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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가 인터내셔널 벌룬 축제’ 열기구가 전하는 건조한 삶 속 ‘가족 소중함’

아시아 최대 규모 국제대회… 25개국 123개 팀 참가
벌룬 판타지아․키그랩 레이스 등 스페셜 이벤트 다채
10여만명 관객들 야외 매트 깔고 하루 내내 축제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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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11.12 19:03
  • 기자명 By. 윤용태 기자
스페셜 이벤트의 하나인 나이트글로우쇼가 펼쳐지면서 강 위에 비친 모습이 관객을 황홀하게 만든다. 이 쇼는 야간행사의 백미로 꼽을 만큼 많은 사람이 눈과 귀를 고정한다.
스페셜 이벤트의 하나인 나이트글로우쇼가 펼쳐지면서 강 위에 비친 모습이 관객을 황홀하게 만든다. 이 쇼는 야간행사의 백미로 꼽을 만큼 많은 사람이 눈과 귀를 고정한다.

[충청신문] 윤용태 기자 =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낯설고 부여에서는 어느 정도 알려진 열기구가 있다. 부여에 열기구가 처음 선보인 것은 10여년전이고 이후 열기구 관련 업체인 ㈜스카이배너가 지난해부터 둥지를 틀면서 불모지에서 전도양양의 싹을 틔웠다. 열기구 관련 일본 사가현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5일간 개최된 ‘2019 사가 인터내셔널 벌룬 축제 제40회 기념 대회(이하 대회)’를 답사하며 벤치마킹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해 봤다. 또 이를 바탕으로 부여 열기구의 성장 가능성과 청사진을 구상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편집자 말 

 

■  대회 역사
지난 1783년11월 21일 프랑스인 몽골 페 형제가 만든 것이 인류 최초이고 비행도 성공했다. 
일본에서의 열기구는 지난 1969년 9월 28일 일본 최초의 열기구인 ‘이카로스 5호’가 홋카이도에서 비행해 역사를 쓰기 시작됐다. 이 열기구는 교토의 이카로스 승천 그룹과 홋카이도 탐험 부가 공동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지난 1973년 9월 일본 열기구 연맹이 출범했고 1975년 일본 풍선 연맹으로 발전하면서 통일된 단체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난 1980년부터 사가에서 매년 실시되고 있는 ‘사가 인터내셔널 벌룬 페스타’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국제대회로 100여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이 찾는 행사로 성장했다. 또 1989년에는 아시아 최초 세계선수권대회가 개최됐고 1997년, 2016년에도 열렸다.
이렇게 50여년 동안 대회가 성장한 데에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원동력이 됐다. 처음부터 민주도로 열기구를 발전시키다 보니 그 틀 또한 금강불괴된 점에서 사가현은 일본을 대표하는 명품대회가 됐다. 여기에는 ‘혼다’라는 대기업이 메인 협찬자로 참여하면서 견인차 역할을 해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 사가현에서는 현과 열기구 관련 노래를 만들어 현민이 애창하고 이에 맞춰 춤을 추는 등 주요 행사의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그만큼 열기구 사랑은 현의 모든 것에 압도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  대회 현황 및 한국 대표팀 참가
올해로 34회째를 맞이한 이번 대회는 일반 사단법인 사가풍선축제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대회 사가운영위원회가 공동 개최했으며 혼다 등 여러 기업이 협찬했다. 세부 대회에는 ‘제33회 퍼시픽 컵’, ‘2019 열기구 혼다 그랑프리4차 대회’, ‘풍선 판타지아 2019’ 등이 있다. 
이 같은 여러 종류의 대회에는 일본을 포함 각국에서 온 팀이 참가했다.
퍼시픽에 11개국 70개 팀, 축제에 8개국 24개 팀, 판타지아에 5개국 21개 팀, 공식에 일본 8개 팀 등 총 25개국(행사 별 중복 배제) 123개 팀이 그것.
대회의 꽃인 퍼시픽에서 한국은 우리나라 최고의 파일럿인 스카이배너 서정목 총괄이사와 티웨이항공 소속인 강서구 선수가 참가했다. 총 20개의 경기를 치르는 이 대회의 결과는 일본의 후지타 웅대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고 서 총괄이사는 28위에 올랐다. 강 선수 마지막 날 19번째 경기에서 온 타깃(열기구가 목표지점으로 비행하면서 삼각형으로 만들어진 선 안에 마카를 던져 넣어 점수를 얻는 것. (마카:콩이나 모래를 집어넣은 주머니에 끈을 메달은 도구)을 하는 기량을 발휘하며 10여만 관객의 환호와 갈채를 받아 한국을 빛냈다. 특히 서 총괄이사는 이 대회에 19회를 출전해 참가 선수 중 9번째로 많은 기록을 남겼다. 

