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침을 열며] 예산의 운치 감성계단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객원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0.04.19 17:06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객원교수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객원교수
인간의 생활은 건축물과 도시공간을 떠나서는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 우리는 건축의 이미지를 주거건축이나 상가쇼핑몰, 복합건물의 높은 빌딩정도로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건축물의 필수요건인 ‘계단’은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계단은 ‘높이가 서로 다른 공간들 사이를 밟고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하는 건축물의 일부분’이다. 높은 곳에 쉽게 오르기 위해 계단이 생겨났다. 현학적으로는 추락을 미분화하고 등정을 적분함으로써 중력을 이겨내고 이동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구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점차 훨씬 편리한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에게 기능을 넘겨주고 주계단이 아닌 비상계단으로 밀려났다.

근대 이후 건축물의 발달은 계단 없이는 상상하기 힘들다. 계단이 없었다면 단층건물을 복층화하고 초고층화하는 과정이 가능했을까. 모름지기 인류가 만들어낸 여러 발명품 중 계단이 으뜸이다.

건축적으로 이에 따른 계단의 종류로 위치에 따라 실내 계단과 옥외 계단으로 나뉜다. 형태에 따라 곧은 계단, 골절계단, 중공(中空)계단, 원형계단, 나선계단 등이 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에 편리함과 불편함은 계단 각 단의 너비와 높이의 치수에 따라 좌우된다.

계단은 복도와 함께 건물 내에서 사람들의 이동, 동선을 결정해주는 요소이다. 복도가 수평이동을, 계단은 수직이동을 담당하며 사람들의 신체구조와 운동방식에 적합하게 변화해 왔다.

효율을 중시하는 현대 건축에서는 기능이 우선 시 되는 일직선 계단이 대부분의 건물에 쓰이는 반면, 화려한 문화가 유행했던 옛날 왕조시대 때의 건물에는 웅장하고 조형적인 계단이 쓰였다. 공간 크기에 비해서 지나치게 크고, 여러 방향으로 갈라지는 파리 오페라하우스의 계단은 그 대표적이다. 그곳의 계단은 오르내리면서 적당한 사교가 일어나기도 하는, 마치 하나의 큰 사교장처럼 쓰인다. 이와 같이 계단은 한 시대나 한 문화단위의 가치관이 집약적으로 나타나는 건축물이다.

따라서 계단은 반복과 이동, 변화의 재미가 조화롭게 담겨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필자는 공공기관을 방문할 때 승강기대신 계단을 이용한다. 계단은 우리주위에 가까이 있는 훌륭한 운동기구가 아닌가.

충남 최초 3.1만세운동 상징조형물 등 평가심의를 위해 예산군을 세 차례 방문한 일이 있다. 그때마다 5층 회의실로 가기위해 계단으로 올라가며 정성껏 가꾼 테이블야자, 홍콩야자 등 허브림화초와 예산 10景(경)이 눈길을 멈추게 한다.

충남 예산군이 최근 청사를 이용하는 군민들의 일상생활 속 신체활동을 증진시키기 위해 청사 건물계단에 건강 감성계단을 설치했다.

이곳에서는 불편하고 지루한 공간인 계단을 호기심과 편안함이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켜 자연스럽게 계단을 이용하도록 유도하였다. 미세먼지 제거 공기정화 식물을 이용하여 쾌적하고 건강도 증진시키는 건강 감성계단을 조성하여 시민들이 선호하는 공간이 되었다.

건강 감성계단은 허브림, 그래픽실사디자인 등으로 데코레이션을 조성하였다. 또한 자연소리 음향장치 해피송이 즐거움을 더해줄 뿐만 아니라 계단이용자 카운터도 설치하여 호평을 받고 있다. 벽면에는 군민들에게 운동을 독려하는 금연, 적당한 음주생활, 올바른 식습관, 충치예방법, 미세먼지 대처방법 등 건강메세지가 크게 울림을 준다. 뿐만 아니라 예산의 대표적 볼거리 10景(경)과 예산의 먹거리 8味(미)를 사진과 함께 설치해 계단을 이용할 때 지루함이 없도록 조성했다.

