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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전통시장

이은상 경영학박사·에파타전략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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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1.29 14:18
  • 기자명 By. 충청신문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을 가고 그 나라의 현재를 보려면 재래시장으로 가라~”

일반적으로 시장은 '사고자 하는 사람과 팔고자 하는 사람이 물건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모임 또는 장소'로 정의된다. 시장의 순 우리말은 장터를 의미하는 저잣거리의 ‘저자’라고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재래시장 또는 전통시장이란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그 나라의 특성에 맞는 전통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며, 그 중 다수는 독특한 역사와 이야기를 갖고 있다. 즉, 시장은 농촌과 도시를 이어주는 소통의 공간이면서 역사적이고 동시에 정서적인 공감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일찍이 우리나라에 시장이란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신라시대 당시의 21대 소지왕 12년(4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 경주의 시장이다. 고려시대에는 점차 시장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시장의 규모도 크게 성장하였으며, 조선시대에는 각 지방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정기적으로 열리는 '향시'라는 향토 시장이 성행하였다. 이 후 일제 강점기에 들어오면서 지금의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 광장시장 등에 전통 상권이 형성되었다. 따라서 전통시장이란 개념은 근대적 유통시설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인 1980년대 이전부터 우리 주변에서 운영되고 있었던 상설시장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에는 저마다 대표적인 전통시장이 중요한 관광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산 미구엘 시장, 미국의 파머스마켓, 영국의 버로우마켓, 독일의 빅투알리엔 시장, 터키의 그랜드바자, 스페인의 콘셉시오 시장, 그리고 프랑스의 다게르 시장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관광 명소가 되었다. 이곳 전통시장들은 이미 도시민의 일상 속에 소중한 쉼의 장소이자 지역공동체의 소통공간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서민의 삶과 지역경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는 전통시장은 2019년 기준으로 현재 전국 1450 여개가 영업 중에 있다. 안타깝게도 전통시장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다양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그 수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소상공인 진흥공단 자료에 의하면, 전국의 전통시장은 1911년의 1084개에서 이후 2005년의 1660개까지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3년에는 1502개로 감소하였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전통시장이 경쟁하기 힘든 대형할인점, 기업형 수퍼마켓, 홈쇼핑 채널, 그리고 각종 편의점들이 공격적인 마케팅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우며 이미 골목상권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시인구의 밀집현상과 핵가족화, 인구고령화, 자동차문화, 여성 취업인구의 증가, 온라인 쇼핑과 같은 소비패턴 및 사회구조적 변화도 전통시장 감소의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전통시장은 하드웨어적인 문제점이외에도 소프트웨어 측면이라 할 수 있는 머천다이징, 서비스품질, 마케팅 접근기법과 같은 서비스적인 요인에서도 여전히 경쟁력을 갖기가 부족한 편이다.

아쉽게도 전통시장이 사라지는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고유의 문화를 단지 전통에만 머무르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 고객중심적인 사고와 함께 창조적으로 변화한 시장들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아울러 전통시장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기위한 일환으로 고객 편의시설 확충과 선진 영업기법 도입, 품질과 서비스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할 것이다.

아울러 시장이 단순히 장보기 위한 공간만이 아니고 스토리텔링과 함께 지역주민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문화센터의 교양강좌와 같은 요리교실 개설과 다문화 가정을 위한 특색문화 체험 프로그램 등을 도입하고 SNS를 활용한 보다 공격적인 홍보마케팅을 병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반응이 좋은 다른 지역의 이벤트 프로그램을 단순히 모방하여 따라하는 것을 벗어나 각 지역마다의 특색을 강조하는 아이템을 개발하여 차별화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할 것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자구책과는 별도로 정부는 2002년 이후 중소벤처기업부의 청년몰사업, 특성화시장 사업, 상권활성화 사업, 상인교육 사업, 주차장 사업 등을 통해 상인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소상공인 진흥공단에서도 협업화 지원사업, 아이템 발굴사업, 상품개선 및 리모델링 교육사업 등으로 측면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향 후 전통시장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내국인은 물론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도 관광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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