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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양심(良心)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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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7.15 14:34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종구 수필가
이종구 수필가
신약성서 마태복음 5장 3~12절에는 유명한 예수그리스도의 산상수훈 8복이 나온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천국을, 애통하는 자는 위로를, 온유한 자는 땅을 기업으로,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배부름을, 긍휼히 여긴 자는 긍휼히 여김을, 마음이 청결한 자는 하나님을 봄을, 화평케 하는 자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천국에 간다는 팔복 내용이다.

맹자는 사람의 마음을 惻隱之心(불쌍히 여기는 마음), 羞惡之心(부끄럽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 辭讓之心(겸손하고 사양하는 마음), 是非之心(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 등 사단(四端)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성서학자도 아니고, 철학자도 아닌 필자는 팔복과 사단을 그저 주어진 말들만으로 이해한다면 “착한 사람”이 되라는 말로 함축하여 받아들이고 싶다. 「착하다 :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라고 표준국어대사전은 너무 쉽게 풀이하고 있지만, 곰곰이 되씹어 보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말과 행동을 곱고 바르게, 상냥하게 했는지 되돌아보니 낯이 붉어진다. 같이 사는 아내에게도 퉁명스럽게 말했던 것, 별것 아닌 일에도 화가 난다고 욕(辱)을 해댔던 것, 골목길을 걸으며 빈 깡통을 발로 찼던 것 등등 돌이켜 보니 착하지 않은 행동을 일상에서 너무 많이 저질러 왔다는 반성이 되어 수오지심이 부족했다는 반성이 앞선다.

covid19의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면서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바뀌었으나 일상에서의 쌓여가는 스트레스는 누적되어 자제심을 잃게 한다. 시비지심을 잃어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사라져 내 것만 챙기는 이기주의자가 되어가는 듯하다.

정부는 covid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5월 26일부터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 그런데, 6월 24일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한 여자 승객과 마스크를 쓰라는 다른 승객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난 이야기가 영상과 함께 뉴스 한편을 장식했다. 이보다 2, 3일 전, 경기도 포천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버스를 탈 수 없다는 버스 기사에게 앙심을 품고 버스 종점까지 찾아가 버스 기사를 폭행한 사람이 있었는데, 더욱 놀랄 일은 같은 버스회사의 운전기사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그 외도 전국 곳곳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다 운전기사와 관리원들과 다툼이 일어난 일이 7월 들어 510여건이 넘는다고 한다. 자가격리를 어기고 돌아다니다가 고발됐다는 이야기 등과 해외에서도 마스크 미착용으로 상점 종업원들을 폭행했다는 뉴스가 종종 전해진다.

도대체 시비를 거는 그들에게 사단(四端)이 조금 만큼이라도 있기는 한지 묻고 싶다. 마스크 착용은 자신을 보호함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장치이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공부하는 자녀들을 생각해 보고, 이 더위 속에 방호복을 입고 환자들을 치료하고 대상자를 검사하는 의료진들을 생각해 본다면 작은 불편을 감수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우리는 어떤 사건을 보며 “알 만한 사람이 그런다”라는 표현을 한다. 스스로 판단하여 지킬 수 있는데 하지 못한다는 질책이다. “양심(良心 :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덕적 기준의 의식)도 없나?“라는 말도 한다. 아마도 마스크를 가지고 시비를 건 사람들은 그 마음이 알(egg)만 하고, 양심(兩心)이니까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해 본다. 착한 마음, 착한 행실로 가뜩이나 어려운 요즘 생활에 온유하고 긍휼히 여기는 마음과 사단의 마음으로 이웃을 배려하며 위로하고 웃음으로 정을 나누며 covid19를 극복해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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