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목요세평] “대화란 잘 들어 주고 질문을 잘하는 것”

윤혜숙 대전지역사회교육협의회 회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0.01.08 17:19
  • 기자명 By. 충청신문
윤혜숙 대전지역사회교육협의회 회장
윤혜숙 대전지역사회교육협의회 회장
흔히 대화가 무엇이냐는 물음을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대화란 주고받는 말”이라고 대답한다. 그들의 말처럼 대화란 이론상 ‘말함으로써 주는 것’ 만큼 ‘들음으로써 받는 것’을 전제하지만, 실상 수많은 대화를 진행하며 많은 부분에서 스스로 독백만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대화란 독백이 아닌 다성(多聲)적이라는 것, 서로 주고받음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15년째 대화법 혹은 의사소통기법이라는 제목으로 수없이 강의를 진행하며 목격한 과제이다. 내 기분에 따라, 나의 성향에 따라 혹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대화이다. 그뿐만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따른 대화방식의 변화도 한몫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화를 잘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단지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상대가 설득된다는 것을 의미할까? 아니면 요즘 많이들 선호하는 스피치의 능숙함이 대화를 잘하는 것일까? 내가 많은 사람을 만나며 결론지은 답은 “대화란 잘 들어 주는 것이자, 질문을 적당히 잘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적인 부호들에게 성공 비결을 물으면 대부분이 “나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으며, 잘 들었을 뿐이다.”라는 뉘앙스의 말을 한다. 즉, 대화의 성공과 비즈니스에서의 성공은 남의 말을 잘 듣는 데 비결이 있는 것이다.

그럼 잘 듣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그 답을 ‘좋은 관계 맺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러분이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는 자녀들과의 대화에서, 부부간의 대화에서, 더 나아가 이웃 간의 대화에서도 서로 간의 관계 맺음이 대화의 성공을 좌우한다. 관계 맺음의 실패는 이윽고 대화의 실패만을 낳을 뿐이다.

그렇다면 자녀와의, 부부간의, 이웃 간의 관계 맺음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 것인가? 가깝게는 우리나라의 옛 글귀들에서부터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밥상머리 대화가 가족의 평화와 자식의 성공을 만든다는 속담을 떠올려보라. 부모와 자식 간의 성공적인 대화는 밥상머리만큼의 일상적인 공간 속에서 존중과 배려라는 관계 맺음에서부터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베갯잇 송사라는 말은 어떠한가. 부부간의 솔직함이 묻어나는 침대 머리의 일상 속에서부터 대화의 실마리가 시작된다. 사랑과 신뢰로 맺어지는 베갯잇 관계 맺음은 아름다운 부부 대화를 이루어낼 것이다.

마지막으로 요즘 유행하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어구를 떠올려보라.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고, 자신의 귀를 여는 순간 나를 둘러싼 수많은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이렇듯 일상에서의 단순한 태도 변화가 새로운 관계 맺음을 만들어내며, 웃음과 관심으로 가득 찬 이웃과의 대화를 형성해낼 것이다. 이 글을 쓰며 소망하는 바는 여러분이 만들어낼 소박한 관계 맺음이 빚어낼 거대한 대화의 장을 목격하는 것이다.

이 글을 통해 여러분은 먼저 “나는 나와 통(通)하는 사람이 되며”, 더 나아가 “너와의 통(通)을 이루어낼 것이며”, 이를 통해 자연히 “우리 모두의 통(通)”을 이루어낼 것이라 믿는다. 또한, 부족하지만 이 글을 통해 만들어낸 서로 간의 관계 맺음이 ‘통통(通通)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가득한 건강한 가정’, ‘행복한 사회’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는 작은 소망을 품어 본다.

어린 시절 교육이 평생을 간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식사하기 전 윗분이 수저를 들기 전엔 함부로 들지 않고 연장자가 먼저 수저를 든 후에 식사를 하는 아름다운 미덕을 지녀왔다. 그것이 당연한 것인 줄 알고 예의와 존중, 배려를 길러 왔기에 동방예의지국이란 소리를 들어왔다.

가족 간에 식사시간 대화는 어떤 의미에선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하고도 살아있는 소통교육이 아닐까 생각해본다.쌀 한 톨에 땀이 서 말이라는 농부들의 피땀 어린 노력 속에 우리가 편히 식사를 즐길 수 있고, 그러한 여유로운 마음속에 진정한 인성이란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시간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교육의 시작은 밥상교훈으로부터 시작된다.

최근엔 서구화되는 음식 속에 서양식 음식 먹을 때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법을 먼저 가르치는 집안도 있다. 건배를 할 때는 잔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눈을 봐야한다는 와인 등에 대한 기본매너교육을 시키는 것도 알고 보면 음식에 대한 소중함에서 상대를 배려하고 분위기를 리드하는 식사예절을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소소한 생활 속에 있었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주고받음으로써 가족 간의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 어떤 교육보다 소중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자녀와의 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먼저 세대차이 부터 인정하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지만 서로 간에 얼굴 볼 시간이 별로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대화의 시간이 줄어드니, 어떤 측면에선 밥상머리 교육이 아닌 식사를 통한 소통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과거의 어른들이 아날로그 세대였다면 지금의 아이들은 디지털 세대들이다. 아날로그 시대엔 전화나 직접면담을 통한 대화가 주를 이루었지만, 요즘의 디지털 세대들은 문자나 카톡, SNS로 자기의 존재를 알리고자 한다.

아이와의 소통을 위해선 식사 시간엔 주로 공부보다는 아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이나 관심사에 관한 이야기나 SNS에서 아이의 멋진 사진이나 좋은 글 등에 대한 칭찬과 인정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좋다. 밥상머리 소통은 가족관계를 위한 소중한 시간이다.

인간관계가 성공의 85%를 차지한다는 말이 있듯이 무엇보다 제대로 된 소통교육이 필요하다. 소통을 위해선 말이나 목소리 등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의 표정과 태도와 관련된 비언어적 요소는 더욱 중요하다. 식사시간을 통해 대화와 더불어 비언어적인 예절 등을 배운다면 자녀는 올바른 인성을 갖춘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