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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모든 생명체가 행복한 낙원을 꿈꾸며

윤석환 충남도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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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5.25 16:2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윤석환 충남도립대학교 교수
윤석환 충남도립대학교 교수
베트남 출신의 승려이자 평화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은, 깨어있는 마음으로 먹는다면 누구나 사물을 통찰할 수 있는 힘과 자제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깊이 들여다 본 다음에 먹고 마시라’는 의미로, 바로 ‘먹기 명상’을 말한다.

그는 붓다의 말을 빌려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음식, 감각, 의지, 의식 등 4가지에 대하여 말한바 있다. 그 중 음식에 대하여 말하면서, 우리들은 생각보다 큰 무지와 몰이해에 휩싸여 살고 있을 뿐 아니라,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너무나 쉽게 잊고 산다고 염려하였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과 우리는 하나로 연결된 존재인데, 우리가 먹는 한 조각의 고기에 들어있는 무수히 많은 고통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축사의 가축들이 당하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고, 사람들은 더 많은 고기와 달걀을 얻기 위해 인위적으로 동물의 생체리듬을 교란시키는 행위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닭이 낳은 계란을 먹을 때 우리는 화와 좌절을 먹는 셈이 되므로 우리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화를 먹으면 우리는 분노하게 되고 그 화를 표현하게 된다는 가르침이다.

틱낫한 스님은 행복한 닭이 낳은 행복한 달걀을 먹어야 하며, 스트레스 없이 자란 암소에게서 얻은 우유를 마셔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농부들이 좀 더 인간적인 방식으로 가축을 기르도록 지지하기 위해, 값은 더 비싸지만 동물복지를 보장하는 닭과 고기와 유기농 채소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먹는 양을 줄이고, 적게 먹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러한 생활원칙은 환경 보호와 인류 미래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인간과 동물 모두를 위한 식량 혁명을 가져올 ‘클린 미트(clean meat)’의 저자 폴 샤피로는 지구에 사자가 4만 마리가 있다면, 가축용 돼지는 10억 마리, 코끼리는 50만 마리, 가축용 소는 15억 마리, 펭귄은 5000만 마리, 닭은 500억 마리가 있다고 한다. 수십억 마리의 동물이 고통과 괴로움을 느끼는 생물이 아닌, 공장식 축사에서 고기나 우유 달걀을 생산하는 기계 취급을 받는다고 하였다. 이 동물들은 죽을 때까지 하나의 상품으로 살아가고 수명과 삶의 질은 축산 업체의 손익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닭 한 마리가 알에서 시작하여 슈퍼마켓 진열대에 오르기까지 1갤런(약 3.78리터) 짜리 물통 1000개 분량의 물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달걀 하나당 물 50갤런이 필요하며, 우유 1갤런의 생산에는 물 900갤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 10만 리터 + 곡식 7kg = 소고기 lkg이라는 수식을 보여주며, 공장식 축산업이 매년 1억 톤의 메탄가스, 50억 톤의 배설물을 발생시켜 환경오염의 주원인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도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교통 산업 전체가 배출하는 양과 맞먹을 만큼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축산업은 항생제와 독성 물질의 주요 사용처로서 대기·육지·해양 오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한다. 화석원료를 대체하기 위해 청정에너지가 필요하듯이 공장식 사육을 대체하기 위해 청정고기(클린 미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세포 배양육인 청정고기로의 전환은 재앙에 가까운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로부터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구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스위스 정부는 지난해 동물보호법을 고쳐서 바닷가재를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어서 요리하는 관행을 금지시키고 기절시킨 뒤에 요리하도록 하였다. 이탈리아에서도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요리 전 얼음과 함께 두는 것은 불법이라고 법원이 판결했다고 한다.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이러한 조치는 새우·게·가재를 비롯해 문어·낙지·오징어 역시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결과에 바탕을 둔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생명공학이라는 기적은 낙원과 지옥, 어느 쪽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모든 생명체의 복지를 고려하는 낙원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인간을 위해 다른 생명체의 고통을 외면하는 지옥을 만들 것인지 인간들에게 선택하라고 요구한다. 이 지구가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 선택은 너무 명쾌하다.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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