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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임대인은 죄인인가?

허재삼 작가·공인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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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6.23 15:22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재삼 작가·공인중개사
허재삼 작가·공인중개사

전·월세시장이 심상치 않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월초 0.04% 상승해 49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는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 품귀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서울 신축아파트의 경우 전셋값이 분양대금의 90% 가까이 근접하면서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수요자 보다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갭투자자’(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한 후 아파트의 가격이 단기간 올라갈 경우 생긴 차익에 대해 이익을 실현하는 투자)들이 청약을 통해 경쟁률을 높이고 있다. 전셋값이 상승함에 따라 매매가도 덩달아 오를 것이라는 걱정이 든다.

전셋값이 요동치는 이유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들어 다주택자를 규제한다는 명분에 대출창구가 꽉 막히고, 보유세 부담 등의 영향으로 당장 내 집을 마련하기 보다는 전세 수요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 발표 당시 예상됐던 부작용이 결국 현실화됐다고 볼 수 있다. 벌써부터 시장에선 집 주인이 늘어나는 세금을 임대료에 전가해 세입자 부담이 오히려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 정부 들어 급증한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들이 많았고, 이로 인해 전세 매물의 씨가 말라 주요 지역 전셋값이 이미 크게 오른 터다.

국토부가 올해 안에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 하겠다고 밝힌 ‘전·월세 신고제’의 파장이 심상치 않다. 전·월세 계약을 하면 30일 안에 보증금과 임대료, 임대기간 등을 시·군·구에 신고하는 제도다.

2006년 부동산 거래 신고제가 도입되면서 매매 시 30일 이내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됐지만 임대차 계약은 아직 신고의무가 없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월세 신고제에 적극적인 만큼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높다.

벌써 민주당내 여러 명의 국회의원들이 법안제출을 완료한 상태다. 정부는 제도 도입 목적으로 세원(稅源) 투명성 확보와 세입자 보호를 들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전체 임대용 주택 673만 가구 중 확정일자 신고를 하지 않아 정보를 파악할 수 없는 505만 가구의 정보가 드러나게 된다.

현제 전·월세정보는 임차인이 확정일자를 받거나 월세 세액공제를 신청해야 파악할 수 있다. 임대인들이 신고를 꺼리는 것은 물론이고 임차인들도 보증금이 적으면 별 필요가 없어서, 보증금이 많으면 자금 출처 조사 등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임대주택 가운데 전세는 48%, 월세는 23%가량만 임대차 정보가 파악된다. 전·월세 신고 제를 도입하면 임차인은 따로 확정일자를 받지 않아도 보증금을 떼일 염려가 없다. 집주인의 임대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 세금 탈루도 막을 수 있다.

그런 만큼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세원 투명성에선 긍정적이다. 그동안 지하경제나 다름없던 전·월세 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기적인 전·월세 급등 같은 부작용을 조심해야 한다. 또 매매와 달리 계약 변동이 잦은 전·월세를 일일이 신고하는데 대해 신고주체인 부동산중개업자들이나 집주인들의 반발도 예상 할 수 있다.

정부는 ‘전·월세 신고제’를 기반으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제’를 동시에 추진하려고 한다. 전·월세 상한제’는 가격 인상을 5% 이내로 규제하는 제도다. ‘계약갱신 청구제‘는 세입자가 요구할 수 있는 임대차계약기간을 현행 2년에서 2년을 더 연장해 총 4년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이 두 제도는 전·월세 신고제 도입 이후 시장 반응을 점검한 뒤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는 ‘주택 임대차 3법’을 통해 직접 시장을 통제 하겠다는 구상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21번의 부동산대책을 쏟아냈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을 뿐이다. 정부에서 ‘정책’을 내놓으면 시장에서는 이에 따른 ‘대책’을 세운다. 정부가 전·월세 신고제와 함께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주택임대차 3법’을 밀어붙인다면 그 파장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제도 시행 전에 임대료가 대폭 오르는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조사에서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에 ‘건물주’가 상위권에 올랐다. 요즘은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정기적으로 수익이 나오는 임대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는 많은 은퇴 생활자가 꿈꾸는 직업이다. 하지만 요즘 같아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임차인을 관리하는 것은 한 마디로 ‘감정노동’이라고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다. 임차인 때문에 병원치료를 받았다는 임대인도 만날 수 있었다. 임차인 관리도 힘들고 부과되는 세금도 많아 집을 팔아야겠다고 하소연하는 임대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누구에게나 주택 임대를 통한 월세 받기가 로망일 수는 없다. 젊어서부터 한푼 두푼 모아 노후에 임대사업으로 여생을 보내려던 임대인들의 처지도 정부는 헤아려야 할 것이다.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를 살려 진정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양쪽을 배려하는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주택 임대차 3법’은 전반적인 경기 상황과 부동산 시장의 제반 여건을 살펴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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