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속으로] 잔혹한 도시
[문화속으로] 잔혹한 도시
  • 충청신문 dailycc@dailycc.net
  • 승인 2019.11.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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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수필가
이혜숙 수필가
이혜숙 수필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아름다운 도시라고 유네스코에 등재된 도시. 표트르 대제가 만든 도시. 이곳에 왔다.

분수가 멋진 여름궁전. 당시 러시아 제국의 위엄과 황제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러시아와 유럽 최고 건축가들과 예술가들이 총동원되어, 20여 개의 궁전과 140개의 화려한 분수, 7개의 아름다운 공원이 만들어졌단다. 각기 색다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분수는 더운 날씨에 지친 탐방객에게 시원함을 선사해 준다. 웅장하게 공원을 만들고 시간 맞춰 분수를 뽑아내는 표트르대제가 파티 장소로 쓰기 위해 만든 것이란다.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 중인 여름궁전 1층에는 표트르 대제의 응접실과 서재, 침실 등이 있으며 2층에는 왕실 대대로 내려오는 가구와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다는데 안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정원과 분수와 겉모습만 보고 왔다.

겨울 궁전은 제정 러시아 군주의 겨울을 위해 지어졌단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는데 회화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했다고 한다. 에카테리나(표트르 대제의 두 번째 부인이자 그를 계승해서 로마노프 왕조 최초의 여황제가) 1세가 겨울궁전의 첫 번째 주인이란다. 가이드의 설명은 여 황제는 많은 애인을 두었다고 했다. 여황제의 애인이 선물했다는 시계가 전시되어 있는데 시간이 되면 공작새의 날개가 펼쳐진다고 한다. 황제의 애인이 많다는 것은 우리나라 도덕관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표트르 대제에 대한 평은 두 가지로 나뉜다. 러시아 최고의 개혁적인 통치자. 서양 문물을 배우고 러시아에 접목시켜 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자 했던 군주, 한편 잔인하다는 평이다. 자신에게 반대한다는 이유로 아들까지 처형한 냉혈한 아버지.

서자 출신인 그가 이반 5세인 형과 함께 차르(최고 통치자)가 되었지만 어린 그들보다 나이가 많은 이복누나인 소피아가 섭정하는 정치형태였다. 형은 병약하고 그는 어렸기에 소피아가 섭정하게 된 것이다. 표트르 외가가 귀족 집안이라 혹시나 권력을 잃을까 걱정한 소피아는 어린 표트르 앞에서 외척의 죽임을 보게 했다.

숨죽여 지내던 그는 서양문물을 접하고 배우며 러시아를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상트 페테르 부르크로 옮기기로 한다. 표트르의 최대 업적으로 꼽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건설. 네바 강의 하구는 원래 대단히 척박한 지역이었다. 황량한 습지는 파도가 높은 날이면 바닷물이 들이치고, 겨울이면 차가운 북풍을 정면으로 맞는 지역이다. 표트르는 이 척박한 습지에 미래 러시아의 수도를 건설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반대했다. 반대하는 귀족과 함께 아들이 동조했다는 이유로 사형에 처한다. 아들을 죽임으로써 반대하는 귀족의 입을 다물게 한 것이다. 가장 많은 사람을 참수한 왕이기에 잔인한 황제로도 평가된다.

처음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라고 했다가 1914년 페트로그라드로 개칭되었고, 1924년 레닌이 죽자 그의 이름을 기념하여 레닌그라드로 명명되었다. 레닌은 사후 고향의 어머니 옆에 묻히기를 원했다. 스탈린의 정치적 목적으로 붉은 광장의 유리관에 방부처리 되어있고 이곳마저 레닌그라드로 명명했다. 그 후 1991년 11월 7일 사회주의 개혁의 와중에서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본래 이름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되찾았다. 수도를 모스크바로 옮기기 전까지 200여 년간 러시아의 수도였던 곳.

이곳에는 별스런 박물관이 다 있단다. 인류학 박물관이다. 근친 간 결혼이 많았던 시절 아이들을 많이 낳아도 많이 죽었다고 한다. 특히 기형아가 많았단다. 정상적인 아기가 아닌 샴쌍둥이 외눈박이 인어모습의 기형아 다양한 기형아들이 전시돼 있단다. 해부한 모습도 있다고 하니 참 별난 곳이기도 하다. 가보고 싶었지만 지나가며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걸로 만족해야했다. 여행 코스에 들어 있지 않았기에.

가이드는 운하투어를 권했지만 우리는 걸어서 이곳의 모습을 느끼고 싶었다. 큰길가에 우뚝 서 있는 카잔 성당에 들어가 보았다. 카잔 성당은 러시아 군의 영광을 상징하고 있는 장소란다. 성모마리아 탄생 교회는 로마노프 왕가의 궁정 부속 성당이었단다. 이곳에 왕조의 수호성인으로 여겼던 카잔의 성모 이콘(성화)이 보관되었다. 이중 액자에 약간 옆으로 약간 갸우뚱하는 모습의 성모그림이다.

카잔 성당이 완성된 후 러시아는 나폴레옹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단다. 지금도 성당 안에는 승리의 트로피와 상대 군에게 탈취한 군기 등이 걸려있다. 배를 타고 운하를 돌아보는 것보다 값진 투어였다.

지금은 아픔다운 도시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지만 이 도시가 만들어지기 까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도시. 아름다운 모습 뒤에 숨겨진 잔인함이 보이는 듯하다. 어쩌면 그들의 원성과 함께 이뤄낸 아름다움인지도 모른다. 희생이 있었기에 더 아름다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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