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과 함께하는 다문화 음식 나눔 잔치라는 펼침 막이 없었더라도 오늘은 충분히 행사의 성격이 드러났다. 로비에서부터 요즘 보기 드문 젊은 새댁들(결혼이주여성)과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지하식당에는 결혼이주여성과 지역주민 20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고 각 나라 말이 뒤엉켜 그야말로 다문화 축제 분위기였다. 이번 행사는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필리핀, 태국 ,몽골 6개국의 이주여성들이 자신들의 나라 음식을 직접 만들어 지역주민과 함께 사랑을 나누는 행사였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참석자 모두에게 베트남 쌀국수를 직접 서빙까지 하면서 챙기니 그녀들의 엽렵함이 참 예뻤다.
베트남 여행가서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 ‘반미’가 무척 반가웠다. 여행객 특히 한국 여행객이 줄을 서서 먹었던 호이안의 거리가 생각나서 덥석 먹었다가 독특한 향 때문에 간신히 넘겼다. 아마 베트남에서는 한국인 입맛에 맞게 향신료는 넣지 않았었나보다. 그 다음 먹기를 시도한 캄보디아 닭죽은 짜서 맛을 느끼지 못했으며, 태국의 후식인 카우니아우삐약은 너무 달아 손이 쉽게 가지 않았다. 그러고 났더니 다른 음식은 도전 할 용기가 안 났다. 그나마 중국의 가지튀김과 몽골의 요커트가 입에 맞아 먹었고 절편과 김치를 먹으면서 역시 우리 음식이라고 배를 채웠다.
그러고 생각하니 결혼이주여성 또한 우리나라 음식이 지금의 나처럼 입맛에 맞지 않아 곤욕스럽지 않았을까? 문화가 다른 이국에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았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욕구인 음식이야말로 여행객이 아닌 생활인으로 살기에는 많이 어려웠을 것이다. 배가 고프면 우리는 엄마 밥상이 생각난다. 특히 여성은 임신을 하면 더욱더 엄마의 음식 맛이 그리워진다. 엄마가 해주던 김치, 엄마가 해주던 된장찌개 그럴 때 우리는 친정으로 간다. 친정으로 갈 수 없으면 엄마 손맛과 비슷한 맛을 내는 음식점을 찾아가지만 결혼이주여성들은 그럴 수 있는 확률이 낮다. 어린 나이에 시집와서 그야말로 물 설고 낯 설은 먼 이국에서 적응해 나가는 이들을 새삼 다시 보게 되었다. 자신들 나라의 음식을 맘껏 먹어서 그런지 함께한 그녀들의 표정이 한결 즐거워 보였다.
반성도 했다. 지난번 다문화결혼이주여성에게 강의를 할 일이 있었다. 나 딴에는 결혼이주여성이라 그냥 보낸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김밥을 준비한다고 했더니 다문화센터에서 통역으로 근무하는 베트남에서 온 선생이 서툰 말로 “우리는 김밥 안 좋아해요. 비빔밥으로 주세요.” 했다. 김밥은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인데 의아해 하면서 비빔밥을 하는 식당을 찾으니 이동거리가 멀었다. 생각 끝에 사람을 두 명 사서 비빔밥을 해먹이면서 속으로만 투덜거렸다. 그런데 지금 나도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은 먹지 않았으니 이제야 역지사지로 통찰하게 된다.
식사를 마치고 레크레이션 시간을 가졌다. 사회자의 말 한마디에 까르르 웃고 율동하나에 넘어갈 듯 즐거워하는 그녀들은 천생 생기 발랄 한 20대 초반의 여성들이었다. 또한 댄스 타임에는 어찌나 흥겹게 노는지 저런 끼를 발산 할 수 있는 이런 자리가 있어 참 다행이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누구와 친해지려면 밥을 먹는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자주하는 말은 ‘밥 한번 먹자’라고 한다. 밥을 같이 먹어야 친해진다는 말도 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다문화결혼이주여성과 함께 식사를 하니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선인들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