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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양승조 충남지사 아산 집무현장 24시

'하루 찻잔 200잔’…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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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2.16 15:08
  • 기자명 By. 장진웅 기자

- 아산 우한 교민 임시생활시설 인근 집무실 꾸리고 소통 행보

 

아산 현장집무실서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양승조 충남지사. (사진=이성엽 기자)
아산 현장집무실서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양승조 충남지사. (사진=이성엽 기자)

[충청신문=아산] 장진웅·이성엽 기자 =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 우한 교민 임시생활시설로 충남 아산에 있는 경찰인재개발원을 지정·발표하자 아산시민들은 우려와 반발을 쏟아냈다. 혹시 모를 감염과 이에 따른 지역경제 타격을 걱정한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에 양승조 충남지사는 소통·공감 카드로 진화에 나섰다. 임시생활시설 인근에 도지사 현장집무실을 꾸리고 마을주민 등 지역민과 가까이서 소통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실제 지난 1월31일부터 개발원에서 200m 떨어진 초사2통 마을회관에 현장집무실을 갖추고 실국원장회의를 비롯해 접견과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양 지사의 일정을 함께하며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분주한 도지사의 하루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14일 오전 9시, 양 지사는 아산 현장집무실서 업무보고를 받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업무보고 주 내용은 역시 코로나19였다. 양 지사는 코로나19와 관련한 관계기관과의 협조 내용, 도의 준비 사항 등을 보고서에 밑줄을 그으며 자세히 살폈다.

양 지사는 도내 대학 개강에 앞선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관련해 "자칫하면 '혐중' 감정 일어날 수 있다. 국내 학생들이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한다. 총장들에게 협조를 구해달라"고 강조했다.

방학 기간 고향에 머물던 중국 유학생들이 개강에 맞춰 돌아오는 데 따른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면서 감염에 대한 걱정도 방지하는 섬세한 대책을 주문한 것이다.

양 지사는 바쁜 하루를 예감한 듯 보고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담당국장에게 "차 마저 드시고 가시라"며 몇 분간의 휴식을 함께 취했다.

이어 오전 9시30분 천안·아산지역 시민 20여명이 현장집무실을 찾았다.

양 지사는 이들에게 아산지역 경제 위축 극복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양 지사는 "한 사람이라도 아산에 많이 오셔서 커피도 마시고 술 한잔 마셔 달라"며 "근본적인 해결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양 지사는 "현명하게 판단하고 실천한다면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낼 수 있다"면서 "적극적인 소비 활동을 성공적으로 한다면 2~3개월 내에 국내 경제성장에 반등의 계기도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시생활시설 지정과 관련한 뒷이야기도 나왔다.

 

14일 양승조 충남지사가 아산 임시생활시설 관계자들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 (사진=충남도 제공)
14일 양승조 충남지사가 아산 임시생활시설 관계자들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 (사진=충남도 제공)

양 지사는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이 임시생활시설로 지정받자 우한 교민들과 시설에 함께 입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자칫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주변의 만류에 시설서 가장 가까운 곳에 현장집무실을 꾸리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는 것이다.

더욱이 애초 현장집무실을 몽골텐트로 세우려 했으나, 마을주민들의 배려로 마을회관에 설치했다고 소개하자 방문 시민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양 지사는 "(임시생활시설이) 안전하다고 100% 확실할 수 있었던 게 (시설에) 미리 들어가 봤다"며 "1인1실에 층별 이동도 안 된다. (교민들은) 감옥살이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국민들은 (이같은 조치에) 보호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충남자율방재단연합회, 서울시립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원, 공주시장, 청양군수 등과의 접견이 오전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이어졌다.

분 단위의 일정에도 아산지역 경제 활성화 동참 당부는 대상이 누구이건 잊는 법이 없었다.

일반 시민들에겐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전처럼 경제활동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하는 한편, 기초자치단체장들에겐 각종 회의와 행사를 아산에서 진행해 달라고 협조를 구했다.

양 지사는 "아산을 위해 힘을 보태달라"고 여러 번 말했다.

정오를 앞두고 산악회 회원 50여명과의 접견도 이뤄졌다.

이렇다보니 집무실로 들어갔다 나온 찻잔 수만 오전까지 100잔에 가까웠다.

비서팀 관계자는 "집무실에 하루 평균 차 200잔가량 들어간다"며 "지사께서는 화장실조차 들릴 틈 없다"고 귀띔했다.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다'였다.

양 지사는 산악회 회원들과 인근 식당에서 이날 점심을 해결했다. 아산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타 지역 일정이 없는 한 임시생활시설 인근 식당에서 오찬과 만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오후 1시, 쏜 살처럼 점심이 지나간 뒤 양 지사는 서산시장과의 접견으로 오후 일정에 나섰다.

도-시 협의 사항을 논의하며 30분을 꽉 채웠고 1시30분 재난안전실장의 업무보고가 이어졌다.

2시부터는 충남개발공사장, 당진시장과 접견을 진행했다.

오후 3시에는 잠시 시간을 내 임시생활시설인 경찰인재개발원으로 이동, 경찰 등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위문금을 전했다.

이후 접견 6건을 더 소화했다.

 

양승조 충남지사가 14일 아산 현장집무실서 충남개발공사로부터 감염 예방 지원금 2000만원을 전달받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충남도 제공)
양승조 충남지사가 14일 아산 현장집무실서 충남개발공사로부터 감염 예방 지원금 2000만원을 전달받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충남도 제공)

이들 접견 뒤 충남개발공사는 방역활동 지원금 2000만원을, 서울시립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원은 화장지 5000개를, 한 기업에선 공기제균기 30대를, 한국의학연구소에선 2500만원 상당의 방역용품을, 여성경제인연합회에선 200만원을 각각 도에 전달하기도 했다.

양 지사는 이들 단체와 일일이 기념촬영을 하며 SNS 등을 통해 기부·전달 내용을 소개해 달라고 당부했다. 더 많은 곳으로부터 관심과 응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다.

오후 7시 양 지사는 역시 인근 식당에서 만찬을 하는 것으로 마지막 일정을 소화했다.

양 지사의 이날 공식 일정은 19건에 달했다. 중간중간 사전 예고 없이 민원 방문은 제외한 것이다.

양 지사는 코로나19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일상으로 복귀'를 꼽았다.

양 지사도 우한 교민들이 임시생활시설에서 모두 퇴소하고 시설 관계자들까지 모두 철수한 오는 18일 현장집무실 생활을 접고 내포신도시 도청사로 복귀한다.

현장집무실을 처음 갖출 당시 우한 교민들이 모두 안전하게 귀가할 때까지 지역주민과 함께할 것이란 약속을 지키려는 것이다.

도정 최초로 현장집무실까지 꾸린 뒤 잡음 없이 운영 마무리에 들어간 양 지사의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다음 행보가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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