 

■ 대회장 스케치 
대회장은 부여의 백마강과 둔치를 이룬 형태와 비슷하다. 다만 부여보다 훨씬 작은 규모다. 백제문화제가 구드래 둔치에서 열리는 것처럼 이곳의 행사장도 같은 구조다. 
강 한쪽에서만 치러지는 둔치의 대회장은 주차장 포함 길이가 어림잡아 3~4㎞에 이르고 주 대회장은 약 1.5㎞ 정도로 추산된다. 
주차장은 주 대회장을 중심으로 양쪽에 있고 또 관공서, 학교 등 주변의 모든 주차장은 관객이 이용하도록 배려를 했다. 이곳저곳에 주차한 관객들이 주 대회장에 들어오면 기다란 초록의 둑은 자연스럽게 관람석으로 변해 만원이 되면 각양각색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관람석(둑)의 방송실을 기준으로 왼쪽과 중앙에는 열기구와 관련한 행사장이 있다. 이 행사장 내에는 관계자 외 일반 관객은 출입이 통제돼 있다. 따라서 열기구 체험, 선수 및 관계자와 접촉 등은 일체 할 수 없다.
오른쪽으로는 야외에 기념품 판매, 음식 판매, 공예품 판매 등의 부스가 즐비하게 있다. 좀 더 오른쪽 철교 밑을 지나가면 주로 사가현에서 생산한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곳인 아주 큰 돔형의 천막이 있다. 여러 종류의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코너에서는 시식할 수 있는데 이것만 먹어도 한 끼는 뚝딱이다. 농산물판매뿐만 아니라, 어린이 관련 체험 공간과 공예품을 직접 만드는 체험 공간 등도 곁들여놓아 남녀노소가 다 함께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스페셜 이벤트인 벌룬 판타지아쇼를 관람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이동과 멈춤을 반복하고 있다.
스페셜 이벤트인 벌룬 판타지아쇼를 관람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이동과 멈춤을 반복하고 있다.

 

