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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학점제와 보건교육

김대유 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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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4.08 13:48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대유 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김대유 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초중등교육은 탈바꿈되어야 한다. 개학이 늦어지면서 3월 학제를 9월학제로 개편하자는 말이 거론되었지만, 이는 교육정책 측면에서 적절한 논의가 아니다.

학제개편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현실에서 크게 유용하지도 않다. 그보다는 학생이 자율적으로 과목을 선택하고 교사들이 개별적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학점제 도입이 시급하다.

중등교육과정이 학점제였다면 사이버 수업도 지금처럼 허둥대지 않고 교사 별로 준비해 즉각 실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일제(日帝)가 남기고 간 획일적인 단위제 교육과정은 중앙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한치도 움직일 수 없는 경직성이 따른다.

현재의 단위제 교육과정은 학생과 교사의 교육과정이 아니라 교육부가 시간표를 짜주고 평가방법을 강요하는 ‘교육부 교육과정’이기 때문이다. 학점제를 실시하면 한줄로 세우는 점수형 내신제 폐지와 수능 자격고사화가 패키지로 따라붙는다. 그 자체가 흔들림 없는 교육개혁이다.

학점제에서 학생들은 최소 및 최대 이수 학점제를 선택하게 돼 중등교육과정의 기본학력을 유지할 수 있고, 동시에 대입과 연계된 전문 과정을 통해 진로 시스템도 가동할 수 있다.

코로나 위기를 넘기면서 우리 사회가 학점제 전환의 논의를 공론화하면 좋겠다. 또 모든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운영하더라도 교육선진국들의 보편적인 사례처럼 보건과목만큼은 졸업이수 필수 학점으로 배치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학생들이 감염병 예방을 비롯한 건강교육을 익혀서 평생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의 입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마땅하다. 일제도 버리고 간 단위제 교육과정을 신주단지 모시듯 끌어안고 수십년째 변화를 답보하고 있는 교육 관료들에게 개혁을 맡길 일이 아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 사람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를 바란 철학자 피터 싱어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행복한 삶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낙태를 허용할 것인가?”, “비만은 왜 국가의 문제인가?”, “피임은 왜 필요한가?”, “생물학적 성별이 그렇게 중요한가?”, “섹스와 젠더는 무엇인가?”, “우울증은 왜 사회적 문제인가?”, “식품업체는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초중고 학생들은 당대의 미래학자가 던진 이 질문들에 대해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학점제와 보건과목 필수화는 그 질문에 답하게 만드는 과정이 될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역사학자의 안목으로 인류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생활력 있는 교육을 꼽았고,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아툴 가완디는 예방교육과 의료의 가치관을 역설하고 있다.

30년이 넘도록 고3까지 배워야 하는 국영수 과목의 단위수가 360학점으로 4년제 대학 3개를 졸업할 분량인 한국의 교육과정은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면서 교육의 가치를 새롭게 세워야 할 시기이다. 소모적인 공부 경쟁을 지양하고 ‘함께 그러나 다르게’ 성장 할 수 있는 교육의 가치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불필요한 공부경쟁은 결핍동기(deficiency of motive)를 강화시켜서 이기심을 키울 뿐이다. 교육개혁을 통해 동료와 협동하는 성장 동기(growth of motive)를 갖게 했으면 좋겠다.

문재인 대통령과 교육감들은 총선이 끝나는 대로 가장 먼저 청와대와 교육부, 교육청의 교육정책관료들을 대거 경질하고 개혁 마인드를 유지하는 인재들을 발굴해 새롭게 배치했으면 좋겠다. 우리 민족의 앞날을 열어갈 학점제와 교육개혁을 꼭 이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이들은 우리 사회 최후의 그린벨트다. 한시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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