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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한중불가침조약과 한반도 평화구축

김대유 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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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6.10 14:30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대유 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김대유 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한미방위비 협상 국면에서 미국은 한국의 용병처럼 행동했다. 돈 때문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며 벌린 손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미국은 11차 한미 방위비 협상에서 한국에게 13억 달러 즉 1조5000여억 원의 분담금을 요구했다. 10차 협상에 비해 50%를 인상한 금액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는 아이 젖 물리듯 지난 5월 11일 서둘러 마스크 200만장을 워싱턴에 공수했다.

이미 75만회 분량의 코로나19 검사 키트를 미국 연방정부에 유상으로 제공했고, 메릴랜드와 콜로라도 주에도 각 50만회와 10만회 분량의 검사키트를 건넸다. 파격적인 지원물량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돈타령은 그칠 줄을 모른다. 아직도 방위비 협상은 안갯속이다. 세계의 경찰로 불리는 미국이 마냥 배가 고파서 구걸하자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그 저의를 따질 때가 되었다.

과거 한미방위비 협상은 민감한 주제였다. 미국의 요구가 어디에 근거하고 왜 한국은 별말 없이 주는지 국민들은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죄일지도 모른다는 무지와 불안감 때문이었다. 민주화가 진행된 시기에 이르러서도 이 문제는 묘한 금기사항으로 치부되었다. 피눈물 어린 남북전쟁을 겪은 우리 국민에게 국가안보는 그만큼 절실한 문제였다.

미국이 전쟁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준다는 믿음 때문에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반미운동을 하는 젊은이들이 체포되어도 눈 딱 감고 산 세월이 있었다. 세상 모든 나라가 배신해도 미국은 아닐 것이라는 판타지가 신앙으로 똬리를 틀었다. 그런데 그 환상을 깨트린 장본인이 북한이나 중국이 아니고 바로 미국,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였다.

워싱턴 정가에서 한미방위비를 놓고 미군 철수와 감축을 수군거리고, 공화당은 선거에서 이 문제를 이슈화시켰다. 그러나 기시감이 느껴지는 미국의 이러한 행위는 결코 낯선 것이 아니다. 미국은 반미냐 친미냐를 놓고 국론이 분열되는 한국의 안보심리를 이용하면 아주 손쉽게 방위비 증액을 관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한 것 같다. 안타깝게도 미국은 이미 사드배치에서 이와 같은 반사이익을 얻은 경험이 있다.

한국의 친미파 정치인들은 사드배치의 반대 논리를 이적행위로 몰아붙이며 미국의 국제적 안보이익을 지켜주었고, 중국은 사드를 놓고 수년간 한국을 불신하며 경제보복을 단행했다. 미국은 가만히 앉아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어부지리의 당사자가 되었다.

여기에다 북한은 한국과 중국의 냉전이 벌어진 틈새를 활용해 김정은 세습을 무난히 이루고 핵전력을 강화시켰다. 일본은 사드배치를 핑계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라는 이삭을 챙겼다. 한국과 중국이 반목하는 사이에 동북아의 전쟁위기는 더 높아졌고 미국은 오히려 북한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

미국은 1905년 ‘가쓰라-태프트협약’을 통해 일제의 한일합방을 합리화시켰다. 미국은 필리핀을 통치하고 일본은 그 대가로 한국의 보호권을 확립한다는 식민통치 거래였다. 미국은 1945년 얄타회담을 통해 한반도를 남북으로 분할하는데 일조, 1950년 1월 미 국무장관 애치슨 선언으로 6.25 전쟁을 초래했다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지만 한국전에 참전해 피를 흘렸다. 혈맹이 된 것이다. 딱 거기까지였다. 분단과 전쟁, 사드배치와 미군주둔비의 증액에 담긴 숨은 그림이다. 미국의 다른 얼굴이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미국의 전략은 한국의 국민에게 절망과 구원의 패러독스를 앓게 했고, 그 전략 속에서 총구를 맞대고 전쟁의 피를 흘린 한국과 중국은 이제 가장 가까운 경제 협력 국으로 다시 마주 앉았다. 지금 한국은 코로나 19의 위기를 딛고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모범 방역 국으로 재평가되었고 중국은 일대일로의 기치를 들고 국제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자국민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지도자를 만났다. 한국과 중국이 사드배치 등 기존의 갈등 앞에서 제자리 뛰기를 반복하는 구태를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함께 협력할 수만 있다면, 한중은 미국과 일본을 뛰어넘어 동북아 정세를 새롭게 재편할 수 있다. 이러한 호기(好機)는 결코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은 하루빨리 정상회담을 가져야 한다. 그 자리에서 한중방위조약체결(한중군사동맹체결)을 검토하고, 한류문화를 부활시키며 북한도 함께 참여해 상호불가침과 평화구축을 골자로 한 ‘한중조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큰 그림이 그려진다면, 동북아의 전쟁위기는 해소되고 각국은 공동번영을 누릴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다.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 평화의 시작과 끝이다”. 한중 정상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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