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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한화이글스의 비상을 꿈꾸며

최성수 대전서구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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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6.18 16:30
  • 기자명 By. 충청신문
최성수 대전서구문화원 사무국장
최성수 대전서구문화원 사무국장
한화이글스가 6월14일 드디어 18연패를 마감했다. 하마터면 프로야구 원년팀 삼미슈퍼스타즈가 세운 기록을 36년 만에 갱신하고 새로운 역사를 쓸 뻔했다. 명예롭지 않은 기록이다. 비록 기록 갱신은 아니더라도 한화의 18연패는 한국 프로야구 최다 연패 타이 기록으로 남겨지며 오점을 남겼다.

종전의 기록 보유 팀 삼미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그럼에도 삼미가 야구팬들에게 가끔씩이라도 오르내렸던 까닭은 18연패라는 기록 때문이었다. 당시 삼미의 기록은 선수층이 두텁지 않았고 구단 운영도 주먹구구식이었던 프로야구 초창기인지라 일말의 동정여론이라도 있었다. 훗날 삼미팀의 패전처리 투수 감사용을 모티브로 한 영화까지 나왔을 정도로 프로팀으로서 구색이 갖춰지지 않았다. 영화 속 주인공 감사용 경남대 감독은 얼마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화가 삼미의 18연패 기록을 잇지 않길 바랐다"며 "이제 정말 삼미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고 아쉬워할 정도다.

한화이글스는 대전과 충청을 연고로 하는 프랜차이즈 프로야구단이다. 대기업인 한화그룹을 모기업으로 하여 1986년 계열사인 빙그레이글스로 창단했지만 1993년 한화이글스로 이름을 바꿔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충청권 출신 선수층이 두텁지 않았음에도 창단 3년째인 1988년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비록 당대 강호 해태타이거즈에 져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신생팀으로서 대단한 성과였다. 이후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앞세워 몇 차례 더 우승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하다가 1999년, 이희수 감독시절 특급용병 로마이어와 데이비스, 에이스 정민철과 대성불패 구대성 투수의 활약에 힘입어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그게 지금까지 처음이자 마지막 축배였다.

하지만 영광의 순간은 짧았다. 이후 길고 긴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다시금 강팀으로 도약하기 위해 한화는 이광환 감독을 필두로 수차례 수장을 바꿔가며 재도약을 위해 몸부림쳤지만 허사였다. 그나마 김인식 감독시절인 2006년 괴물신인 류현진을 앞세워 7년 만에 정상에 도전한 게 최대 성과였다. 그러나 그 기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신생팀 NC다이노스에 조차 밀려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급기야 팬들이 피켓 시위까지 하며 야신이라는 김성근까지 영입했지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중도 퇴진했다. 사실 이때 ‘즉시전력감’을 위해 유망주를 내 보낸 것이 지금의 후유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바통을 2018년부터 이글스의 레전드 한용덕 감독이 이어받았다. 그는 부임 첫 해 긴 암흑기를 끝내고 11년 만에 정규 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 가을야구로 팀을 이끌었다. 특별한 전력 보강도 없이 이뤄낸 눈부신 성과였지만 그것이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2019 시즌은 높아진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한채 팀 고참급들과 불협화음을 내면서 시즌을 9위로 마감했다. 그럼에도 한화는 올해 역시 별다른 전력 보강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하락세가 뚜렷한 용병타자를 교체하지 않았고, 연패를 끊어줄 에이스급 투수도 영입하지 않았다. 심지어 감독이 요청한 FA마저 구단은 외면했다. 결정적으로 선수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던 정근우 마저 LG로 떠나자 구단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가 무너졌다고 전해진다. 연패 기록은 바로 그 결과인 것이다.

한화는 한용덕 감독 퇴진 후 최원호 감독 대행 체제로 잔여 시즌을 치른다는 방침이다. 최 대행은 베테랑 송광민, 이성열 등 10명의 1군 선수를 엔트리에서 한꺼번에 말소하며 강도 높은 리빌딩을 예고했다. 라인업 중 절반 정도는 이름조차 생소하다. 비록 연패의 사슬은 끊었지만 또 재발하지 않으란 법은 없다. 단기 처방이 아닌 무언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프로야구를 사랑하고 한화이글스의 팬으로서 한화의 도약을 위해 세 가지만 당부하고 싶다. 먼저 감독 선임을 신중하게 하자. 프로야구 감독은 코치가 아닌 매니저다. 단기적 성과를 위해 선수들을 혹사시키는 스타일은 자격미달이다. 기아의 맷 윌리암스 감독이나 SK 힐만 전 감독 등이 모델이지 싶다. 감독 자신보다 선수들을 스타로 만들어주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투자에 인색하지 말자. FA든 트레이드든 필요한 인재를 영입해 새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고인 물은 맑지 않다. 새로운 물이 흘러야 팀에 활력이 생긴다. 고참이 이끌어주고 중간층이 밀어주는 가운데 신인급이 배우며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학연과 지연을 중시하는 구단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를 탈피해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며 새로움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처방전 자체가 무의미하다. 프런트는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 현장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떻게 도와줄지를 고민해야 한다. 한화이글스의 새로운 도약을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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