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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조선, 더 이상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아니다!

이노신 호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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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5.07 13:1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노신 호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이노신 호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인도의 시성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타고르는 자신의 시에서 코리아를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묘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며, 타고르는 그렇게 자신의 작품 속에 언급한 적이 없다고 한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19세기 구한말 조선에 들어왔던 서양인들이 국호인 조선을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조선을 한자로 쓰면 아침 조(朝)와 빛날 선(鮮)인데, 그 빛남이 한낮의 뜨겁고 온 대지를 비추는 찬란한 빛남과는 달리 아침의 조촐하고 은근한 빛남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선(鮮)은 조촐하다 또는 적다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 당시 서양인들은 조선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로 해석하였다.

조선이라는 말이 어디서 유래하였는지는 몇몇 주장들만 있을 뿐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자로 朝鮮이라 표기하고 조선이라고 읽는다. 그럼에도 그 단어의 뜻과 발음이 원래부터 한자에서 기원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 고유의 단어로서 고유한 의미와 발음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것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그것들도 한자식으로 변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조령(鳥嶺)은 새 조에 고개 령을 쓴다. 한자의 뜻대로 한다면 날아다니는 새가 있는 고갯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원래 사이 고개, 즉 두 개의 산, 하천 또는 마을 사이에 난 고갯길이라는 뜻인데, 이를 한자로 옮기면서 샛고개의 새를 새 조(鳥)로 고개를 고개 령(嶺)으로 바꾸어 뜻과 발음이 완전히 다른 조령이 되었다. 장소들 간의 사이 공간이 날아다니는 동물인 새로 변한 것이다. 이렇게 한자로 옮겨 적으며 발음과 뜻이 모두 변한 우리말 사례들은 부지기수이다.

그래서 조선의 원래 뜻과 발음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구한말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조선의 모습은 서양 근대문명을 받아들이며 적극적으로 근대국가의 길을 걷고 있던 일본과 상당히 비교되었던 것이다. 일본은 ‘The Land of Rising Sun’, 즉 ‘떠오르는 태양의 나라’로 적으며 자신들이 갖고 있던 일본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묘사하였다.

이러한 은둔자의 나라, 극동의 신비한 나라, 고요한 아침의 나라와 같은 표현들은 전적으로 서양 제국주의자들의 관점에서 묘사된 것이었다. 이것은 마치 그동안 남북아메리카, 인도, 동남아시아, 중국,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던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같은 제국주의자들이 “우리가 그동안 온 세계를 집어삼키며 모든 대륙을 들쑤시고 다녔는데도, 너는 그동안 어디에 붙어 있었기에 이제야 우리들 눈에 띄었니?”와 같은 의미로 쓰였다고도 볼 수 있다.

그 당시 서양인들이 조선을 ‘신비’ ‘은둔’ ‘고요’와 같은 표현을 쓰며 미지의 새로운 장소처럼 소개할 때는 서양 독자들의 호기심과 모험심을 자극하여, 서양의 기술과 문명으로 누를 만하니 와서 새 땅을 개척하고 주인이 되라는 일종의 신호와도 같았다. 뒤늦게 제국주의에 합류한 미국과 러시아제국을 비롯하여 기존의 영국과 프랑스가 군대를 파견하였다. 청나라 또한 조선에 군대를 파견하여 이들과 맞서고자 하였으나 정세는 결코 유리하지 못했다. 결국은 이 중에서 가장 뒤늦게 제국주의 대열에 뛰어든 일본이 조선을 강점하기로 결정 난 것이 바로 우리 구한말의 역사이다. 일본은 극동아시아에서 같은 섬나라인 영국의 노릇을 자처하며 조선을 차지하는 대신 영국과 미국의 편에 서서 러시아와 청나라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역할을 하였다. 그러한 와중에 우리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는 제국주의자들의 논리에 의해 철저히 폄훼되고 짓밟혔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또다시 바뀌고 있다. 우리가 스스로 바꿔가고 있는 중이다. 거대한 국제정세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그 정도의 위력은 아닐지라도, 세계를 주도하는 소수의 국가들이 자신들의 국제적 이익을 키워나가고 지속적으로 증진하기 위하여 대한민국의 협조를 적극적으로 구해야만 하는 위치까지 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 서럽고 쓰라렸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의 그 어느 국가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그동안 우리 민족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여정이다. 또한, 최근의 코로나 19 위기로 인하여 우리 민족의 역사는 세계 그 어떤 민족도 한 번도 안 가본 길조차 걸어가고자 한다. 이러한 대단한 용기와 결단과 실천이 또 다른 역사적 발전의 모멘텀이 되기를 열망한다. 위기는 기존 질서의 틈을 벌리며 불안정하게 만들고, 그것은 종종 변화와 새로운 질서의 기회를 창조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가져올 수 있는 위기와 변화를 기회로 승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우리 민족은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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