■ 대회 주요 이벤트 행사
선수들의 경기 외에 관객에게 흥을 제공하는 각종 이벤트 행사도 마련돼 있다. 
먼저 벌룬 판타지아는 전 세계에서 초청된 애니메이션 인기 캐릭터나 귀여운 동물 모양의 자이언트 변형 열기구를 런치 사이트에 도열시켜 이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거나 근접거리에서 구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두 번째 키그랩 레이스는 대회의 마지막 이벤트로 참가 조종사들이 높은 장대 끝에 매달린 큰 열쇠에 열기구를 최대한 접근시켜 잡아채면 스폰서가 후원하는 상품을 획득하는 경기다. 바람의 방향과 높이를 함께 맞춰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숙련 조정술을 요한다.
세 번째 야간계류 이벤트는 일반적으로 나이트글로우쇼라고 하며 열기구 야간행사의 백미로 불린다. 해가 지기 시작할 즈음에 시작되는데 대회장에 도열해 음악에 맞춰 버너의 불꽃을 쏘아 라이트 업 시킴으로써 낮의 열기구와는 전혀 색다른 얼굴을 감상할 수 있다. 사회자가 절정의 시기에서 “버너~ 온!”을 외치면 열기구가 일제히 점화되고 불꽃놀이가 동반되면서 밤의 땅과 하늘은 화려한 파노라마가 연출된다. 더구나 반사 작용이 있는 물이 있다면 세 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실제 대회장에서 펼쳐진 이 쇼는 강 건너편에서 보면 음악에 맞춰 여러 색으로 반짝이는 열기구가 피아노 건반이 움직이는 듯 율동적이다. 이때 강물에 비친 모습이 더해져 밤은 황홀감으로 날을 지새운다. 이곳의 지형보다 훨씬 좋은 조건의 부여 백마강은 이런 버라이어티쇼를 연출하면 이곳에서의 행사보다 장관을 이룰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 대대로 사랑받는 대회 
관객의 모습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주로 손을 맞잡은 2대·3대로 구성된 가족이지만, 더러는 연인, 학생 등 단체 형태로 대회장을 찾는다는 점이다. 더 놀라운 것은 관람석인 둑에 야외용 매트를 깔고 도시락을 먹는 사람, 잠을 자는 사람, 가족들과 대화하는 사람 등 모두 열기구를 즐기러 소풍 나온 자유인으로 보였다. 이런 광경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졌다. 더 경이로운 것은 10여만 명으로 추산되는 관객이 하루 내내 변치 않는 초지로 일관했다. 나가면 들어오고 어느 때에 가든 10여만 명이 상주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들의 일거일동을 관찰하던 중 방송실에서 사연 하나를 소개했다.
“해를 볼 기회가 얼마나 되나? 서로 다른 시간에 아버지는 출근하고, 자녀들은 등교하고 가족이라도 각자의 생활이 기계처럼 돼 버린 삶이 건조하다. 열기구가 떠오를 때 산마루에도 해가 얼굴을 내민다. 열기구를 본다는 것, 즉 해를 본다는 것이다. 열기구는 가족을 돌이켜보게끔 하는 단 ‘한 번의 소중한 시간’을 마련해 준다. 어릴 때 부모의 손을 잡고 이 대회를 구경하던 아이는 성장해 자녀를 낳고 자신은 강 건너에서 어릴 적을 생각하며 셔터를 눌러 대회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의 자녀는 성장해 아이를 낳아 다시 이 대회를 보기 위해 찾는다”라고 방송을 통해 흘러나온다.
이 방송을 들으니 많은 관객이 하루 내내 왜 자리를 지키고 2대·3대가 함께 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일본의 장인 정신이 이 대회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자원봉사자는 가문의 영광으로 비길 자긍심 가져
어느 행사든 자원봉사자 없이는 원활한 진행이 어렵다. 
일본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이 시기 일본은 월요일 포함 3일 연휴로 일상으로 본다면 공무원들은 쉰다. 하지만 대회 기간에는 현의 공무원, 자위대 군인 등 모든 가용 공무원은 대회에 자원봉사자로 투입된다. 공무원은 그렇다 치자, 일반인도 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다. 그런데 봉사자로 참여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추첨을 통해 낙점돼야 한다. 대회에는 각종 많은 분야가 있는 데 참가자가 넘쳐 고심 끝에 내린 방법이다. 대회에 참가한 봉사자는 가문의 영광으로 여길 만큼 자긍심이 대단하다. 하다못해 대회 기간에는 행사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식사도 거절할 정도다. 이렇게 참가한 봉사자가 대회 기간 5천여 명에 이른다.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봉사자로 참여한 공무원이든 일반인이든 대회 기간만큼은 휴일의 풍성함이 가을의 결실이 된다. 

■ 사가열기구박물관 벌룬 뮤지엄
사가열기구박물관 벌룬 뮤지엄(이하 박물관)은 넓은 주차장을 겸비하고 본 건물은 2층 구조로 돼 있어 대회뿐만 아니라, 열기구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1층은 열기구 관련 기념품과 공예품, 그리고 각종 식품을 판매하는 곳이 있고 대형 열기구 모형도 있어 기념촬영이 가능하다. 
여기까지는 무료지만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5천 엔의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2층에 올라가면 대회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이력이 있고 역사를 볼 수 있는 신문과 사진이 스크랩돼 전시되고 있다. 또 열기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각종 시설이 있고 놀이 시설도 있다. 아울러 대회장을 입체적 모형으로 전시해 한눈에 볼 수 있다. 
박물관은 해외 관광객을 포함 일본의 많은 사람이 찾은 것을 보면서 부러움의 전율이 다가와 부여에도 이런 박물관 하나쯤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문득 들었다.

하루 반의 짧은 일정으로 대회장과 박물관을 취재하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또 이곳에서 얻어 부여에 벤치마킹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 짜릿하고 야릇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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