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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여름방학, 코로나 19

정현용 대전대학교 H-LAC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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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7.23 07:44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정현용 대전대학교 H-LAC 교수
정현용 대전대학교 H-LAC 교수
코로나 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은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힘든 경험이었다. 학교에서 이뤄졌던 관리, 보살핌이 모두 가정의 몫으로 넘어갔다. 사교육의 혜택을 받는 학생이 더 늘어났고 학생들의 학력 격차, 취약계층 학생의 학업 이탈은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코로나 이후 지난 2~3달 사이 교육현장에서는 그 전에 볼 수 없었던 많은 일이 생겨났다.

학교는 방역의 책임이 더해졌다. 아이들은 등교하기 전에 자가진단을 해야 한다. 수업시간에 마스크를 쓰고 공부하고,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대화도 제한되며, 점심시간에 거리를 두고 식사해야 한다. 학교는 새로운 표준으로 등장한 온라인 수업과 평가로 변화되었다. 아이들은 등교할 때 교과서 몇 권과 한 주 동안 온라인으로 배운 내용과 확인받을 과제를 가지고 간다. 학교는 확진자가 언제 나올지 몰라 수업 진도 맞추기와 수행평가 치르기로 매일 바쁜 일상을 보낸다. 이런 이유로 아이들은 학교생활의 재미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교사들은 지금 많이 적응되었다고 하지만, 초기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많은 혼란을 겪었다. 여러 가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여 온라인 수업을 준비해야 했고, 처음으로 운영되는 수업 방식과 출결 확인, 학습의 피드백 방법 등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며 교육 활동을 펼쳐야 했기 때문이다.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해서 잘해보고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고, 상황이 계속 바뀌어 교육과정을 새로 맞추어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양한 온라인 교육 방법을 연구하고 적합한 형태의 교육 콘텐츠를 활용하여 아이들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수업모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수업에 일부 적용하고 있다.

아이들 역시 온라인 수업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지금의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온라인 수업을 효과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볼 수 없다. 온라인 수업 도중 유튜브에서 수업과 관련 없는 영상을 보거나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는 등 다른 짓을 한다.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어려운 아이는 온라인 수업도 어렵다. 한 주는 학교에 가고, 그다음 주는 온라인으로 수업하다 보니 공부가 잘 연결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온라인 수업으로 학생 간 학력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학습 상태와 생활습관을 봐줄 사람 없어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하는 아이와 여유시간이 많아 사교육 혜택을 이전보다 더 풍부하게 누리는 아이의 차이는 크다. 특히 영어와 수학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생활이 단조로워졌다. 학교 가는 날보다 가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고, 아침에 일어나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시간이 남으면 게임을 하거나 TV 시청, 그리고 학원을 간다.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아이들이 하루를 그냥 보내는 것 같아 걱정되는 부모와 자주 충돌한다. 처음에 잔소리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목소리가 커져 있고 아이들과 사이가 나빠졌다.

부모들은 학교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학교의 역할을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기능과 과정으로 이해하던 부모들이 학교가 맡고 있던 돌봄의 영역을 실감하고 있다. 아이들의 시간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과 불규칙한 아이들의 생활습관을 예전처럼 바로잡기 어렵다는 점, 학교의 부재로 인한 교육격차 심화 등이 학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있다. 학교의 돌봄은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씻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적인 성장 과정인 또래 친구와 관계 맺기, 책임감, 의무감 등의 사회화과정이다. 이것은 결코 부모가 감당할 수 없는 문제로 학교가 꼭 있어야 하는 곳임을 알려준다. 가정형편에 따른 학력 격차는 코로나 이전에도 있었지만, 온라인 수업 이후 차이는 더 벌어지고 있다. 정보 소양의 격차, 부모의 관심 정도에 따라 수업을 이해하고 따라오는 정도가 다르다.

학교의 빈자리는 사교육이 차지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습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사교육 의존이 높아졌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학력 격차와 학업 공백을 걱정해 서로 경쟁하듯 학원을 보내고 있다.

이제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학교와 가정과 사회는 지난 2~3달 동안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쉼 없이 달려왔다. 코로나 19는 확산과 완화를 반복하며 계속 유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방역과 안전, 학습과 배움, 학교와 공교육의 존재 이유, 학교의 돌봄 역할 등을 깊게 고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여름방학이 되면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하고 우리 모두 건강한 2학기를 준비해야겠다.

첫째,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의 장점을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온라인 수업에서 공통된 교육과정을 가르치고, 대면 수업에서 학생의 학습 수준에 맞는 보충학습과 심화학습, 방과후학교 학습 등의 개별화된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둘째, 교사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다양한 수업 형태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교사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역량을 여름방학 동안에 함양해야 한다.

셋째, 교사는 코칭을 통해 아이들에게 지식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공부하는 방법과 절차를 알려주고, 자기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며, 아이들의 삶을 돌봐줄 수 있는 개인 상담사로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

넷째, 소외되는 아이들에 대한 돌봄을 생각해야 한다. 이 아이들은 교육격차를 이겨낼 힘이 없으므로 학교는 이 아이들을 어떻게 품어야 할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섯째, 체계화된 방역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운영한 방역체계의 장점과 문제점을 찾아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 19 이후 학교와 교사에게 슈퍼맨이 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학교와 교사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 나누어 가져야 할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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