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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봄소식을 잊고 코로나 보다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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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3.16 18:25
  • 기자명 By. 충청신문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
코로나 사태로 인류적 재난사태를 맞고 있다. 강과 산, 동식물과 광물에 이르기까지 인간 몸과 연결된 일상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인간이 발생시킨 전 지구적 기후변화와 환경위기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난제가 된 것이다. 인간 때문에 생물 50%가 멸종 중이다. 인류라는 종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인류세의 위기는 환경, 기후, 생태의 문제가 우리 몸과 직접적으로 연결망을 갖고 있으며 동등한 존재로서의 수평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각성을 갖게 한다. 육식, 축산업, 플라스틱, 화학물질 등 생태적 연결망을 파괴하는 과도한 소유와 착취가 사라지지 않는 한 재앙은 반복적일 수 밖에 없다.

사스와 메르스,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 대규모 방역과 살처분을 통한 방역체계의 진전 이면에는 수천마리 돼지를 생매장하는 정신적 충격의 지속이 자리하고 있다. 야생동물에서 출현한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돼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추세이다. 세계는 생태적 연결고리 및 교역, 동물에 대한 관계가 인간, 비인간을 구분할 수 없을 뿐더러 그것이 바로 인류 자신의 문제임을 증명하게 만들었다. 바로 인간 자신이 이러한 교란의 당사자이다.

‘기후변화는 미국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중국의 사기극’이라며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한 트럼프의 광기는 미국과 미국기업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행동들이다. 세계의 균형자로서의 지위를 과감하게 내던진 트럼프의 이같은 행동은 경제적 군사적 긴장관계를 통해 온갖 통상질서를 난장판이 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예측 불가능하게 만든다. 화석연료, 온실가스, 이상기온과 쓰나미 등 재난이 일상화되고 의료와 복지에 대한 지원은 비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삭감된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트럼프 정부의 공중보건 및 의료체계는 재난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공익성이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불신만 증폭시킨다.

한국사회 역시 코로나19는 일상을 마비시키고 공포를 유발하는 등 온갖 기행과 함께 진행 중이다. 다행히 코로나에 대응하는 사회적 대응이 개방적이고 투명하다는 점과 민주적 역량이 질병에 대응하는 적극적으로 의지로 작용한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라 하겠다. 정부역할과 의료진단능력, 효율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현재의 위기를 넘어서고 있다.

코로나는 인류세의 위기를 상징하는 보편사적 대사건이고 주기적으로 반복될 재앙이다. 한국사회는 기후변화, 인수공통전염병 등 근대화가 초래한 위험과 생태위기를 압축적으로 체험하고 있다. 자연과 생명, 인간 몸과 환경이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지 않으면 감염된 바이러스는 사회·경제적 충격과 변화를 만들 것이다. 공생의 철학과 윤리 실현이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난 새로운 철학을 요구한다.

최근 ‘인류세’의 난관에 처한 학계에 제기된 사상은 ‘신유물론’이다. 신유물론은 서구사상을 지배해온 이원론을 해체하고 자연, 공간, 인공물, 기술 등 비인간적 사물들도 사회의 핵심 구성요소로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간단히 지구는 함께 형성해 가야할 공동세계라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초연결되어 있고 지능화되어 있으며 미디어와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비경계의 사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는 장르와 존재를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시스템이 요청된다.

신유물론은 보다 유연한 사고로 자연, 사회의 이분법을 벗어나 인간과 비인간을 연결하고 그것의 이질성에 새로운 행위와 의미를 부여하는 사고다. 동식물과 생태환경, 몸과 기계의 연장에 대한 보다 폭넓은 사고의 해방이 코로나로 대변되는 대란에서 망가진 삶을 회복할 하나의 철학이 되리라 기대해본다. 주체로서 자신의 삶에 대한 지나친 추구가 이제는 객체에 대한 존중과 지향으로 바뀌어 가지 않으면 병든 인류는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경고가 다가온다.

예술 또한 이러한 위기에 있어 동일한 지평을 갖는다. 코로나로 병든 몸은 예술과 정신의 새로운 각성, 더 이상 세상과 자신을 망가지게 하지 않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코로나의 창궐이 도리어 새로운 문명과 사고의 개화를 촉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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