월 서울중앙마라톤에서 완주했다. 시간은 3시간 34분. 보통사람은 4~5시간 걸리는 데 입문 6개월만에 3시간 대를 끊은 것이다. 이후 대회를 순회하며 3시간대를 유지했다.

그렇게 달린지 2년이 다 돼가는 2007년 3월 아마추어 마라토너에게는 영광의 ‘서브-3’를 기록한다. 동아마라톤에서다 기록은 2시간 58분.

서브-3는 풀코스 3시간 이내 주파를 가르키는 말이다.

동아마라톤 대회는 서브-3 기록자들을 명예의 전당에 등록한다. 마라톤 입문 2년도 안된 김 대표가 이 대회 명예의 전당에 1387번째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4번의 서브-3를 달성한다.

이는 꾸준한 자기 관리의 결과다.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담배도 끊었다. 술은 원래부터 입에 대지 않았다.

“마라톤은 정직해요. 준비한 만큼 기록이 나와요. 지구력과 인내력 없이는 할 수 없어요.”

마라톤을 달리듯이 성실하고 우직하게 사업도 해왔다. 하지만 사업이라는게 항상 잘 나가는 것은 아니다. 굴곡이 있다. 이를 슬기롭게 이겨내는 이가 성공 반열에 오른다.

조미김, 튀각, 부각을 생산하는 대국식품도 마찬가지로 부침이 있었다.  

“한때 성경김에 OEM 방식으로 납품했죠. 비록 자체 상표는 없었지만 없어서 못팔정도였어요.”

성경김은 전국 김가공식품 업계에서 손꼽히는 업체다.

판로 걱정없이 물량만 맞추면 됐다. 그러던 중 OEM생산을 접게 된다. 자체 상표에 대한 갈증도 있었고 성경김측의 요청도 있었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판로 개척 등 너무 힘들었어요. 오죽하면 구조조정으로 직원들을 내보내겠어요. 한식구같이 지내면서 고생했는데 말이죠.” 그 당시를 얘기하는 그의 표정에 잠깐 그늘이 드리웠다.

이 때 그를 일으켜 세운건 마라토너 정신이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제 주법이 숏피치예요. 달리면서 주폭을 짧게 해요. 그래야 부상도 없고 지치지 않아요. ”

그렇게 4, 5년 마라톤을 하듯이 쉼없이 달려왔다. 이제와서 좀 한숨 돌렸다는 그다. 

그의 마라톤 사랑은 대전시육상연맹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보면 알 수 있다. “종종 연맹에 들러요. 대전 마라톤 부흥에 조그마한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이 직을 맡았죠.”

좌우명을 묻자 ‘처음처럼’ 이라고 했다. 초심을 잃지 않는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보통 처음에는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일을 시작해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로 희미해지죠. 세상 모든 일이 그래요. 공부도, 결혼생활도, 직장생활도, 사업도 마찬가지예요. 처음 새겼던 마음을 간직한다면 못이룰 게 없을 겁니다.”

풀코스를 70번 마친 그의 목표는 내년 춘천마라톤 완주다. 이 대회는 10번 완주를 해야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지금까지 9번 완주했다.

그리고 70세 되는 해, 마지막으로 동아마라톤 완주에 도전하는 게 그의 목표다.

“이제 나이도 있고 해서 내년 완주를 마치면 풀코스는 자제하려고 합니다. 물론 하프코스는 큰 부담이 없으니 계속 뛰어야죠.”

마라톤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운동이다. 마라토너들은 말한다. ‘마의 35㎞’라고.

이 때쯤 되면 제정신이 아니란다. 그리고 이때 ‘러너 하이’를 경험한다. 뇌에서 일종의 자기방어 호르몬이 분출되는 것이다. 이 ‘짜릿한 몽롱함’ 때문에 마라톤을 그만두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러너 하이요. 생각하기 나름이죠. 삶 속에서 소소하지만 행복을 느끼자는 소확행도 있잖아요. 순간순간이 행복이죠. 아프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그렇고, 직원들과 함께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그렇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요.”

마라톤도 사업도 무리하지 않고 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달리고 있다는 김 대표다.

“마라톤에 페이스 메이커들이 있어요. 무리하지 않게 앞에서 일정하게 달릴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죠. 이들이 없으면 보통 욕심 때문에 처음부터 속도를 내게 되요. 결과는 뻔합니다. 나중에 지쳐서 제 기록을 못내죠. 인생도 마찬가지예요. 친구나 가족 등 페이스메이커가 필요해요,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죠. 인생은 혼자 살아갈 수 없어요”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건강도 되찾고 벽에 부딪친 사업도 돌파했듯이 살아가면서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그 무엇인가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제 큰 욕심없어요. 요즘같이 경기가 힘든 상황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게 행복이니까요."

인터뷰를 마무리하자 점심시간이 됐다. “우리 직원식당에서 식사나 하고 가시죠. 원래 나가서 대접을 해야하는 건데.”

김치찌개로 식사를 마치고 과일을 들면서 느꼈다. 그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않게 살아가는 그의 열정을.

“초심을 잃지않는 게 중요해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꺼낸 그의 말이 귓전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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