본관건물 좌‧우측 2개소의 비상계단을 좌측 남자계단실은 예산의 10景(경)으로 여행을 떠나는 컨셉으로 기획했다. 계단을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예산10景(경)을 순차적으로 관람하도록 하였다. 단순한 10景(경) 소개가 아닌 다양한 여행이동수단 요소를 그래픽으로 표현하여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해준다.

지하층에는 1景(경) 수덕사를 사진과 글로 표현하여 실감이 난다. 4층에는 5景(경) 예당호가 눈앞에 펼쳐진다. 마지막 9층에는 10경 덕산온천이 따뜻하게 맞이해 준다.

벽체의 컬러는 예산군의 심벌마크 중 여행을 의미하는 저수지, 청정도시를 상징하는 그림과 블루컬러에서 도출하였다. 층이 바뀔수록 그라데이숀 효과를 주어 은은한 느낌을 준다.

우측의 여자계단실은 예산의 8味(미)를 음미하는 SNS 맛집투어 컨셉으로 디자인하였다.
지하층에는 예산1味(미)로 예산소갈비를 소개하고 있다. 3층에는 3味(미) 예당민물어죽이 입맛을 동하게 한다. 마지막 9층에는 8味(미) 광시한우이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함께 사진을 찍고 SNS에서 공유하는 느낌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니 구미가 돈다.

층이 바뀔 때 마다 예산 8味(미)가 순차적으로 보이고 다양한 SNS의 종류를 함께 표출함으로써 최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맛집 투어의 컨셉을 활용해 예산 8味(미)의 다채로운 음식들을 널리 알리고 음미하는 장이 되었다. 벽체의 컬러는 예산의 심벌마크 중 맛을 의미하는 풍요사과를 옐로우와 레드컬러에서 도출하여 층이 바뀔수록 그라데이션 효과를 주어 편안하고 은은한 느낌을 준다.

또 계단 내에 미세먼지 저감에 탁월한 허브림을 각층 계단에 설치해 쾌적한 환경에서 계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인다.

계단에 장식한 화초 칼로리 소비가 한 칸당 0.15칼로리가 소비되며 수명이 한 계단 오를 때마다 4초가 연장된다고 한다. 하체 근력운동 효과로 체력을 증진 시키고, 다이어트와 튼튼한 다리를 위해서라면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이 또 있을까.

더욱이 피부를 위한 beauty tip, 건강한 diet tip,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음식, 적당한 음주생활 등 여러 가지 정보를 한눈에 얻게 된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이용은 가능한 지양하고 계단을 오르자. 발바닥 전체가 계단에 닿아야 튼튼한 근육을 만들 수 있다. 승강기이용을 자제하고 계단 이용을 생활화한다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거주공간인 아파트의 353계단을 건강 감성계단으로 명명하고 출퇴근 시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예산군은 소홀하기 쉬운 비상계단을 활성화하여 예산의 멋과 맛으로 떠나는 건강한 여행으로 안내하였다. 또한 예산군민의 건강도 챙기고, 예산의 명물을 널리 홍보하였다. 더더욱 군민을 포용하는 배려에 진한 감동으로 크게 다가온다.

계단을 건축가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서, 이동을 위해 반드시 그곳을 거쳐야 하는 사람들은 동선의 거리, 방향, 시야, 리듬감의 정도, 편리성 등에서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삶의 하루하루는 어쩌면 계단을 오르는 일이다. 인생의 계단에는 결코 엘리베이터가 없지 않은가. 도시 공간과 건축물을 통하여 인간은 사랑을 얻고 감성을 창출하는 존재이다. 이름도 멋진 건강 감성계단을 자주 오르내릴 수 있도록, 각 지자체에서도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