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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가면 뒤에 숨겨진 진보의 ‘위선’

허재삼 작가·공인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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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7.27 23:45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재삼 작가·공인중개사
허재삼 작가·공인중개사
안희정은 전 충청남도지사를 역임했다. 깨끗한 이미지와 성실한 도정수행으로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 흔들어 놓을 일이 발생했다. 안 전 지사의 수행 비서로 근무한 김지은이 8개월 동안 4차례 강제적인 성관계와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해당 비서는 안 전 지사를 고소했다. 검찰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안 전 지사를 2018년 4월 11일 불구속 기소, 결심공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2018년 8월 14일 1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는 안 전 지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정상적 판단력을 갖춘 성인남녀 사이의 일이고 저항을 곤란하게 하는 물리적 강제력이 행사된 구체적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며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이며 사실상 유일한 증거가 피해자 진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19년 2월 1일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심 판결을 뒤집고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법정 구속했다. 2019년 9월 9일 대법원은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항소심에서의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오거돈은 전 부산광역시장을 역임했다. 2004년 재·보궐선거를 시작으로 4번의 도전 끝에 7회 지방선거에서 민선 최초의 민주당계 부산광역시장이 됐다. 현재까지 한국 광역단체장을 통틀어 권한대행과 정식 시장 직을 다 맡아본 유일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23일 면담과정에서 여성 공무원에게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저질렀다고 스스로 인정하며 2년 만에 시장직을 사임했다. 그는 형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현재 성범죄 혐의를 받는 피고인이다. 하지만 경찰은 성추행 사건 3개월이 넘도록 기소도 못한 채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박원순은 전 서울특별시장을 역임했다.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는 인권 변호사와 사회운동가로 활동했다. 박원순은 2011년 10월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당선되면서 화려하게 정계에 입문했다. 2014년 치러진 제6회 지방선거에서도 재선에 성공했다.

박근혜 정부 때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의 과감한 조치로 인해 한동안큰 인기를 누렸다. 19대 대선 정국 때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려 했으나 국민들의 낮은 지지도를 절감하고 대선 출마를 포기하기도 했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하며 당 내의 입지를 더욱 굳혔다. 차기 대선 후보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되다가 성추행 피소 후 북악산 숙정문 부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실로 충격적인 일이며 애도하는 마음과 실망하는 마음이 교차한다. 박 전 시장의 죽음으로 그의 혐의는 형사법상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될 것이다. 최장수 서울시장으로 작지 않은 족적을 남겼지만 64년의 삶은 불명예스럽게 끝났다.

정부와 여당은 겉으로 드러난 박 시장의 인권 변호사 활동과 약자를 위해 헌신한 사회운동가로서의 그의 공적을 미화하고 부각했다. 그러나 가면 뒤에 숨겨진 음습한 성 추문의 가해자라는 위선에 많은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현재 지지부진한 수사에 대해 많은 여성 단체가 한목소리로 이번 사건의 신속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20대 여성 80% 가까이가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여론조사에서 답했다.

위 세 사람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성관련 혐의로 피소되었거나 형이 확정된 인물들이다. 둘째,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이었다. 셋째, 천문학적 예산을 집행 할 수 있는 권한과 공무원 인사권을 가진 제왕적 권력이었다. 넷째, 무소불위의 ‘권력형 성범죄’ 사건이었다. 다섯째, 자천 타천으로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내린 유명 인사들이었다. 여섯째, 평소에 공정과 정의를 외치던 진보 인사들이었다.

물론 그동안 진보진영 인사들만 성관련 사건에 연루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특히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내에는 말로는 여성 인권 운동의 횃불을 높이 치켜들며 페미니즘(여권 운동)을 지지하고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인사들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들은 정치적 견해나 진영 논리에 따라 입을 다물고 침묵하고 있다. ‘우리끼리’를 외치며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고 있다. ‘우리진영’에 대한 비판은 용납하지 않고 ‘상대진영’에 대한 비판은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상대의 과오는 과장해서 부풀리고 내편의 잘못은 축소하고 덮어준다.

민중가수 안치환은 7월 7일 자신이 직접 작사·작곡한 신곡 ‘아이러니’를 통해 “꺼져라 기회주의자여”라며 진보권력을 비판했다. 이 곡은 ‘일 푼의 깜냥도 아닌 것이 / 눈 어둔 권력에 알랑대니 / 콩고물의 완장을 차셨네 / 진보의 힘 자신을 키웠다네 / 아이러니 왜이러니 죽쒀서 개줬니 / 아이러니 다 이러니 다를 게 없잖니 / 꺼져라 기회주의자여.’라는 가사로 이뤄졌다.

얼마 전 진보 성향의 원로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등장이 진보와 보수의 극단적인 양극화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촛불 시위 이후 문재인 정부의 등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가는 전환점으로 기대됐지만, 지금 한국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 위기는 학생 운동권 세대의 엘리트 그룹과, 이들과 결합된 이른바 ‘빠’ 세력의 정치적 실패에서 왔다”고 분석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성 관련 유사사례가 터질 때마다 재발 방지와 강력한 조치를 공언했으나 말뿐이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성 인권이 신장되고 유사한 권력형 성범죄의 흑역사를 끝내야 한다. 제2 제3의 ‘권력형 성범죄’의 아바타가 나타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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