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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스피치가 두려운 당신에게

장승재 공주대 평생교육원 스피치 지도사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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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4.07 14:06
  • 기자명 By. 충청신문
장승재 공주대 평생교육원 스피치 지도사 강사
장승재 공주대 평생교육원 스피치 지도사 강사
"스피치 강사면 앞에 나와서 떨지 않고 말을 조리 있게 할 수 있어서 부러워요" 강의나 강연, 직장에서 교육생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관객이 무섭지 않아?”

새 학기, 새로운 모임, 새로운 주제로 강의를 할 때마다 불안한 마음에 가장 먼저 도착해서 편안한 공간을 찾는다. 3년 동안 강의를 하면서 이제 익숙해질 만도 되었는데 아직도 나도 내가 어색하다. 늘 처음은 설레면서도 걱정 반 즐거움 반이다.

매주 월요일 저녁 7시면 퇴근하고 ○○대학교 평생교육원으로 향한다. 수강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새로운 강의에 대한 기대감과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와 피곤함이 교차한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나는 스피치 강의를 듣고자 하는 열정만으로 이 자리에 오신 분들을 위해 커피와 종이컵을 꼭 챙겨온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초침이 정각에 이르는 순간 숨이 탁 멎는 기분이 든다.

똑같은 내용으로 강의를 하지만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기분은 첫 연예를 할 때 밀당 하는 느낌과 흡사하다. 떨리고 두려움이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기분을 억지로 누르려면 풍선처럼 터진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몰두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다시 시도하기가 겁이 난다. 내 감정을 존재하는 대로 존중해주는 게 필요하다.

영화 ‘킹스스피치’를 보면 말을 더듬는 콤플렉스를 가진 버티는 마이크 앞에만 서면 말 한마디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를 지켜보는 아내 엘리자베스 왕비는 괴짜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를 만나서 말더듬증 극복에 나선다.

이때 버티가 로그에게 자신이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왕의 자리에서 포기한 형 때문에 왕위에 오르나 심적 부담감이 커 대중에게 말할 때마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이때 라이오넬 로그는 버티와 연설사에 동행해 편안하게 말할 수 있도록 자신감과 기운을 북돋아준다.

말하기가 두려운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한 부담감이 나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약을 할 때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있다. 무대 위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보아, 얼음판 위에 범접할 수 없는 프리마돈나 김연아도 무대 공포증을 고백했다. 유명하고 주목을 받는 자리일수록 자신과의 싸움은 필연인 듯 보인다.

말더듬이 왕 버티가 앞에서 능숙하게 말을 할 수 있었던 점은 물론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와의 인연도 있겠지만, 자신을 솔직하게 인정했던 부분을 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표현해야만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매번 강의를 하지만 오늘도 역시 떨리네”라고 글로 적어보든 혼잣말을 내뱉든 여과 없이 뱉어보자. 그러면 나를 보는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그들의 눈빛이 부드러워진다. 앞에서 말하는 건 누구든지 어려운 법이니까.

나는 말을 잘하고 싶은 사람에게 항상 입버릇처럼 말한다. 완벽하게 갖추고 해야지 이런 생각을 버리세요. 스피치도 자꾸 해봐야 실력이 늘게 됩니다. 완벽한 최선의 선택보다 부족할 수 있지만 지혜로운 차선이 더 중요합니다. 스피치를 잘하고 싶다는 의욕과 마음으로 하기 보다는 남모르는 열정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때 준비과정에서 겪는 어색함과 쑥스러 움은 당연한 감정입니다. 평소 안 하던 일을 하다 보면 부끄럽고 쑥스럽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상태가 오히려 이상한 겁니다.

앞에서 말하는 두려움을 거부하거나 피하지 말고 싫어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두려움은 실패가 두려워서 생긴다. 잘하고자 하는 마음을 과감히 버리고 기대치도 낮추자. 막상 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게 너무도 많다. 말하기도 그 일환이다. 두려움을 떨치고 마음의 짐을 가볍게 내놓아야만 더 멋진 세상이 당신을 기다리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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