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침을 열며] 배려(配慮)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0.02.16 14:03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상대방을 이해하라는 것이 무조건 그 쪽 의견에 동의하거나, 당신이 틀리고 그 사람이 옳다고 말하라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인격적으로 존중해 주라는 뜻이다. 상대방의 입장, 그 사람이 옳다고 믿고 있는 사실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귀 기울이고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조나단 로빈슨의 배려에 대한 이야기로써 내 책꽂이 맨 위쪽에 붙여져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고 억울한 시선과 말들을 본의 아니게 듣게 되고 그로인해 상처로써 가슴에 품게 된다.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 마음을 다르게 해석하면 나는 공공의 죄인이 된다. 또한 이유 없는 따돌림과 자존감 저하로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주눅이 들고 사람들을 멀리하게 된다. 때로는 사람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해하려고 안간힘을 쓰다가도 그 순간의 상처가 연상이 되면 맘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파스칼은자기에게 이로울 때만 남에게 친절하고 어질게 대하지 말라. 지혜로운 사람은 이해관계를 떠나서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어진 마음으로 대한다라고 하였다.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때로는 오해도 생기고 마음이 왜곡되어 전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결국 알게 된다. 왜냐하면 어두움은 빛을 영원히 가두지 못하며 다만 어두움이 사라지는 시간이 좀 더 길뿐 반드시 어두움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주 학과의 두 분 교수님이 정년 퇴임하셨다. 하지만 두 분 중 한분은 정말이지 나를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게 하셨다. 떠나시는 교수님의 짐을 대신 들고 혼자서 배웅해드렸는데 갑자기‘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콧등이 시큰해지면서 생각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힘없는 발길로 내연구실로 들어오니 울컷 해 지는 묘한 기분에 쓴 커피 두잔을 연거퍼 들이꼈더니 위장 속이 얼얼해졌다.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 살아야 한다. 그것이 중류층의 도덕이다. -G.B. 쇼-’

아마도 그때가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이었던 것 같다. 남동생들이랑 동네 공터에서 야구놀이를 하고 있는데 서울00대학에 다니는 큰 외삼촌이 시골 우리집에 놀러오셨다. '어이구, 여학생이 맨날 야구나 축구를 좋아하니 나중에 시집가기 힘들것다' 이렇듯 맨날 놀리는 외삼촌이지만 잘생기고 거기다 공부도 잘하셔서 솔직히 밉지는 않았다. 그날 저녁 큰 외삼촌이 우리 형제들에게 느닷없이 이상한 질문을 하셨다. ‘너희들은 촛불과 소금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니’ 동생들이 먼저 대답하였고 맨 마지막으로 내가 대답하였다. ‘세상에서 촛불과 소금은 가장 고귀하지만 가장 불쌍하다고 생각해요’ 이유를 말해보라고 하셔서 쭉 설명하였더니 ‘나중에 철학과로 가면 딱이겠네’ 하셨다. 그 후로 나는 철학과 관련된 교과목을 제일 싫어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를 희생해서 주위를 환하게 밝혀 주는 촛불과 음식의 식감을 올려 건강의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소금을 숭고하다고 한다. 과연 상대방의 죽음으로 내 자신의 삶이 윤택해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일까? 외삼촌에게 희생과 배려는 엄격히 다르다고 이야기하였다. 어느 누군가에게 양보를 원하였는데 그로인하여 누군가가 슬퍼하거나 힘들어 질 때 우리는 한번쯤 살펴보아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희생을 요구하지 말고 내가 먼저 배려하고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결혼 초, 육식을 좋아하는 남편의 식성에 나는 매일 곤욕을 치렀다. 늘 밥상에 고기 음식이 있어야 밥을 먹는 남편. 채소랑 생선이 먹고 싶어 가끔씩 남편 몰래 혼자서 한식 뷔페를 찾아 폭식하는 나… 그때는 그저 맞춰 주는 것이 남편을 위한배려라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내가 너무 지쳤고 음식이 서로 안 맞아 정말이지 이혼을 해야 하나, 여기까지 고민 했었다. 물론 남동생의 중재로 서로 조금씩 양보하게 되어 지금은 나도 가끔씩 고기를 먹고 남편도 생선을 먹게 되었다.

나의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각자의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본다면 나의 세상이 되고 각자의 세상이 될 것이다. 그것은 섬이다. 혼자만이 공유하는 섬에는 행복도 꿈도 존재 하지 않는다. 내가 중심이 되는 배려보다는 상대방이 중심이 되는 배려가 아름답고 모두에게 필요한 최선이 될 것이며 따뜻한 배려의 참 의미가 아닐까 여겨진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