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이정화 기자 = 특허청이 개명 추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제 잔재 명칭을 시대·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지식재산혁신청'으로 바꾸려 했지만 타 부처 이견에 부딪혀서다.
특허청 개명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관 통칭으로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다.
특허청은 특허뿐만 아니라 상표·디자인 등 산업재산권, 영업비밀 등 정보재산권, 반도체회로 배치설계 같은 첨단산업재산권 등 신지식재산권의 일부도 관리한다. 지난해에는 상표 출원(22만1506건)이 특허 출원(21만 8975건)을 넘어서기도 했다.
또 기업 지식재산 가치를 자금조달 시 보증·담보로 활용토록 하는 지식재산 금융연계 평가와 해외 진출 기업의 현지 지식재산권 확보 등 외연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세계적으로도 특허청이란 명칭은 일본과 남북한만 쓰고 있다. 영국, 캐나다, 러시아, 베트남, 호주 등은 지식재산청, 프랑스는 산업재산청, 중국은 국가지식재산권국으로 불린다. 특허청의 영문명(Korean Intellectual Property Office)도 의미가 같다.
일각에선 현 명칭을 두고 개인의 창의적·혁신사고를 국가 허락받아야 한다는 관중심 권위적 행태를 담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같은 요구에 정부조직법 일부개정 법률안도 지난해 9월 국회 발의됐지만 현재 계류 상태다.
지식재산 관계 부처 간 협의부터가 난항을 겪고 있는데, 저작권과 지식재산기본법 소관 부서를 운영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영역 밖까지 포괄하는 명칭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 혼란과 업무 혼선 등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부처이름은 소관업무를 대표한다. 지식재산 전반을 관장하는 게 아닌데 지식재산권 전체를 아우르는 이름으로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과기부 관계자도 "지식재산은 산업재산, 저작권, 신지식재산으로 구분되는데 일부를 맡은 특허청이 (지식재산혁신청으로 바꾸는 건) 범위를 넘어섰다"면서 "콘트롤타워 역할은 지식재산위원회가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허청 측은 명칭 변경에 따른 혼선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계자는 "부처별 업무를 명확히 적시하는 것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이 부처 간 갈등으로 비치는 게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특허협력조약(PCT) 기틀 내에서 한국의 국제 특허출원은 지난해 1만9085건으로 세계 5위 수준이다. 미·중·일·유럽과 함께 지식재산 선진 5개국(IP5)에 속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