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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소리가 온다] ① 유태평양의 ‘수궁가’

최혜진 목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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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7.28 14:19
  • 기자명 By. 충청신문
최혜진 목원대 교수
최혜진 목원대 교수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하반기 기획공연으로 준비한 ‘판소리 다섯 마당’이 화들짝 반갑다. 현재 전승되는 판소리 다섯 마당을 차례로 감상할 기회가 된다는 점과 젊은 소리꾼들을 초청해서 에너지 충만한 전통 예술의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이름도 “2020 전통시리즈/ 젊은 소리꾼 초청, 판소리 다섯마당”이다. 7월부터 11월까지 매달 한 명씩 초청하여 무대를 만든다고 하니 기대감에 마음이 설렌다. 특히나 첫 공연인 7월 30일에는 판소리 신동으로 이름났던 유태평양이 그의 특장인 ‘수궁가’로 대전 시민들과 만나게 된다.

판소리는 2003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예술이다. 유네스코에서 채택될 당시 종묘 제례 및 종묘 제례악 다음 두 번째로 지정이 되었으며,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긴 이야기 노래와 소리꾼들의 명창이 되기까지의 고된 훈련으로 그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우리 판소리는 양반부터 서민까지 공동체 구성원이 누구나 즐기던 문화였으며, 많은 레파토리를 생산하면서 당대 사람과 사회, 국가, 이념 등에 대한 의식을 소리로 담아낸 의미있는 노래였다. 판소리가 위대한 이유는 여러 작품을 통해 현실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담아내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꿈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판소리를 함께 즐기고 감상하면서 사설과 소리를 발전시켜나갔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를 판소리로 알고 있지만 그 시대를 풍미했던 많은 작품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던 역사가 있었다. ‘강릉매화타령’이나 ‘배비장타령’ ‘장끼타령’ ‘무숙이타령’ ‘변강쇠가’ 등은 시간 속에서 점차 사라졌던 작품들이다. 반면 시대에 따라 새로운 작품들이 생기고 있다. 현대에도 ‘슈퍼댁 씨름대회 출전기’ ‘똥바다’ ‘오적’ ‘백범 김구’ ‘방탄 철가방’ 등 많은 작품들이 이 시대를 통찰하면서 창작되고 있다.

이 중 ‘수궁가’는 병든 용왕을 살리기 위해 별주부에게 속아 용궁으로 간 토끼가 거짓말로 다시 살아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판소리다. 이야기의 유래는 삼국시대로까지 올라가니,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개 알고 있는 토끼의 지혜를 다룬 작품이다. 큰 줄거리야 그렇지만 판소리로 들어가보면 그 디테일과 대화, 음악적 구성이 정말로 재미있고 아기자기 하다. 병든 용왕에게 바치는 약과 침, 신하들의 무능, 별주부의 신념, 허당 토끼의 모습, 별주부와 토끼의 밀당과 두뇌 싸움까지 펼쳐진다.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는 판소리이다.

유태평양은 일찍이 조통달, 성창순 명창 문하에서 수업하여 이미 완창을 여러 번 한 공력이 꽉찬 소리꾼이다. 여섯 살 나이에 흥보가를 3시간 반 완창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가 부를 ‘수궁가’는 미산 박초월 명창으로부터 내려온 소리로 20세기 후반 판소리계에 큰 영향력을 끼쳤던 유파라 할 수 있다. 현재 박초월 명창의 미산제는 ‘흥보가’와 ‘수궁가’가 남아 전승되고 있는데, 조통달 명창이 전승을 활발히 하고 있고, 유태평양은 그 수제자라 할 수 있다. 유태평양은 소리에 힘이 있고, 현재 국립창극단 소속으로 특히 연기력이 뛰어나 실감나는 무대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판소리는 돗자리 하나 깐 무대에 고수 한 명과 소리꾼 한 명이 길게는 8시간 가량을 공연하는 예술이다. 그 시간이 지루하지 않으려면 소리꾼이 무대를 장악하고 관객과 소통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판소리에는 알아듣기 어려운 한자말이 많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그 내용을 잘 표현하고, 아니리나 너름새(연극적인 표현을 일컫는 판소리 용어)를 즉흥적으로 얼마나 잘 하느냐도 관건이다. 이러한 판소리의 판짜기는 몇 년 배운다고 될 일이 아니고, 공력과 독공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니 소리에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관객인 우리들은 판소리가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어떻게, 왜 좋은가를 잘 따져서 젊은 소리꾼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이들이 전통을 잘 계승하도록 도와주는 일이 필요하다. 정통 판소리를 하는 소리꾼보다는 퓨전, 트로트 쪽으로 흘러가 버리는 요즘 추세를 보면 더욱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우리는 수준높은 소리 기량을 가진 젊은 소리꾼들의 무대를 응원하고 박수를 보내면서 함께 미래 판소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이 때, 젊은 소리가 온다. 마스크와 추임새 준비를 하고 그들을 응원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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