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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채식주의자가 없는 미래를 꿈꾸며

윤석환 충남도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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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7.14 15:30
  • 기자명 By. 충청신문
윤석환 충남도립대학교 교수
윤석환 충남도립대학교 교수
나는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하지만 요즈음 나는 채식주의자를 꿈꾼다. 즐기는 삼겹살에는 늘 술이 따르고, 그 대가로 내 몸은 예전의 내 몸이 아니다. 건강 경계선을 벗어났고 먹어야 하는 약도 생겼다. 먹기 위해 운동한다는 개그우먼의 멋진 모습을 보면서, 나도 운동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생각뿐이다. 단백질 보충을 위해서 적당하게 고기를 먹는 것이 좋다고들 하지만, 채식이 건강에 좀 더 이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서 채식주의가 더 끌린다.

환경주의자임을 자처하는 가까운 동료도 채식주의자로의 변화를 자극한다. 물론 그도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하던가, 역시 삼겹살을 좋아하는 그의 식성을 감안하면 채식주의자로 변신할 것 같지도 않다. 다만 동물복지를 실천한 계란을 사야한다고 주장하고, 코로나19로 인해서 일회용품 쓰레기가 지나치게 많아졌다고 안타까워하며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실천하는 그의 삶의 방식을 감안한다면 언젠가 채식주의자가 되어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채식주의자란 육식을 피하고 식물을 재료로 만든 음식만을 먹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먹는 음식에 따라 프루테리언, 비건, 락토 베지테리언, 오보 베지테리언, 락토오보 베지테리언, 페스코 베지테리언, 폴로 베지테리언, 플렉시테리언과 같이 8단계의 채식주의자가 존재한다. 식물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고 과일과 견과류만 먹는 극단적 채식주의자인 프루테리언부터, 채식을 하지만 아주 가끔 육식을 겸하는 준채식주의자를 이르는 플렉시테리언까지 단계적으로 구분한다. 여러 단계 중에서 비건(vegan)은 채식주의자를 대표한다. 일반적인 채식주의자가 고기나 생선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면, 비건은 우유와 달걀 등 동물성 식품을 완전히 배제한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어떤 단계의 채식주의를 실천하고 있든지 간에 그들은 동물 학대를 반대한다. 동물과의 공생을 꾀하는 사람들이다.

한국채식연합은 국내 채식인구를 전체 인구의 3-4%, 즉 150-200만명으로 추정한다. 공식적인 통계자료는 아니지만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하였고, 비건 인구도 거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채식인구도 전 세계 인구의 2.5% 수준인 1억 8천만 명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채식인구 비율이 꽤 높은 듯하다.

다가올 미래는 채식주의자라는 말이 무의미해지는 세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발전하는 푸드테크 기술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생명공학과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고기 없는’ 새로운 육식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채식 시장의 규모는 급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식물성 고기의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 12억 달러에서 2015년 18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한다. 올해는 30억 달러로 10년 사이 그 규모가 2.5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콩과 완두, 밀, 견과류 등 식물성 재료를 사용한 고기, 실험실에서 만든 배양육(클린 미트) 등이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을 내는 단계까지 진입하면서 육류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발달한 분야는 대체육 개발 영역이다. 콩으로 만든 식물성 고기는 한 번쯤 먹어보았을 것이다. 대체육을 생산하는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들은 시가총액만 수조 원대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진짜 같은 식물성 돼지고기를 구현해내는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고 한다. 국내 패스트푸드 업체에서도 식물성 패티로 만든 햄버거를 선보였다. 소스는 달걀 대신 대두를 사용해 고소한 맛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빵도 우유가 아닌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 동물성 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포배양육인 ‘클린 미트’는 동물 학대나 환경 파괴 등의 부담이 거의 없으면서 실험실에서 키워진 실제 고기를 말한다. 현재는 생산단가가 문제지만 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가격이 내려가면 실제 고기는 물론 식물성 고기와도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한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육 개발에 성공한 네덜란드 기업 모사미트는 3-4년 내에 소규모로 시장에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고기보다 토지 사용은 99%, 물 사용은 96% 감소시킬 수 있어 환경오염과 자원 낭비가 거의 없다는 게 모사미트 측 설명이다.

국내 언론사의 빅데이터 분석결과에 따르면, 채식을 하는 이유는 건강(63.1%), 윤리적 이유(52.9%), 환경보호(36.2%), 다이어트(26.3%), 체질(9.7%) 때문이라고 한다. 대부분 과도한 육류 섭취로 인한 건강을 염려해 채식하고 있지만, 동물보호 같은 윤리적 이유와 육류, 육가공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행해지는 환경오염, 물 부족, 지구온난화 등의 환경적인 문제 때문에 채식을 선택한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체질상 동물성 단백질이 맞지 않는 사람에게 대체육과 같은 채식시장의 확대는 단백질을 먹을 수 있는 기회인 것도 분명하다.

결국 채식주의자를 꿈꾸기 보다는 채식주의자가 없는 미래를 꿈꾸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건강도 동물보호도, 환경보호도 모두 채식주의와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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