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유행
[목요세평] 유행
  • 충청신문 dailycc@dailycc.net
  • 승인 2020.06.1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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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수필가
이종구 수필가
이종구 수필가
2020년 covid19가 유행하여 세계적으로 우리들의 삶을 어렵게 하고 있다. “유행(流行) : ①전염병이 널리 퍼져 돌아다님. ② 특정한 행동 양식이나 사상 따위가 일시적으로 많은 사람의 추종을 받아서 널리 퍼짐. 또는 그런 사회적 동조 현상이나 경향”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유행에 관련된 말로 유행가(노래), 유행복(옷), 유행성(성질 : 유행성 결막염 등), 유행어(말), 유행품(물품), 유행풍(풍속)등이 있다. 2019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롱패딩이 유행복이 됐다. 유치원 아이들부터 성인들까지 그야말로 롱패딩을 입지 않으면 이방인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면 검은 롱패딩이 교복 같이 보이기도 했다.

현대인들은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두 사람이 입거나 들고 다니거나, TV 드라마에 몇 번 나오면 금방 홈쇼핑 화면에 등장하고 삽시간에 전국적으로 퍼져간다. 오래전에는 서울 등 대도시에서 시작한 유행이 시골에 전해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다. 그러나 요즘은 new media가 전파속도를 높인다.

한동안은 모 인기 여배우가 흰색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출연한 드라마로 ‘000 가방’이라는 별도의 상품명이 되어 전국의 성인 여성들이 선호하는 유행품이 되기도 했었다. 가방뿐이 아니라 장신구(목걸이, 귀걸이, 머리핀, 팔찌 등)도 유행품이 된다.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게르마늄 팔찌는 남·여 모두의 선호품이 되기도 했다. 올해는 모 방송의 ‘부부의 세계’로 꽃무늬 패션이 유행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돈다. 그 외 샌들, 여성의 단발머리도 유행할 것이라고도 한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특히 남학생)에게는 운동화가 유행품이 된다. 지금은 성인이 된 아들이 ‘아00 운동화’가 아니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롱패딩 유행 전에는 노0 페0스 제품이 남학생들에게 필수 유행품이 되기도 했었다. 그러다 보니 짝퉁 제품이 활개를 친다. 친지의 아들에게 들으니 짝퉁이라도 입어야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다고 한다.

요즘은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으로 트로트 열풍이 불고 있다. 그 프로그램을 안 보았어도 본척해야 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상과 세계 유수의 영화상을 받자 이 영화를 안 본 사람은 멍청하고 문화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는다. 수상 덕에 영화에 등장하는 ‘짜파구리’라는 음식이 유행식이 되기도 했다. 2020년 3월에 방영된 MBC every1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에 벨기에에서 온 여행자들은 캠핑지에서 ‘짜파구리’를 만들에 먹으며 ‘기생충’에서 보았다고 한다. 유행풍은 순식간에 퍼져 나간다.

new media의 발달이 가져온 유행의 영향 중 크게 받는 부분이 언어생활이다. 영화와 드라마의 대사와 개그맨들의 유행어는 인간관계를 즐겁게 하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 언어를 혼탁하게도 한다. 좋은 유행어는 그 생명도 길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잠시 사용되다 사멸하기도 한다.

필자가 관심을 갖는 유행어 중에 ‘대박’과 ‘헐’이다. “대박 : 어떤 일이 크게 이루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이다. 그런데 아이들이고 어른이고 간에 웬만하면 모두가 “대박!”이라고 한다. 방송의 영향이었다. “헐(하다) : ① 값이 싸다. ② 일 따위가 힘이 들지 아니하고 수월하다. ③ 대수롭지 아니하거나 만만하다”로 풀이되는 ‘헐’은 정말 들을 때마다 ‘헐’이다. 필자가 ‘헐’을 들은 것은 4~5년 전 손자에게였다. 장난감 자동차의 바퀴가 빠져서 울상을 짓기에 축에 펜치로 이를 내어 수리해 주었더니 완성되자마자 손자가 “헐!” 한다. 그게 무슨 소리냐 했더니 그냥 했단다. 너무 손쉽게 고쳐 기가 막힌다는 뜻 같기도 하다. 놀랠 일, 기막힐 일, 신기할 일, 그런 것을 보면 그저 ‘헐!’한다. 아마도 뜻풀이 ②, ③에 근접하는 말인가 싶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이‘헐’을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점이 문제이다. 멋진 풍경을 보아도,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도, 좀 특별한 행동을 보아도, 뜻밖의 일을 당해도, 어이없는 일을 당해도 그저 ‘헐’한다. 그러니 사전에 ‘헐’을 감탄사로 지정해야 할 것 같다.

뜻이 빗나간 언어 사용은 근절되거나 새로운 의미의 뜻을 첨가하여 말을 정의하면 좋겠다. 그래서 자기 주관 없이 유행이라는 일시적 현상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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