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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진정한 플러스는 빼는 것이다

이지숙 작가·칼람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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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12.09 14:49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지숙 작가·칼람니스트
이지숙 작가·칼람니스트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각자의 발걸음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요즘이다. 마치 가진 것을 뺏기기라도 하듯, 손해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긴 여정인 인생의 길목에서,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무언가를 빼는 것보다는 플러스가 적용되는 것을 원한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수학시간에 덧셈과 뺄셈을 배울 때부터 우리는 덧셈을 좋아했다. 뺄셈보다는 덧셈이 쉬운 탓도 있었겠지만, 왠지 더해지는 느낌은 마음을 넉넉하고 풍요롭게 부자로 만들어주는 듯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뺄셈은 계산 자체가 덧셈보다 어렵기도 했지만, 가지고 있는 것을 꼭 뺏어야 계산이 되는 그 자체가 뭔가를 잃는 것처럼 아쉽고 거부감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이렇듯 우리는 덧셈을 뺄셈보다 좋아했고 쉬워했었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살면서도 우리는 뭔가 더해지는 느낌, 얻어지는 느낌을 좋아한다. 물건을 살 때도 1+1을 좋아하고, 덧붙여 주는 사은품을 좋아한다. 그러나 더해진다는 것은 때때로 포기해야 하는 많은 것들을 억지로 끌어안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없애버려야 하는 것들! 이기심 갈등 반목 원망 미움 등을 가슴에 품고 뭔가 더 채워지기를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불필요한 물건을 버려야 여백의 미도 있고 뭔가 채울 수 있듯 마음속 불필요한 감정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받는 것보다 남에게 무언가를 주고 챙겨주는 것이 우리에게 행복감을 더해주듯, 채워있는 물건에서 뺄 줄 아는 마음 서로 나눌 줄 아는 마음은 우리를 더욱 행복하고 풍요롭게 한다.

꽉 차 있는 박스에는 오래된 물품을 빼내야 새로운 물건 최신의 물품을 채울 수 있듯, 복잡하고 잡다한 상념들을 마음속에서 빼어내야 보다 건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생각으로 채울 수 있다. 후회와 아쉬운 감정, 억울한 감정, 분노의 감정 등 어제의 가난하고 불안한 마음은 빼어내고 좀 더 너그럽고 풍요로운 부자의 감정들로 채워보자.

“가장 달콤한 것은 사랑이고, 가장 고된 것은 이별이며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재회” 라는 프랑스 격언이 문득 생각난다. 어쩌면 대부분 사랑은 플러스이고 이별은 마이너스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상황도 때로는 빼는 것이 플러스라는 계산법이 적용될 수도 있다. 아쉬움과 안타까움의 이별이 보다 성숙한 다른 사랑의 재회를 선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식보다는 지혜로움을 터득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기 위해서도, 뭔가를 빼고 버린다는 것은 결코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무엇을 채울 수 있는 충만감을 얻는 것임을 알아야겠다. 빼는 것은 더 채울 수 있음이요 누군가에게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고, 받는 것보다 베푸는 것이 곱절의 기쁨을 얻는 것임을 아는 순간 우리 삶이 좀 더 향기로워질 것이다.

행복감을 상승시키는 방법으로 내게 없는 것을 떠올리는 대신, 이미 가진 것을 잃으면 얼마나 아쉬울까 생각하는 마음의 뺄셈을 행동과학 교수인 ‘폴 돌런’은 얘기했다. 지금 이순간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 이라는 법정스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계획을 정립해야 할 연말이 다가왔다. 한 해 계획을 다 이루지 못한 후회와 아쉬움도 있지만, 한편으론 별 탈 없이 무사하게 연말을 맞이할 수 있음에 작은 안도감이 밀려드는 시간이다. 각자의 손익 계산은 다르겠지만 때로는 빼는 것이 플러스임을 알게 되는 순간, 우리는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무르익은 한 사람으로 우뚝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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