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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교장 자격증의 숨은 그림

김대유 전 대통령자문교육혁신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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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1.15 14:29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대유 전 대통령자문교육혁신위원회 위원
김대유 전 대통령자문교육혁신위원회 위원
교장자격증을 둘러 싼 논란은 교원승진제도의 폐해와 유능한 교장임용의 수급이라는 측면에서 불거졌다.

교장 및 교감 자격증 폐지를 주장하는 전교조 등 진보진영은 “교수가 총장을 하다가 다시 교수로 돌아오듯이 교사가 교장을 하다가 교사로 돌아오는 보직제가 세계적 추세”라는 논리를 들고 있다. 교총은 “교사가 벽지점수, 가산점, 승진점수를 교직 생애주기에 축척해 교감, 교장이 돼야한다”며 점수관리를 잘하는 교사가 우수한 교장인력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 형 교장공모제를 지정하고자 하는 학부모 찬반 설문지 용지에는 공모제학교 지정을 묻는 찬반여부와 함께 ‘교장자격증 소지자와 교장자격증 비소지자’라는 용어를 칸막이 해 찬반을 별도로 묻고 있다.

교육계의 현실을 잘 모를 수 있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상식적으로 자격증 소지자를 더 전문가로 볼 소지가 있는 설문방법이다. 여기에 숨은 그림이 있다.

교육청이 설문지를 기획하고 결재하는 과정을 맡는 교육전문직(장학사 등)은 보통 두 종류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교감, 교장 출신이거나 교감, 교장이 될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주도적으로 교육부와 교육청의 초중고 교육정책을 짜고 추진한다.

이 분들은 평교사 시절에는 교직의 생애주기를 승진점수 관리나 장학사 시험에 몰두하고 교감이나 장학사로 승진하면 그 때부터 10년에서 20년 정도를 학교와 교육청을 오가며 관리직으로 생활한다.

그들은 교장공모제 중 교장자격증 소지자가 95%를 차지하는 초빙교장제의 초빙교장이 되거나 교육전문직으로 복귀하면 그 임기의 기간을 4년씩 두 번만 하게 되어 있는 교장중임제에서 면제해준다.

말하자면 A라는 현직 교장이 8년만 할 수 있는 중임제 교장임기를 초빙교장 4년, 장학사(관) 4년을 하게 되면 합쳐서 16년을 관리직으로 근무하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교장자격증을 소지한 현직 교감, 교장들은 초빙교장과 교육전문직 진출에 목을 맨다.

우리나라는 교장을 포함한 교육관리자의 종사자 수가 3만3000명에 이르러 이 또한 세계 최대 규모의 교육관리자 규모를 자랑한다. 더욱 놀라운 일은 거의 모든 평교사 승진그룹과 교감, 교장이 교총에 가입하고 있고, 그들이 교육청이나 교육부로 가면 교육전문직이 되고 다시 학교로 복귀하면 교총회원이 된다. 그래서 교총은 교원단체이기 보다는 그 자체가 관청이라는 지적이 있다.

학교현장은 20대부터 승진경쟁이 가열되고 있고, 교감이나 장학사가 되기 위해 쏟아 붇는 마지막 3년간의 특강 등 과외비의 총액은 3000억 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교감, 교장 자격 연수비는 해외견학 등을 포함하면 연간 천문학적 액수의 국비가 투입되고 있다.

평교사가 교장이 되는 길은 오직 세 가지가 있다. 교감으로 승진하거나 장학사가 되든지 평교사가 응모할 수 있는 내부형 공모제 교장이 되는 것이다.

이 중 가장 유리한 교장승진 방법은 무엇일까? 단연코 장학사가 되는 것이다. 3000명이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장학사 집단은 거의 전원 임기 중 모두 교감 및 교장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고, 승진발령에서도 평교사 출신 교감이나 교장보다 훨씬 유리하다. 초빙교장이 되거나 다시 교육전문직으로 임용될 때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승진방법이다.

평교사가 교감승진을 하려면 현직 교장과 교감의 근평 점수를 받아야 하는데 사실상 승진후보자의 지명권을 독점한 교장의 결정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장학사가 되려면 동료평가나 시험을 치러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장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 동료평가조차 교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교장은 승진의 유일한 신’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점수관리를 잘하고 장학사 시험공부를 열심히 준비해도 교장의 점지나 추천이 없으면 도로아미타불이다.

현직 교장이 차기 교장을 지명하는 제도는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고 심지어 우리나라 내부의 어떤 공무원 조직에도 없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도 현직 과장이 차기 과장을 지명하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교총이 말하는 착실한 승진점수 관리자가 교장이 돼야 한다는 논리에도 맞지 않다.

교장자격증 제도는 일제(日帝) 때 만들어져서 운영되다가 이승만 정부 때 폐지되었고 과도 내각에서 부활했다. 교감제도는 박정희 군사정권 시기 1963년 교원 통제의 일환으로 전격 도입됐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21조 별표에는 교감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교직경력 6년 이상이면 소정의 교육을 거쳐 임용될 수 있고, 교장은 교감 임용 후 3년 이상이면 역시 소정의 교육을 거쳐 교장이 될 수 있다.

초중등교육법은 영국이나 미국처럼 누구나 교장이 되고 싶어 하는 교사는 일정한 리더십 연수나 대학원 코스를 거치면 교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이렇게 중요한 교감, 교장 자격증 법률의 정부 시행령이 2019년까지 제정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냥 교육부에서 내부적으로 교육부령에 해당하는 승진규정을 시시콜콜 정해 운영하고, 교육청은 그에 따라 세칙이나 규정으로 승진명부를 만들어서 현직 교장이 추천하는 승진대기자에게 교감연수의 기회를 부여한다.

결국 차기 교장인 교감을 정하는 유일한 당사자는 현직 교장인 것이다. 대한민국 일선 교육을 이끄는 교장인력은 국적불명의 폐쇄형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그 모든 폐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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