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내포] 류지일·장진웅 기자 = 국민건강식품으로 불리는 우유, 이 우유의 핵심재료인 원유가 '무자격자 검사'를 통해 제조업체에 들어가고 있어 품질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검사 권한이 없는 무자격자가 원유 품질 검사를 벌인 데 이어 해당 원유가 유제품 제조판매 업체에 납품까지 이뤄진 사실이 취재 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15일 충남도 등에 따르면 낙농가에서 '집유(유제품 생산을 목적으로 원유를 모으는 일)' 원유에 대해선 항생제와 성장촉진제 잔류 수치를 검사하는 한편, 원유 성분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관련 법에선 검사 권한을 검사관 또는 책임수의사로 한정하고 있다.
또 검사장비 고장 등 부득이한 경우 동물위생시험소 등 타 기관 등에 검사를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해 안정성과 객관성 그리고 공정성을 담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한 축협의 집유장이 법을 벗어나 검사를 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충남의 A축협 집유장에선 기존 책임수의사가 퇴사해 보름 이상 공백이 있었지만, 이 기간 원유 검사는 그대로 이뤄졌다.
해당 기간 다른 수의사 이름으로 검사 서류를 작성했기에 가능했다.
이른바 보조원이라 불리는 검사 권한이 없는 무자격자가 수의사의 검사 확인 서명을 대신한 것이다.
서명 당사자인 수의사는 집유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타 기관에 위탁 검사를 의뢰하지도, 관할인 충남도에 수의사 변경 신고도 하지 않은 채였는데 수의사 바꿔치기에 서류 조작까지 한 셈이다.
이렇게 검사가 끝난 원유는 국내 대형 유제품 제조판매 업체인 B유업에 보내졌다.
이에 대해 A축협 관계자는 "위생검사를 받은 집유장에 근무 중인 직원이 검사를 수행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직원은 법에서 명시한 검사관이나 책임수의사가 아니다.
이 집유장에선 책임수의사가 휴가를 가거나 쉬는 날인 주말엔 역시 무자격자인 다른 직원이 원유 검사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잔류 물질 검사는 책임수의사가 수행해야 한다"며 "(검사 권한이 없는) 보조원은 수의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수의사 공백에 대한 행정처분 사전 통지서가 나간 상태"라며 "수의사 변경없이 또 다른 수의사의 서명 건에 대해 추가로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집유장 외에도 다른 곳도 상황은 비슷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업계에선 이를 관례처럼 말한다.
이를 지도·감독해야 할 충남도 등 행정당국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유 소비량 감소에 낙농업계가 울상인 가운데 이같은 원유 관리 부실 소식을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