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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조물주 위에 건물주?

허재삼 작가·공인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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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2.18 15:28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재삼 작가·공인중개사
허재삼 작가·공인중개사

2019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중이 29.8%로 사상 첫 4인가구를 추월했다. 1인 가구 증가는 저 출산 고령화와 비자발적 1인 가구가 급증한 탓이다.

비자발적 1인 가구의 유형을 보면 배우자와의 이혼, 별거 외에 사별이 있다. 또 젊은 층에서 보여주고 있는 4포 세대(연애포기·결혼포기·출산포기·내 집 마련포기)의 만혼과 비혼 등이 1인 가구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건물을 가지고 있으면 일을 하지 않고도 월세로 먹고 살 수 있다는 이유로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에 ‘건물주’가 상위권에 올랐다고 한다. 또 100세 시대와 저금리 시대를 맞아 ‘건물주’라는 직업은 많은 은퇴 생활자들이 꿈꾸는 직업이다.

앞으로 1인가구는 더욱 늘어날 전망으로 건물주라는 직업의 인기도 높아지리라 생각된다. 요즘은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건물주를 갑중의 ‘갑’으로 보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시각은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인간의 근원적 본성 때문일까? 아니면 물질적 욕망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우리시대의 자화상인가? 그러나 모든 것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듯이 건물주에게도 나름대로의 애로사항(?)이 깃들어 있다.

건물소유에 따른 각종 세금지출이나 건강보험료 인상 등이 있다. 또 가장 큰 고민거리는 공실발생 문제와 더불어 최근 부쩍 늘어난 임대료를 장기간 연체하는 진상고객(임차인)을 만났을 때다.

‘소유권’이라는 막강한 권리를 가진 건물주라도 적법한 절차 없이 임차인을 강제로 내보내거나 임차인 재산에 손을 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가 관리하는 다가구주택 건물에도 보증금 200만원을 예치해놓고 7개월간 월세를 연체한 임차인이 있었다. 임차인에게 수차례에 걸쳐 월세 입금을 전화와 문자로 독촉했으나 입금날짜를 차일피일 연기했다. 편의를 봐줬든 것이 화근이었다. 거기에 한술 더 떠 월세를 보증금에서 공제(차감)해달라고 나름대로의 해법(?)도 제시했다.

필자는 최후수단이라 생각하고 임차인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내용증명은 우체국을 통해 발송한다. 3부를 작성해 발송인·수취인·우체국에 각 1부씩 보관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건물주는 계약 해지 이행을 요구할 증거를 법적으로 확보함과 동시에 임차인은 내용증명을 받으면 심리적으로 큰 압박을 받아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하게 된다.

내용증명에는 ‘임차인이 예치한 보증금은 임차인 퇴실 시 연체차임 등 임대차 관계에서 발생하는 임차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받은 것이지 보증금의 존재를 이유로 차임의 지급을 거절하거나 그 연체에 따른 채무 불이행 책임은 면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문 조항을 폼 나게 적어 넣었다. 임차인은 내용증명을 받자마자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해 원만하게 해결한 사례가 있다.

임차인이 차임을 연체하거나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건물의 인도 시 하자가 발생했을 때 분쟁 해결의 최선은 건물주와 임차인이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10여년 가까이 원·투룸 임대차를 전문적으로 취급해온 필자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임대료 연체 분쟁은 건물주의 지위를 포기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다.

건물주들은 심적 스트레스 때문에 병원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임대차 계약서 작성 시 보증금은 보통 월세의 8개월 치 이상을 받아 놓는 것이 좋다. 법적 분쟁발생시 명도소송제기와 강제 집행에 따른 시간에 수 개 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 임대차 계약서 특약사항에 ‘월세 연체 시 이자 비용을 부과한다는 조항’과 ‘월차임이 2회 이상 연체 시 계약은 즉시 해지 된다’는 조항을 반드시 명기한다. 건물을 인도할 때 ‘부동산을 원상으로 회복해 임대인에게 반환’하고‘부동산 중개보수 등 기타 비용도 부담한다’는 등의 특약을 넣는 것도 좋다.

이러한 안전장치 등을 마련했음에도 월세를 연체하고 배 째라 식으로 버티는 임차인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화기를 아예 꺼놓거나 건물주가 집을 방문해도 문도 열어주지 않는다. 이럴 때 임대인이 감정적으로 마스터키를 이용해 임차인의 방에 들어가는 행위, 전기나 도시가스 차단기를 내려놓는 행위, 수도를 차단하는 행위 등은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

특히 주거침입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미수범도 처벌된다. 만약 건물주라고 해서 임차인 집에 무단으로 들어가면 재물손괴죄나 점유이탈횡령죄도 추가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주거권은 인권이라고 한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세계인권선언서에도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가 들어 있다. 평생 모은 돈으로 어렵게 마련한 건물을 밑천으로 마음 편히 ‘조물주 위의 건물주’가 되려면 계약서 작성 때부터 꼼꼼하게 서류를 검토하고 우량한 임차인을 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것이다. 진상 임차인을 만났을 때는 되도록 법적인 분쟁을 피하고 당근과 채찍을 제시해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차선이라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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