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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하객 돈 주고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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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05.10 18:43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생계형 하객대행…사기·외모지상주의 등 어두운 면도 많아

5월은 결혼식 수요가 절정에 이르는 달이다. 하지만 축복받아 마땅한 결혼식에서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바로 ‘하객의 수가 너무 적으면 어떻게 하나’하는 것이다.

자기 일에 바쁘거나 오랜 기간 지인들과 연락을 하고 지내지 못한 경우 또 핵가족화 되면서 친척이 적은 경우는 이런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그동안은 후배들이나 친구의 친구 등을 불렀었지만 하객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신랑신부 측에서 하객을 대신할 사람들을 모집, 결혼식장의 자리를 채워주고 지인인 척 연기한 대가로 일당을 주는 ‘하객대행’이라는 아르바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하객대행은 주로 신랑신부의 연령을 고려해 친구, 지인, 동료 등으로 구성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축하, 폭죽, 사진촬영 등이 주된 업무이고 점심은 연회장에서 공짜로 먹을 수 있다. 급여는 일당 1만5000원에서 3만원 수준이지만 보통 결혼식은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만 참석하면 되는 것이기에 하객 알바를 지원하는 사람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 대행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하객뿐만 아니라 사회, 주례, 축가까지 풀세트로 부탁하는 결혼식도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대행업체에 등록한 사람들은 주로 대학생과 20대 후반까지의 젊은 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 학생은 “예전에는 예식장 관계자나 기존에 일하던 사람의 소개로 시작했었는데 지금은 아예 업체에 등록해 거의 매주 나가고 있다”며 “특별히 힘든 일은 없지만 처음 보는 신랑 신부와 아는 척을 해야 할 때가 오면 어색할 때가 많다. 하지만 시간대비 수입도 괜찮은 편이어서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객대행이 늘어나면서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고 돈이 된다는 소문에 나쁜 마음을 먹고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생기는가 하면 세상을 휩쓸고 있는 외모지상주의에 눈물짓는 이들도 있다. 거기에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생계형 알바를 하는 고시생들까지 생기고 있어 씁쓸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에서 방송국 방청객이나 하객대행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간 주부 등 5400여명에게 가입비와 프로필 사진 촬영비 명목으로 1인당 3만∼6만원씩 모두 2억3000여 만원을 받아 챙긴 기획사 대표가 구속되고 사진사 등 9명이 불구속 입건되는 사례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이거나 주부들, 그리고 젊은 여대생들이었고 힘든 생활에 한 푼이라도 벌어보겠다고 찾아갔다가 속고만 것이다. 관련 사이트와 회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벌어진 나쁜 사례인 것이다.

지금도 하객대행이나 방청객을 모집하는 대부분의 사이트는 가입비를 내고나서 일을 시작할 수 있는데 큰 돈은 아닐지라도 자칫 사기의 위험이 있으니 자세히 조사해보고 가입해야 한다.

하객대행까지 불어온 외모지상주의도 문제다. 예전에는 알바를 원하는 사람들 수가 적어 대부분 신청만하면 하객대행 일을 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구직자들이 늘면서 외모순으로 일을 얻기도 하는 것이다.

대전대를 졸업했다는 A씨는 “키도 작고 예쁘다고도 할 수 없는 얼굴이라서 그런지 자꾸 일을 놓치게 된다”며 “취업준비 중인데 면접 때마다 외모 때문에 불리하다고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는데 이제 가끔 하는 알바자리도 구하기 힘들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주로 결혼식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는 김민석씨는 “남자들보다는 신부들이 예쁜 알바생들을 원하는 것 같다”며 “기왕에 돈을 주고 불렀는데 외모가 떨어지는 사람들이 와서 사람들의 수근거림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자기 친구들이 예쁘다고 말하고 싶은 듯 하다”라고 꼬집었다.

생계형 하객대행도 생겼다. 밥을 먹기 위해 이 일을 시작한다는 것.

요즘 공무원이 되고자하는 학생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대학가 주변과 도서관은 대부분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공부기간이 길어지면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 힘들어진 고시생들 중 하객대행 알바에 매달리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충남대 도서관에서 만난 B씨는 “공부에 매달리다보면 매일매일 하는 알바를 해서 돈을 모으기 힘들다. 어차피 공무원시험이 한 두 문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데 몇 시간씩 공부를 못하게 되면 차이가 커진다”며 “평일에는 싼 대학구내식당에 해결하지만 매일 그런 밥만 먹기도 힘들고 학교주변 원룸들의 월세나 전세도 올라 그 돈을 감당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객알바를 하게 되면 뷔페를 갈 수 있고 짧은 시간에 1~2만원을 받으니 그 돈으로 다음 일주일을 생활할 수 있다”며 “솔직히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결혼식가서 부러워만 하고 있는 게 곤혹이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돈을 손에 넣기가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서로가 원해서 생겨난 ‘하객대행’이지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알바가 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의 배려와 구직자들의 조심성이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하다.

/유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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