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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공주시·부여군 ‘백제문화제’ 함평 나비축제에서 배워야 한다

정영순 공주주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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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11.11 14:01
  • 기자명 By. 정영순 기자
공주주재 국장 정영순
공주주재 국장 정영순

백제문화제의 격년제 개최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축제의 향방에 대해 다른 전기가 마련될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공주시에 비해서 적은 관광객 유치, 입지 약화, 지명도 부족 등에 시달리는 부여군에서는 이전부터 격년제 개최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잘 나가는’ 공주시로서는 정말 받아들이기 불가능한, 그야말로 펄쩍 뛸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여의 격년제 개최 주장은 자칫 ‘흉년에 배고프다고 씨감자 먹는 꼴’이 될 수 있다.

백제 1500여년의 고고하고 장구한 역사적 아이덴티티를 갖춘 공주와 부여의 독점적이고도 우월적인 가치를 1년 단위로 포기하는 것은 득에 비해 손실이 훨씬 크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가 버리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매년 전국에서 우후죽순 열리는 수많은 축제로 인해 예산낭비가 어마어마하다는 뉴스는 연중행사로 전파를 타며 국민들의 안방에 전해진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7년 결산 기준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한 행사·축제 472건 중 4건만 흑자를 냈다고 발표한 바도 있다.

하지만 축제는 늘면 늘었지 줄어들지 않는다.

일단 축제를 통해 지역 전체가 들썩이며 활력이 살아나고 각종 언론뿐만 아니라 SNS 등으로 소문이 퍼지면서 관광객의 꾸준한 증가로 이어진다.

단순히 축제에 쏟은 돈과 그 축제를 통해 얻은 수익만으로 성패를 가릴 순 없다는 뜻이다.

가장 성공한 축제 중 하나로 알려진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를 살펴보자.

나비축제는 함평 엑스포 공원에서 매년 봄마다 열리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똑같은 장소에서 가을에 열리는 국향축제(국화축제)도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1년에 2번의 축제를 통해 ‘광주 옆 도시’ 정도였던 함평이라는 도시의 브랜드를 전국적으로 알렸다.

최근 김정섭 공주시장이 기고문 등을 통해 격년제 개최를 주장하는 부여군을 상대로 도리어 1년에 2회 개최를 역제안 한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관련기사 ‘백제문화제, 더 크고 넓게 봐야 한다’ 본지 2019년 11월 11일자 20면 보도)

다시 한 번 함평으로 가보자. 함평은 애초에 나비와 인연이 있는 지역도 아니다.

과거 이석형 함평군수가 KBS 광주방송국 PD로 근무할 때 나비 생태를 다룬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출연자에게 영감을 얻어 본인이 군수가 된 뒤 함평의 깨끗한 환경과 청정한 지역에 사는 나비를 연계해보며 만들어 본 게 나비축제의 유래다.

‘나비’하면 ‘함평’, ‘함평’하면 ‘나비’가 떠오른 건 순전히 이 군수의 뚝심 덕분이었다.

그에 비한다면 우리 백제 역사의 가치는 얼마나 대단한가?

지금 공주와 부여 말고도 백제문화제를 시행하거나 백제의 자산을 주장하는 도시가 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제문화제’ 하면 공주와 부여를 떠올리는 것은 이곳이 백제가 가장 융성했던 시기의 도읍지이기도 했지만 그간 백제문화제를 선점하여 매년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지금까지 이어졌던 것에 가장 큰 요인이 있다.

그런 와중에 백제문화제를 후퇴시킨다는 것은 공주와 부여의 가장 큰 자산을 잃고 백제문화제의 정통성마저 잃을 수 있는 중대한 과실이다.

지방이라면 인구증가와 기업유치, 어쩌면 2개의 과제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관광 활성화일 것이다.

부디 현명한 판단으로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을 놓치는 우자(愚者, 어리석은 사람)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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