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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생존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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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12.02 14:11
  • 기자명 By. 충청신문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며칠 전 ‘시사 인’이라는 잡지에서 ‘여성을 해방시킨 자전거의 힘’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작년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에게 완전한 자전거 운전이 허용되었다는 것이다. 2013년에야 남자 가족을 동반하고 이동이 아닌 놀이 목적으로는 허용했지만 자전거의 목적인 이동수단으로써는 2018년 허용되었다 한다. 그러니 당연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것도 얼굴과 손발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복장을 해야만 한다는 조건이었단다. 또한 19세기 유럽에서 여성이 자전거를 타려고 했을 때도 의사들이 여성이 자전거를 타면 불임이 올 수 도 있다며 막았다고 하니 웃음밖에 안 나오는 이야기지만 이렇게 길고 지루하게 여성들은 권익신장을 위해 싸워왔다. 여성은 행동을 억압당하거나 제한을 받으면서도 긴 시간 동안 서서히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성장해 오고 있으니 앞으로는 더욱 괄목상대 하리라.

같은 종류의 식물도 환경에 따라 응달에 심은 식물과 양달에 심은 식물이 다르다. 응달에서 크는 나무는 햇볕을 많이 받기 위해 키도 키우고 잎도 넓게 달지만 양달에서 크는 나무는 잎도 작고, 나무의 키도 그리 크지 않다. 그건 환경에 적응 하며 살아간다는 증거이다. 가족치료학자 보웬은 인간 또한 환경과 상호적용하면서 살아간다고 말했다.

아이는 태어나면서 자신의 가족을 보면서 삶의 태도를 결정한다고 했다. 그것은 인간의 첫 번째 목표는 생존이기 때문이다. 배고프면 울고 오줌 싸면 기저귀를 갈아 달라고 우는 것으로 의사 표현을 한다. 늘 뽀송뽀송하고 배부른 상태, 평온한 상태를 원한다. 아이는 커 가면서 자신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즉 다시 말하면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것은 힘들다는, 무엇을 원한다는 욕구표현이다. 어떤 가정은 아이의 짜증과 화냄의 원인을 알아 해결 해 주려고 한다. 건강한 가정이다. 그런데 아이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 아이가 화를 내면 안 되고 짜증을 내면 안 되는 가정이 있다. 이런 억압적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태도를 결정한다. 즉 가족규칙에 순응한다. 그래서 울지 않고 짜증내지 않는다. 그것은 진짜 나를 잃어버리고 부모한테 순응하는 가짜 나를 발달시킨다. 왜냐하면 가족규칙을 잘 따라야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터득한다. 아이에게 엄마는 우주다. 엄마의 사랑을 잃는다는 것은 죽음과도 같기 때문이다.

부모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던 자기 패턴에 맞춰 아이를 자기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그래서 억압과 강한 규칙 안에 살아가는 아이들은 진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로 성장해 간다. 이런 아이는 평생 다른 사람의 사랑을 갈구하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려 결국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한다고 보웬은 말한다.

요즈음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의 직장, 지역사회, 국가도 다 여기에 적응해 보면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도 억압과 강요를 하는 상사와 함께 일을 하면 스스로의 능력을 발휘 하지 못하고 일의 능률이 떨어질 것이다. 지역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권력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그들의 뜻대로 음직이기를 원하고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억압하고 압박한다면 결코 아름다운 공동체는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앞의 사우디아라비아 자전거로 다시 돌아가 보면 여성이 자전거 타는 것이 못마땅했던 남성들은 온갖 말로 저지하려 했지만 여성들의 자전거 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자유야말로 자기 자신을 찾는 일이며, 해방으로 가는 중요한 걸음이었기 때문이라는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부드러운 해님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듯이 세상의 모든 일이 억압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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