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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달콤한 일상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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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3.23 13:36
  • 기자명 By. 충청신문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2주 동안 재봉틀 돌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린다. 드르륵 소리가 시끄럽기는커녕 정겹다. 자원봉사센터에서 면 마스크 만들기 봉사를 여성회관 3층에서 2주째 하고 있다. 하루에 한 번 인사를 하러 올라가 봉사자들과 만났다. 2주 동안 재봉틀에 앉아 있는 사람은 바뀌지 않았다. 전염이 무서워 사람 모이는 곳을 꺼리는 이때 그분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자원봉사 활동을 대단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마스크 만드는 것을 지켜보면서 정말 저런 모습이 자원봉사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제 남편이 실험실 후배들 마스크가 필요해서 동네 슈퍼를 돌아다니다 시중가의 두 배를 주고 샀는데 그래도 살 수 있어서 다행이라 했다. 살아가면서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서게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마스크를 쉽게 살 수 없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2주 동안 면 마스크를 만들어 배포한 자원봉사자의 노고에 다시 감사를 전한다.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19의 감염이 두려운 이유는 건강보다도 다른 이유가 더 크다는 말을 했다. 혹여 자신들이 확진자가 된다면 접촉한 사람들이 2주 동안 자가 격리를 해야 하고 자신들이 갔던 장소가 문을 닫아야 하니 그 피해를 주기 싫다는 것이다. 서로에게 배려하는 마음이 이렇게 커서 그나마 우리나라의 상황은 외국에 비해 나은 것인지 모르겠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달라졌다. 이제 톡으로 안부를 묻고 인터넷으로 장을 보고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모임도 회의도 다 취소되었다. 음식은 배달이 많아지고 여행도 금지되었다. 그러면서 경제침체가 길어질 거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나 또한 개강이 미뤄지면서 강의 내용을 학교홈페이지에 동영상으로 올리고 있다. 그러면서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평소 강의를 할 때는 마이크를 쓰지 않고 학생들과 피드백을 하면서 에너지 넘치는 강의를 한다. 그런데 노트북 앞에 앉아 강의를 녹음하려고 하니 재미도 없고 목소리는 꼬이고 혹시나 말을 잘 못 했다가 녹음이 되면 오랫동안 남을 거라는 생각에 더 조심하게 되었다. 그러니 말은 무미건조해지고 이 강의를 들을 학생들 또한 얼마나 재미없을까 싶어 걱정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학생이 전화를 했다. 목소리에 힘이 없고 힘들어 보인다며 빨리 활기찬 교수님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앞사람의 얼굴표정을 읽으며 함께 하고 있다는, 그래서 통한다는 그 느낌이 얼마나 우리에게 소중하고 좋았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의사소통은 목소리 전달은 30%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비언어적인 표현 즉 눈 마주침, 자세, 표정 등이 70%를 차지한다는 말을 실감했다. 그런데 지금 코로나19 사태를 보니 앞으로 2주는 더 녹음 강의를 해야 할 것 같아 걱정이다.

녹음 강의를 하면서 내가 하루 동안 하는 말을 녹음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중에 몇 퍼센트가 필요한 말일까? 하는 물음을 나에게 던진다. 만약 하루 동안의 말을 녹음해서 들어보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일 것이며, 생각 없이 하는 말은 또 얼마일 것인가? 또 한 번 말의 품격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그래도 가까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는 달콤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WHO가 세계적 대유행 펜더믹을 선언했고 얼마 되지 않아 전 세계가 코로나19에 정복당한 우울한 소식만이 전해지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이 일상에 서서히 지쳐만 간다. 하지만 코로나19 예방을 애쓰는 사람들을 위해 호텔을 내어 주고, 그들을 위해 간식을 전달하고 격려의 편지를 남기고 몇 장 안 된 마스크를 모았다가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우리나라가 아직은 살만한 나라라는 생각과 곧 정복할 것이라는 희망이 느껴진다.

남쪽에서는 봄꽃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꽃처럼 화사한 소식은 우리에게 언제 전해질 수 있을까? 꽃소식으로 뉴스의 메인화면을 장식했던 지난봄이 마냥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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