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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부모라는 이름으로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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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8.02 21:32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거울 속에 보이는 모습에서 부모를 만난다고 한다. 필자의 형제는 1남 4녀로 언니가 세 명이다. 그런데 네 자매의 얼굴이 너무 안 닮아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할 정도이다. 어떤 언니는 어머니를 많이 닮고 어떤 언니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기는 하는데, 여하튼 대체로 친형제보다는 남인 듯 각각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성격도 너무나 달라 우리조차도 서로 의아하게 생각한다. 선천적인 유전과 후천적인 환경적 요인의 결과물이 현재의 모습이라면 살아온 인생이 너무 달라서 그런 것일까?

형제 순위로 자라온 환경이 각각 다르기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능력도 매우 다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은 형제보다는 좀 덜 받은 형제가 대체로 자립심이 강해 보인다. 형제의 순위로 이미 반 운명이 결정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선천적인 유전 인자가 후천적인 교육과 환경적인 요인보다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형제마다 받아들이는 해결 능력과 대처능력이 다른 것을 보면 성격 형성에 선천적 요인이 더 많이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각자의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인 교육이나 환경적 요인에 의해 타고난 운명을 바꿀 수는 없는지 작은 의구심이 든다. 어떤 자식은 부모의 장점만을 닮았는가 하면 어떤 자식은 닮지 않길 바라는 부모의 성격이나 체질을 물려받은 경우가 있다. 그래서 부모의 장점보다 단점인 나쁜 유전 인자를 받은 것에 대한 자식의 귀여운 원망과 투정을 때때로 들어야 하는 부모도 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선 좋은 유전 인자를 물려받아 후천적인 교육 제공으로 자식이 반듯한 인물로 완성되기를 바라는데, 때로는 생각과는 반대의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가끔은 콩 심은 데 팥이 나기도 하는 기현상을 보이는 것이 자식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식은 가슴에 박힌 돌덩이라 평생 안고 가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부모를 닮은 만족스런 자식이든 걱정거리인 자식이든 모두 부모가 품어야 할 분신임에 틀림없다.

한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난 형제라도 각자의 성격과 생김새가 각각 다름을 인정하고, 부모는 자식에게 획일화된 교육방식보다는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차별화 된 양육방법의 접근이 필요하다. 어떤 부모는 자식이 ‘명수죽백’으로 후세에 이름을 남길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사람으로 남기를 바라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역할을 잘 수행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면 부모 입장에선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고 부모의 의무는 여기까지라 생각된다.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고 한다. 부모는 자식의 눈높이에서 자식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자세를 갖고, 자식은 부모의 입장에서 부모의 숨은 뜻을 헤아려 준다면 누구보다 원만한 부모 자식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서로의 입장과 위치를 이해하지 않고, 각자 자신 관점에서의 주장만을 내세운다면 당연히 부모와 자식 간에 간극이 생기게 된다. 혈육이라 해서 모든 생각이 같을 수도 없고 상대의 양보와 희생만을 바랄 수는 없다. 가족관계도 일종의 작은 사회이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유지는 인생에서 행복한 여정의 첫 단추로 그 의미는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살면서 터득한 지혜는 지식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이다. 부모의 닮은꼴인 자식이 지혜로운 사람으로 남에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사회인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모든 부모의 작은 소원이, 지금도 메아리 되어 울려 퍼진다. 평생 애물단지인 자식으로부터 짐을 덜고 벗어나기 위해서도, 부모의 좋은 점만 닮아 자식이 부디 인생의 진정한 승자가 되기를 모든 부모는 바랄 것이다. 자식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을 때도 항상 비바람을 막아주는 울타리 같은 존재가 부모라는 이름이라는 것을 되새기며, 귀하고 소중한 부모와 자식 간의 특별한 인연을 위해 사랑의 종소리를 더욱 멀리 내보내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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