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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어릴 적 이맘때 쥐불놀이 속의 행복

이노신 호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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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2.20 14:16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노신 호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이노신 호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겨울이 너무 춥지 않다보니 반짝 다가왔던 이번 주 추위가 조금은 반갑기까지 하다. 일설에 의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1년 주기의 평균 온도를 매번 일정하게 유지한다고 한다. 따라서 한 해의 여름이 그다지 덥지 않았다면, 곧이어 오는 그해의 겨울 또한 그다지 춥지 않다는 것이다. 반대로 여름이 매우 더우면, 그해 겨울도 매우 추워서 한 해의 평균 온도가 일정하게 맞춘다고 한다.

기억해 보니 지난해 여름은 그다지 덥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겨울도 별로 춥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겨울에 눈다운 눈이 내렸던 것은 이번 주 이틀 정도이다. 그것도 봄의 두 번째 절기인 우수에 보게 되었다. 우수는 사실 봄비가 내리고 만물에 싹이 터 오르기 시작하는 시기를 말한다. 어쨌든 잠시나마 눈을 보게 되었다.

지금은 지구 온난화 현상과 이상기후로 인하여 기상 예측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다. 겨울이 겨울답지 못해서 그런지 각종 질환이나 병충해도 많이 생길수도 있겠다.

약 40년 전 어린 시절의 이맘때를 떠올려보면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날씨는 겨울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었다. 그래서 이맘때쯤 양지바른 논가에 나가 보면 군데군데 새까맣게 탄 논둑이 보였다. 그것은 지난 대보름 때 내 또래의 동네 아이들이 깡통에 숯을 담아 공중에 빙글빙글 돌리는 쥐불놀이를 하다 논둑을 태워 먹은 흔적이었다. 아니면 아예 논 주인들이 불을 놓아서 논둑을 새까맣게 태우기도 하였다.(둘 다 지금은 불법이며 따라서 자연환경 훼손 및 방화행위로 법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대보름이 휘영청 뜬 밤하늘 아래서 논둑에 나와 숯불이 든 깡통을 하늘 높이 화악 던질 때면, 마냥 행복하고 뿌듯했었다. 때로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웅장하고 위대함을 느꼈다. 비용이 지출되는 화약도 필요 없고, 전혀 돈도 안 든다. 저녁 밥 짓고 타다 남은 나무를 쓰거나, 마른 나뭇가지와 마른 풀을 함께 깡통에 넣고 성냥으로 불을 붙인 뒤 빙빙 돌리면 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어린 마음에 경험했던 쥐불놀이는 미국 보스턴의 찰스강변에 하는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크게 느껴졌었다. 강변에서 연주되는 팝스 오케스트라의 멋진 음악보다 대보름달 밤에 논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들이 아직도 더 귀에 생생하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그것은 새봄을 맞이하여 따뜻한 날씨에 부화될 수 있는 풀 사이의 벌레 알들이나 땅속 애벌레들을 박멸하기 위한 해충구제 조치였다. 또한 지난해의 묵은 풀들을 태워 작물을 위한 비료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논둑에는 해마다 호박이나 콩 등과 같은 작물을 파종하여 재배하였기 때문이다. 약 한 달만 지나면, 새까맣게 탄 논둑 흙더미 사이에서 초록색의 작물 싹들을 볼 수 있었다. 호박으로 기억하고 있다. 콩은 조금 나중에 심기도 하였다.

어릴 적 이맘때는 겨울의 한파를 이겨내고 어느덧 새봄의 기운이 움트는 시기였다. 어릴 적의 겨울은 지금보다 훨씬 더 춥게만 느껴졌었다. 차가운 북풍을 막아주는 높은 건물들도 없었고, 지금처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도 없었으며, 또한 겨울에 입었던 방한복들이 지금보다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체구가 아직은 어리고 작다 보니 더욱 추위를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이 시간에 떠오르는 추억 속에서 만큼은 그 추위마저 왠지 푸근하고 정겹고 달콤하게 조차 느껴진다. 물론 어릴 적 추억이니까 가능할 수 있다. 지금은 아이들이 더 잘 먹고, 잘 클 수 있는 여건들이 너무도 좋다. 적어도 나의 세대까지만 해도 절대빈곤이 무엇인지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였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촘촘해진 사회안전망과 각종 사회복지제도를 통하여 절대빈곤의 여지를 용납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행복과 만족을 느끼는 기준과 방법은 개개인마다 모두 다르며 각 개인은 그것을 추구해 나갈 수 있다. 그럼에도 어린 시절의 추억이 더욱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쥐불놀이에 큰 행복을 느끼고 마냥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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