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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전통시장 들여다보기(서울 편)

이은상 경영학박사·에파타전략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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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2.26 14:3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은상 경영학박사·에파타전략개발원
이은상 경영학박사·에파타전략개발원

우리나라 어느 지역을 가도 그 지역의 정서와 문화 그리도 숨겨진 스토리가 있다. 전통시장은 서민의 애환과 지나간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누구든 어린 시절 한번쯤은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전통시장 특유의 메카니즘과 맛난 음식들을 경험했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전통시장은 늘 행복한 놀이터였고 친구였고 때로는 지친 삶으로부터의 도피처이기도 했다. 이러한 일환으로 이번 호엔 서울의 전통시장 속 이야기로 들어가 본다.

남대문시장은 하루 평균 3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이다. 조선 태종 14년(1414)에 정부가 상인들에게 가게 터를 빌려주면서 형성되었으며, ‘남문안장’ 혹은 ‘신창안장’이라고 불렸다. 이후 영조 16년(1704)에 ‘철비장’이라는 시전이 도입되면서 제대로 된 시장기능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1921년 연사 송병준의 조선농업주식회사 설립과 더불어 개시되었으며, 815해방 후에는 남대문상인연합회가 설립되었고 본격적인 상설시장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하지만 1953년과 1968년에 각 한번 씩 대형 화재로 인하여 큰 손실을 입게 되었다. 이를 복구하고 현재는 대지 약 2만2000평과 건평 약 6만8000평의 국제적인 규모로 성장하였으며 노점상에서 백화점까지 약 1만7000여 종의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남대문시장의 특징은 우선, 품질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각 점포마다 상품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하는 구조를 통하여 중간 유통마진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3시간 내내 쉬지 않고 영업하며, 특히 새벽시간대에는 전국의 중간 도매상들이 모여드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한다. 남대문시장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백화점식 서비스를 강화하고 독창적인 홍보 전략으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선진화와 고급화를 꾀하고 있다.

경동시장은 조선왕조 효종 때 한약재를 원활하게 수급하기 위해 1650년대부터 관찰사가 상주하는 지역에 왕명으로 약령시를 설치하였던 것이 모태였으며, 한국전쟁 이후 서울시가 선조들의 위업을 계승하고자 서울 동부권의 교통요지인 청량리역과 마장동 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경동약령시를 지정하면서 본격적인 시장으로 발전하였다. 1960년에는 농산물위주의 상설시장으로 자리 잡았으며, 1980년의 시장근대화 사업을 토대로 하여 1995년 이후 약 1000여개의 한의원과 한약방, 제분소, 탕제원 등이 형성되었고 현재는 전국에서 몰려오는 한약재 물량의 약 70% 이상을 유통하고 있다. 이외에도 경동시장은 각 지역의 체취가 묻어나는 각종 나물과 채소류 그리고 생선이나 건어물 등의 농수산물 등과 인삼이나 버섯 등의 특산물 등 대형할인마트에서 느낄 수 없는 다양한 제품군을 유통하면서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평화시장은 동대문시장이라고도 불리며 한국전쟁 때 남쪽으로 내려온 실향민들이 청계천 5가와 6가의 길가를 따라 장사를 시작한 것이 모태였다. 처음에는 주로 미군의 군복을 염색하거나 수선하는 것이었지만 이후 대한민국 패션의 일번지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60여년 전통의 평화시장은 걸어온 역사만큼이나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시장의 본격적인 형성은 1969년의 신평화 시장과 동평화 시장, 1979년의 흥인 시장과 1980년의 광희시장 그리고 1983년의 동평화 시장과 청평화 시장으로 점점 규모를 늘려나갔다.

지금의 평화시장은 왕십리길, 청계천, 퇴계로 등으로 둘러싸인 교통의 요지이며, 지하철 2/4/5호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이 편리하게 연결되어 접근성이 우수하다. 현재는 약 30여개 상가에 3만5000여개가 넘는 점포들이 즐비하며, 하루 유동인구가 100만 여명에 이르는 국내최대의 패션타운이 되었다. 아울러 시장 주변에는 밀리오네, 두산타워 등의 현대식 쇼핑몰이 밀집되어 기존의 전통시장 적 문화요소와 어울려 관광과 쇼핑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외에도 서울에는 종로4가와 5가 그리고 청계천 일대에서 주로 포목과 의류 유통을 담당했던 광장시장이 있으며, 효자동 인근의 통인시장과 황학동 시장에서 유래한 풍물시장, 양키시장으로 불리었던 방산시장 등도 빠질 수 없다.

가격과 물량에 더해 압도적인 마케팅으로 무장한 대형 프랜차이즈 할인점에 밀려 전통시장은 엄청난 시련과 도전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평화시장이나 경동시장처럼 재래시장 고유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변화하는 시장상황에 슬기롭게 대응하는 모습을 통해 작은 희망을 보게 된다. 결국 시장 활성화의 열쇠는 지역주민들의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 그리고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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