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칼국수거리가 필요해
[아침을 열며] 칼국수거리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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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01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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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꽤 오래전부터 대전시는 ‘대전6미’를 발표하며 대전의 대표음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대전시가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대전6미는 ▲삼계탕 ▲돌솥밥 ▲설렁탕 ▲매운탕 ▲도토리묵 ▲냉면이다. 대전시가 이들 음식을 대전6미라고 발표한 것은 모르긴 해도 20년은 족히 넘었다. 긴 세월 홍보를 했으니 모든 시민들이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타 지역에도 소문이 났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시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대전6미가 생소할 뿐 아니라 실제 대전의 대표음식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말한다.

또 다수의 시민들은 진정한 대표음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칼국수와 두부두루치기가 6미에서 빠져있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보낸다. 그러면서 대체 6미가 정해진 배경은 무엇이며, 또한 칼국수와 두부두루치기가 빠진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이제라도 시민들이 공감하는 메뉴를 대표음식으로 다시 선정해 전 방위적인 홍보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전국 주요도시 가운데 유독 대전에만 대표음식이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에 몹시 서운해 하고 있다.

대전시민들은 대전의 대표음식 한 가지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칼국수라고 말한다. 하나를 덧붙이자면 두부두루치기를 지목한다. 그런데 왜 대전의 칼국수는 전국에 소문이 안 난 것일까. 청주 삼겹살, 춘천 닭갈비, 전주 비빔밥, 광주 떡갈비, 대구 막창, 부산 밀면과 돼지국밥, 마산 아귀찜, 인천 자장면 등과 같이 주요 도시는 저마다 내로라는 대표음식이 있고 전 국민이 이를 인지하고 있다. 각 도시를 방문하는 외지인들은 도시별 대표음식 체험을 필수 코스로 여긴다. 하지만 대전은 대표음식이 없으니 식도락을 위해 방문할 곳도 없다. 칼국수축제를 개최하며 홍보에 안간힘을 쓰지만 여전히 소문은 미흡하다.

그 이유를 생각해봤다. 해답은 의외로 간단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이유는 대략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대표음식의 특화거리가 조성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전에 음식특화거리는 있지만 칼국수특화거리는 없다. 특화거리 자체가 자연스럽게 홍보돼야 하는데 대전은 칼국수거리가 없다. 칼국수가 맛있는 식당은 많지만 그 음식점들은 곳곳에 산재돼 있다. 집적화를 통해 홍보를 극대화 해야 하는데 그 점이 안 돼 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각 칼국수 식당이 저마다 강한 개성과 독특한 맛을 자랑하다보니 통일된 레시피가 없어 특징을 집약시킬 수가 없다는 점이다.

마산 아귀찜은 반 건조 상태의 아귀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귀찜 거리에 밀집한 모든 식당들은 선어가 아닌 반 건조 상태의 아귀를 사용한다. 광주의 떡갈비는 타 지역과 비교되게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안동의 찜닭은 건조한 고추로 매콤한 맛을 내고 당면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사례와 비교할 때 대전의 칼국수는 식당마다 각양각색이다. 어느 식당은 손 반죽 면을 사용하고 어느 식당은 기계면을 사용한다. 어느 집은 사골육수를 사용하고 어느 집은 멸치육수를 사용한다. 또 어느 집은 바지락육수를 쓴다. 어느 집은 고춧가루를 사용하지만 어떤 집은 사용하지 않는다. 타 지역 칼국수와 비교되는 독창성이 따로 없다.

실제로 타 도시의 대표음식은 통일된 레시피가 있고, 음식점들이 특화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그 덕에 홍보효과가 극대화 돼 전국에 입소문이 났다. 방송사들이 앞 다퉈 대표음식을 방송의 소재로 삼아 집중 홍보해준 것도 효과를 봤다. 대전에도 한 때 대흥동에 얼큰이칼국수 전문 골목이 형성되기도 했지만 일대에 아파트 단지가 개발되면서 식당들이 흩어져 특화거리 조성이 무산됐다. 구즉에 집적화 됐던 묵마을도 역시 아파트 단지 개발로 모두가 흩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운 대목이다.

대한민국 5대 도시인 대전에도 대표음식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정서를 생각하면 칼국수가 정답이다. 그러자면 우선적으로 통일된 레시피로 조리하는 칼국수거리가 조성돼야 한다. 시장에 맡겨 자연스럽게 조성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겠지만 여의치 못하다면 행정관청이 나서 칼국수거리가 조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독특한 레시피를 개발하고 특정 거리에 개업하는 식당에 대해 직간접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주는 방법이다. 신흥개발지보다는 동구나 중구의 원도심 일대가 칼국수거리를 조성하는데 적합해 보인다. 전략을 세워 시도해봄직한 문화정책이다. 시민들 모두가 그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