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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용기가 필요한 이유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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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12.28 00:27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아쉽다는 말은 ‘없거나 모자라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상황’을 일컫는다. 그러니 아쉬울 게 없다는 것은 모자라거나 부족한 것이 없어 답답할 것도 없고, 안타까울 것도 없는 상태이다. 누군들 어떤 상황에선들 아쉽고 싶겠는가. 아쉽다는 것은 상대와의 거래에서 내가 자신 있게 주도권을 잡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내 주장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감내해야 할 손해가 더 큰 상태를 맞아야 할 때 ‘아쉽다’는 표현을 쓴다. 아쉬운 게 있으면 당차게 자신의 뜻을 밀고나갈 수 없다. 아쉬운 게 많으면 매사 양보해야 하고 끌려 다녀야 한다. 그러니 아쉬운 게 많은 사람은 아쉬운 게 없는 사람이 늘 부럽다.

그래서 아쉬운 게 없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들은 늘 주도권을 갖게 되고, 자신이 유리한 대로 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다. 상대는 아쉬울 것이 있지만 내가 아쉬울 것이 없다면 내가 주도권을 갖고 내게 유리한 대로 상황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아쉬울 게 없는 데 굳이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일 필요도 없고,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굳이 거래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은 양보 없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켜 나가면 된다. 아쉬운 게 많은 사람 입장에서는 아쉬운 게 없는 사람이 너무나 부러울 수밖에 없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을 벌여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마냥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거래가 하나 있었다. 상대는 내게 아쉬운 게 없었다. 세상일이란 게 상대적인데 그라고 해서 내게 아쉬운 일이 없지만은 않았을 것인데 적어도 객관적 처지로 볼 때 그는 아쉬운 일이 없는 것으로 비쳐졌다. 내가 항상 양보해야 하고, 내가 항상 져줘야 했다. 그와의 관계가 몹시 짜증났지만 아쉬운 건 나니까 늘 참아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참지 말자는 명령어가 뇌에서 떨어졌다. ‘그깟 손해 좀 보면 어때. 끌려 다니지만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 더 이상 자존심 접지 말고 당당히 해. 지금껏 참을 만큼 참았잖아. 뭐가 그리 두려워?’

이런 걸 용기라고 한다. 용기는 손해인 줄 알지만 알고도 선택해서 소신대로 나가는 것이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내 소신을 지키고 자존심을 사수하자는 판단이 서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손해를 본다고 내가 곧 죽는 것도 아니고, 내 인생이 금세 망가지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용기가 생기니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내 소신껏 말하고 행동할 수 있었다. 내가 누리는 편의를 포기할 수 있고, 손해를 감수할 수도 있다는 뜻을 표출했다. 용기가 생기니 손해에 대한 아쉬움은 뒷전으로 밀렸다.

용기를 바탕으로 당당하게 내 입장을 밝히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전혀 아쉬울 것이 없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던 상대의 얼굴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조금 얼굴빛이 바뀌는가 싶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함과 불안감이 얼굴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입장이 바뀌어 자신이 아쉬운 사람의 입장으로 돌아섰다. 그렇다고 내가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의 입장이 된 것은 아니었지만 대등한 관계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분위기 반전을 눈치 챈 나는 더욱 강하게 소신을 피력했고, 결국은 협상에서 내가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세상에 남부러울 것 없고, 아쉬울 것 없을 것 같은 사람이 많아 보여도 실상 어느 한 구석 누구나 아쉬운 점은 있기 마련이다. 설령 아쉬운 게 없이 사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문제될 건 없다. 내가 용기를 가지고 당당하게 나서면 그 역시 나를 상대로 아쉬운 일이 생기게 된다. 용기를 내지 못하고 움츠러들어있었기 때문에 ‘을’의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살았던 것이다. 과감하게 내 목소리를 내고 손해를 감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뜻밖의 소득을 얻은 경험은 나의 가치관에 큰 변화를 안겨주었다. 세상에 영원한 ‘갑’, 완전한 ‘갑’은 없다. 용기가 나를 ‘갑’으로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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