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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혼자 사는 삶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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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3.30 14:09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요즘은 여러 가지 사회 구조적 이유로 1인 가족 주거 형태가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나이가 들어 부부 사별이나 황혼 이혼 등 기타 이유로 혼자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기도 하고, 20~30대의 젊은 층에서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혼자 사는 선택적 홀로서기도 있다. 예전의 북적대는 대가족 형태의 삶에서 조촐한 핵가족화와 혼자 사는 형태의 가족 구조는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생활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반면에 외로움이라는 안타까운 병을 낳는 폐해도 있다.

최근 뉴스에서 영국은 외로움을 국가 정책 의제로 다루면서 ‘사회적 전염병’으로 정의하고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해 ‘외로움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국가적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외로움은 건강을 해치는 치명적인 요소로 개인적 외로움을 막아야 사회적 비용과 공동체의 위협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 외로움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는 것이다. 이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외로움에 대비하는 구체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프랑스 의대의 루이쟈콥 연구원 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혼자 사는 사람은 성별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정신장애가 생길 위험이 크고, 그 주요 원인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국제학술지 「플러스 원」에 발표했다. 모든 연령대와 성별 불문하고 혼자 사는 사람이 정신장애를 겪을 위험이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외로움이 사회적 고립감을 낳고 나아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토록 만병의 근원인 외로움을 치료하기 위해 우리는 과연 어떤 방법을 강구해야 할까? 활발한 대인 관계와 반려동물 기르기, 심리 치료 등을 통해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 이 많이 생기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외로움은 고독사와도 연관이 되는데 선진국 고독사 문제는 홀로 사는 독거노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취업난 등으로 사회적 경력 단절이 생겨 고립감을 느끼는 중장년층의 고독사 위험군이 늘고 있다는 게 차이점으로 나타난다.

‘혼자 사는 삶’ 이란 완전한 독립이란 의미에서는 약간의 자유로움과 어설픈 낭만을 느끼게도 하지만, 여러 가지 감정의 파고를 겪고 인생의 신산함을 알게 된 후 접하는 이 단어는 우리네 가슴에 차갑게 다가와 쓸쓸함으로 밀물 되어 요동친다. 누구나 지금보단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오늘을 살고 있을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이 홀로 사는 삶은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체념해야 하는 황량함 마저 느끼게 한다. 물론 혼자 사는 삶을 재미있게 즐기는 사람도 적지는 않다. 자신을 돌아보고 자유롭게 사색의 시간을 가지면서 나름대로 의미 있게 사는 젊은이들이 그런 예에 속한다.

인생은 결국에는 동반자 없이 혼자 가는 길이지만 사는 동안에는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더불어 사는 삶이길 바란다. 혼자만 잘사는 것은 자연의 섭리가 아닌 것 같다. 주변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삶이 우리가 지향하는 아름다운 인생일 것이다. 더불어 잘 살기 위해 주위에 관심의 씨앗을 싹 틔워보자. 여기저기 관심의 꽃이 피워질 때 이기적인 삶이 아닌 나누는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주위에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나 독립이라는 미명하에 홀로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외로움이라는 추위에 떨고 있지는 않은지 격려의 눈길, 따뜻한 말 한마디, 온기가 담긴 사랑의 난로를 내밀어 보자.

더군다나 코로나 19라는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의 위험이 세계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지금, 홀로 살고 있는 병든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등 취약한 계층은 그 어느 때보다 주변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의 진심 어린 손길로 누군가가 웃을 수 있고, 덜 외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면 우리가 함께 나눈 사랑의 표현이 얼마나 보람 있고 의미 있는 행동이겠는가? 우리가 베푸는 작은 사랑의 씨앗은 그 전파력이 배가 되어 아주 멀리 행복의 홀씨 되어 퍼져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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