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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전·월세’계약 기간 4년이 답(答)이다.

허재삼 작가·공인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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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5.05 13:38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재삼 작가·공인중개사
허재삼 작가·공인중개사

전 세계 영화계를 석권한 한국영화 ‘기생충’의 성공은 많은 한국인에게 기쁨과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한편으로는 영화를 통해 우리의 주거문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됐다. 부잣집 저택과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반지하’에서의 삶이 대조적으로 스크린을 지배하면서 반 지하에 살고 있는 도시 빈민층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보통 봄과 가을을 이사철이라고 한다. 자녀들의 새 학기 일정에 맞춰 1~2월 이사가 집중돼 있고, 봄에 결혼을 많이 한다고 해서 이사 성수기로 알고 있다. 이사가 몰려있는 성수기나 손 없는 날일 경우 이사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 이사하기 몇 달 전부터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주거형태 변화로 인해 이사철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필자는 현재 세종시 조치원읍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사무실이 고려대에 인접해 있다. 학교 인근에 소재하고 있는 원룸들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1~2월이 입주 시즌이다. 보통 새해 1월부터 시작해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싸고 좋은 방을 구하기 위해 발품과 손품을 팔기 시작한다.

덩달아 부동산 중개업소와 건물주들도 바쁘긴 마찬가지다.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가 뛰는 격’이다. 새해가 시작되는 1~2월 중에 학교근처 원룸 촌을 돌아다녀보면 술집근처 웨이터들의 호객행위나, 시장에서 손님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떨이’를 외치는 주인장들과 비슷한 손짓과 말을 보고 들을 수 있다. 즉, 건물주들의 치열한 호객행위(?)가 이루어진다. 이때만큼은 초등학생의 꿈이 ‘조물주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학생(?) 여기 싸고 좋은 방 있으니까 어여와봐” “다른데 가봐야 좋은 방 없어”. 건물 앞을 지나치다 보면 학생이 아닌 일반인도 도매금으로 학생대접을 받는다.

필자 사무실이 있는 조치원읍 침산리는 고려대하고는 약간 떨어져 있어 주 고객은 일반인이다. 월세를 구하려는 세입자들은 본인의 사정에 맞춰 거주 계약기간을 정하려고 한다. 조치원 인근에 건설 공사가 시작돼 공기(工期)가 끝날 때까지 거주해야 한다든지, 외지에서 조치원으로 1~2개월 출장 온 사람들은 거주 계약기간을 본인의 일정에 맞추려고 한다.

짧게는 1개월만 거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1~2개월 단기가 가능하냐고 건물주에게 문의하면 고개를 절래 흔든다. 건물주 왈(曰) “어디 모텔을 알아보시는 게 낫지 않냐“고 한다. 단기로 방을 구하려는 분 입장에서는 기분이 상할 수도 있지만 건물주 입장도 이해가 간다.

부동산을 통해 계약서를 작성하면 건물주는 부동산에는 부동산 중개보수를 지급하고 임차인이 불편 없이 입주하도록 이것저것 입주 준비에 착수한다. 또 계약기간이 만료돼서 임차인이 퇴실하면 시간과 노동력을 쏟아 부어 깔끔하게 청소도 해야 한다. 그러니 건물주 입장에서는 계약기간을 최소한 1년 이상으로 선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간이 아닌 안정적으로 몇 년 동안 살려고 하는 세입자들에게는 반대로 현행 계약기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수 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임대차계약기간을 2년으로 명시하고 있다.

세입자들에게는 헌법보다 상위법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이다. 이법에는 ‘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2년으로 본다. 다만, 임차인은 2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대차계약기간을 최대 2년으로 정해 놔서 임차인은 더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다는 말이다. 세입자들은 계약기간이 만료돼 새로운 집을 구하려면 다시 발품과 손품을 팔아야 한다.

세입자들은 보통 2년마다 이러한 난리를 반복해야 한다. 거기에다 폭등하는 집값에 본인의 수입이 따라가지 못해 절망의 나락에 빠지고 만다. 통계청의 ‘2018년 주택소유 통계결과’에 따르면 집이 없는 무주택 가구 비중은 전체의 44%에 달한다. 계약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된 건 1989년이다. 30여년의 세월이 흘러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법을 개정해 서민들을 보호하겠다는 공약(公約)이 난무했지만 대부분 공약(空約)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번 달로 임기가 종료되는 현재 20대 국회도 마찬가지다. 기본 계약기간을 3~4년으로 늘리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집주인이 계약 연장을 거절할 수 없도록 명시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개정안이 발의 되었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는 없었다.

주거는 우리의 일상이자 기본이다. 주거가 안정 돼야 생활도 안정된다. ‘비혼’이 늘어나고 저 출산의 깊은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도 주거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법을 개정해 기본 계약기간을 4년으로 보장해 주는 것만으로도 세입자가 짊어져야 하는 각종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물론 ‘계약기간 연장’과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에 따른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정책에 따른 부작용은 일단 시행해보고 개정해 나가면 될 것이다. 전·월세 시장이 안정되고 집값이 안정되면 ‘갭투자’등으로 한 몫 챙기려는 투기꾼들도 줄어들 것이다.

지난 4·15총선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현 정부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바램을 외면해선 안 된다.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헤아려야 한다. 내 집 한 칸 없이 팍팍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서라도 21대 국회에서는 제발 밥 값 좀 하길 바라는 마음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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