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반민족 행위자 백선엽은 물러가라!"
15일 오전 11시 대전국립현충원 정문. 고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을 앞두고 찬반 단체가 각각 목소리를 높였다.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경찰 420여 명이 배치돼 긴장감이 고조됐다.
현충원 정문에서부터 민원안내실까지 이어진 도로 양편에는 '6·25 전쟁영웅 현충원 안장 반대가 웬말이냐!’, ‘김일성의 후예, 친일반민족 행위자 백선엽을 기어이 국립 현충원에 안장하려는가?' 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찬반 단체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며 일촉즉발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백 장군 안장을 반대하는 광복회 대전충남지부, 독립유공자유족회 대전지부,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가 "친일반민족 행위자 백선엽은 물러가라"고 외치면, 대한민국재향군인회가 "6·25전쟁 영웅 고 백선엽 호국영웅 폄훼를 즉각 중단하라!"고 맞받아쳤다.
백 장군 운구차가 안장식 10여 분전 현충원에 들어서자, 일부 시위자들 사이에서는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떼말리기에 진땀을 뺐다.
대한민국제향군인회 회원은 "백 장군같은 분이 계셨기에 우리가 70년을 만끽하면서 여태까지 잘 산 것 아니겠느냐"며 "오늘은 백 장군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추모하려고 이 곳에 왔다"고 했다.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원은 "국립 현충원에 친일반민족 행위자를 현충원에 들이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이는 독립열사들과 지사를 모독하는 행위"라고 핏대를 세웠다.
이같은 소란을 뒤로하고 안장식은 엄순한 분위기 속에서 장군 2묘역에서 거행됐다.
서욱 육군참모총장, 김판규 전 육군참모총장,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식사, 고인에 대한 경례, 추도사, 헌화 및 분향, 유가족 인사, 하관, 허토, 조포·묵념, 인사말씀, 폐식사 등 순으로 진행됐다.
서욱 육군참모총장은 "지난 5월 장군님을 예방했을 때 더 강한 육군을 만들어 달라시던 그 말씀이 아직도 제 귓가에 맴돌고 있다. 장군님의 그 높은 뜻을 가슴에 새겨 충실히 받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