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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난잡한 공직자 비리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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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06.19 19:04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중국 명나라 유학자 홍자성이 지은 채근담(菜根譚) 전집 11장에 조선의 대표적 청백리 퇴계 이황 선생의 일화는 최근 비리로 얼룩진 공직 사회에 일침을 가했다. 어느 날 퇴계 이황에게 어떤 사람이 고기와 필묵을 선물로 가져왔다. 이황은 필묵만 받고 고기는 즉시 돌려보냈다.

이를 지켜본 이황의 제자가 의아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선생님 의롭지 못한 물건이라면 필묵도 돌려보냈어야 하는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왜 작은 선물은 받고 큰 선물을 돌려보내신 까닭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는데 이황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처신한 까닭은 가져온 선물을 모두 거절하면 그 사람과 절교를 뜻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가벼운 선물은 받아서 절교하지 않는다는 뜻을 보이고 큰 물건은 돌려보내 그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잘못을 깨닫게 하기 위한 것이다”라는 뜻이 있었다. 이황은 재물에 욕심이 있어서 선물을 받은 것이 아니라 사람과의 의리까지 고려해 이 같은 행동을 했던 것이다.

최근 뇌물 수수, 공금 횡령 등 각종 공직자의 부정과 비리로 어수선한 사회 현실 속에서 가슴깊이 새기고 살아야 할 삶의 교훈이다. 이황의 아름답고 고결한 인품을 이 시대를 사는 나라에서 공을 먹는 많은 공직자들이 각성하며 배워야 할 자세인 줄 안다.

연일 공직자 비리가 이곳 저곳에서 터져 나올 때 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허탈감을 넘어 분노마저 느낀다. 특히 저축은행의 비리와 연류된 금감원과의 관계를 보면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겼다’는 느낌마져 든다. 우리나라 공직사회가 얼마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심지어 공직사회를 감시해야 할 감사원의 감사위원도 저축은행 비리를 덮기 위해 압력을 가해 국민적 신뢰 마저 저버리게 했다. 물론 공직자 비리가 어제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 곪아 터진 공직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할 때다.

일부 공직자는 그동안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국민위에 군림해 왔다. 이제는 국민의 진정한 심부름꾼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공직기강의 감독기관조차 물러 비리가 잇달아 터진 모습을 볼 때 안타깝기만 하다. 선진공직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올바른 자세로 바뀌어야 한다.

청렴은 공직사회뿐 아니라 모든 계층의 국민까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그대로 방치하면 힘없는 국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번 정부가 공직사회를 바짝 조이고 나선 것도 공직자들의 기강해이가 더 이상 방치할 경우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으로 가속화 돼 심각한 수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이 적발한 공직 비리만해도 60건이 넘었다. 이번 점검단이 적발한 비리 중 몇가지 사레만봐도 공직사회가 형편없는 난장판을 실감케 했다. 발표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 과장이 2년 동안 업체에서 생활비 등으로 수천만 원을 받아 쓰기도 했다.

또 공금을 횡령하고 공공청사에서 카드 도박판을 벌이다가 적발된 공무원도 있다. 정부 산하기관이 직원들이 회식을 한다면서 공공기관의 자회사에서 금품을 받은 비리도 있었고 공기업이 시공사에 고가의 비품을 요구한 사례도 적발됐다. 아직도이런 공무원들이 있다니 세금 내는 국민들은 분통이 터지고 억울하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게다가 국토해양부 직원들은 3월 말 제주도에서 하천협회가 주최한 연찬회에 갔다가 민간업체들로부터 식사와 술 접대를 받아 적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가장 큰 공직 비리가운데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은 부산저축은행의 사건은 이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곳의 비리는 양파와도 같이 계속 벗겨야할 판이고 고구마 줄기처럼 엉켜져 있어 곪을 대로 곪아 터졌다. 이미 드러난것 만도 전 감사위원, 전 금감원장, 금융정보분석원장,국세청 관계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인데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정치권에도 수십명의 연류설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 특권계층 모두와 정부, 정치권까지 관여한 거대한 부패 덩어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갈수록 공직자들의 구린 냄새가 계속 흘러 나오고 있다. 참다 못한 경기도 성남 시장은 아에 시장실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했다.

시장에게 봉투를 꺼내 주고 압력을 행사하고 세를 과시하려는 일이 너무 많아 고심끝에 비리 방지차원에서 극단의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참으로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속에서 공직자들의 비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곳곳에서 각 가지 숫법으로 터져 공직사회 부패의 그림자가 크고 짙게 나타나고 있다. 이제 공직 사회의 근무기강 해이도가 도를 넘어서 국민 불신이 커지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도 지난달 내놓은 2011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협약 이행 보고서에서 한국을 ‘소극적 이행국’으로 분류했다. 한마디로 부패방지 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제 정부가 비리 척결에 엄포만 놓을 때가 아니다. 대통령과 총리가 비리 척결에 팔을 걷고 나선 길에 부패의 뿌리를 확실하게 뽑아야 할 줄 안다.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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