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침을 열며] 소통의 원칙, 맥락 전달하기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0.03.01 13:50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인간의 소통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손짓과 몸짓, 얼굴 표정과 눈빛을 비롯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그러나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확실한 소통은 말과 글을 통해 이루어진다. 다른 어느 생명체에도 없는 말과 글을 가졌기에 인간은 만물의 주인이 될 수 있었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문명과 문화를 이루어 냈다. 말과 글은 지식과 정보, 감정과 사상 등을 공유할 수 있게 하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제삼자에게 전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지식과 정보, 감정과 사상을 세밀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탁월한 능력이다. 다른 어떤 생명체도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의 특징이다.

글은 글쓴이가 적은 내용이 곡해되어 전달될 확률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말은 말한 이가 의도한 바와 전혀 다르게 타인을 통해 왜곡 전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초로 말한 이의 뜻이 한두 단계를 거치면 전혀 다른 말이 되어 퍼져나가는 것을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겪어 봤고, 그로 인해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에 괴로워했던 기억이 있다. 아주 긴 시간 대화를 나누며 나의 진정성을 내비쳤지만, 내 생각이나 감정을 다른 이에게 옮긴 이가 전체의 긴 대화 중 지극히 일부 내용만 전달하면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른 뜻이 전달된다. 그런 상황을 경험해보았다면 그 억울함을 굳이 설명 안 해도 알 수 있다.

얼마 전 국무총리가 민생현장에 나갔다가 주민과 나눈 대화가 각 매체에 보도되면서 큰 파란을 일으켰다. 앞뒤 말을 자르고 특정 부분만을 기사로 보도한 것이다. 그러한 기사를 쓴 기자가 그 상황을 몰랐을 리 없다. 그는 분명 자극적인 기사를 써서 이슈 몰이를 하고 싶은 욕심을 부렸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앞뒤에 주고받은 대화 내용은 옮기지 않고 뉴스를 접한 이들이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할만한 자극적인 내용만 옮겨 기사로 작성했다.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그 기사를 읽어보고 앞뒤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빼고 감정을 자극할만한 내용만 담아 작성한 글임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누군가의 뜻을 말이나 글로 옮길 때는 그가 한 말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순간순간 오고 간 대화에서 특정인에게 자극적일 수 있는 부분만 뽑아내 그것을 가공해서 제삼자에게 전달하는 일은 참으로 유치한 짓이다. 아직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해 고자질을 일삼는 어린아이와 다를 게 없다. 그렇게 맥락을 전달하지 않고, 대화 내용 중 일부 자극적인 어휘만 전달하거나 앞뒤 절제하고 특정 언급만 옮기는 일은 양자에게 아무런 보탬이 못 된다. 오히려 감정을 상하게 해 다툼으로 이어지게 한다. 그러니 싸움을 부추기는 꼴이다.

상대의 말을 특정 단어나 문장만 전달하는 이들은 당초에 나쁜 의도를 가진 경우도 있지만, 전달능력의 부족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상대의 말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정리하지 못하며, 제삼자에게 옮길 때 논리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은 전달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달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듣기 능력, 정보의 내면화 능력, 언어의 가공능력 등이 전반적으로 결여돼 있는 상태이다. 전달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은 나쁜 의도가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맥락을 전달하지 못한다.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의도치 않게 불화를 일으킨다.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의 학습이 부족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악한 마음을 먹고 악의적으로 맥락을 무시하고 말을 전달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덧붙여 전달능력이 부족해 남의 말을 제대로 옮기지 못하는 이들도 넘쳐난다. 그러니 사회에 불통이 넘쳐난다. 통신이 발달하며 소통의 양의 과거에 비해 몇 곱절 늘어났지만, 소통의 기술은 결코 성장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사회는 늘 바람 잘 날 없고, 조용할 날이 없다.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 특히 상대가 하는 말을 맥락적으로 잘 이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가감 없이 그 의도를 타인에게 잘 전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시끄러운 이 세상이 이해하고 포용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너그러워진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