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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0.04.02 13:13
- 기자명 By. 황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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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칙은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배웠지만 사실 당시는 잘 와 닿지 않았다. 그저 시험용으로 암기했을 뿐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 법칙이 우리 삶과 아주 관련이 많음을 깨닫는다. 마치 오래된 속담이나 격언, 교훈처럼 그렇게 마음에 와 닿는다. 물론 현대사회에서는 화폐 유통의 법칙으로서 의미는 퇴색하고 역사적인 의미만 가지고 있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귀금속 주화가 아닌 등가의 지폐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레샴의 법칙은 선택 오류나 정보 부족 등의 이유로 나쁜 것들이 좋은 것들을 압도하는 사회 병리 현상을 설명할 때 많이 사용한다. 질 낮은 상품을 과대 포장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질 높은 상품을 선택할 수 없도록 하는 현상은 사회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짜뉴스(Fake News)다. 가짜뉴스의 정의와 범위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사실이 아닌 가짜’ 뉴스의 범위는 언론사의 오보에서부터 인터넷 루머까지 그 폭이 매우 넓다.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가짜 뉴스 개념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가짜뉴스 개념을 ‘정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라고 정리했다.
우리는 한때 ‘뉴스에 나왔다’고 하면 곧 사실로 받아들였다. 9시 뉴스의 앵커는 스타가 되었고, 습관처럼 아침마다 배달된 조간신문을 찾아 들었다. 군사정권의 언론 통제 시절에는 행간에서 의미를 찾기도 했지만 그나마 언론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지금은 이마저도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언론에 대한 불신만 남았다. 한국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고작 22%(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 뉴스리포트 2019’)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물론 가짜뉴스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나라가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언론이 특히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 독자들이 가짜뉴스에 끌리게 된 한편에는 기존 언론의 탓이 크다. 진영 논리로 사실을 왜곡하고, 쓰고 싶은 내용만 기사화하지 않는가. 이 틈에 유튜버들은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조회 수를 늘려 경제적 이득을 취한다. 이들이 양산한 가짜뉴스들은 페이스북이나 카톡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한다. 바로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 셈이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하기도 하지만 양화의 교환가치가 확실히 인정되기만 한다면 반대로 가치가 떨어진 악화는 점차 사라지게 된다. 우리나라도 이젠 가짜뉴스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근본적인 대책은 기존 언론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자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 전반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유권자들은 각종 정보에 의존해 투표해야 할 처지다. 가짜뉴스에 의한 네거티브가 더 기승을 부릴 소지가 다분하여 우려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들이 더욱 꼼꼼히 살펴 참과 거짓을 가려야 할 때다. 적어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만이라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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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규 기자
lin3801@dailyc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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