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이정화 기자 = 계속되는 집중호우로 지역 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8일 충북 영동·옥천 등 충청권 과수농가에 따르면 마를 새 없는 빗줄기에 과일 출하에도 비상이 걸렸다.
수확을 앞둔 과일이 속절없이 낙과해 출하량이 줄어든 데다 일조량이 적어 당도가 떨어지는 경우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것.
또 밭이 질어 소독차 운행이 어렵고 약을 쳐놓더라도 금방 빗물에 씻겨 병해충 예방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복숭아나무처럼 물에 취약한 경우에는 '뿌리가 썩어 죽어가는 나무가 나오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영동에서 복숭아를 키우는 이 모씨(58)는 밭에 나가 물을 퍼내는 게 최근 일과다. 이 씨는 "바람과 장맛비에 매일 복숭아가 떨어지고 있다. 한해 농사를 망칠까 봐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이 씨네 맞은편 복숭아밭은 출하 시기가 이른 편인데, 이번 장마하고 겹치면서 낙과 피해를 크게 입었다. 밭 주인은 "지난해에는 온도 상승으로 과일 크기가 작아서 한 상자에 2000원 밖에 못 받기도 해 속이 썩었는데 올해는 비로 다 떨어져 팔 게 없다"고 속 타는 마음을 밝혔다.
자두밭을 일구는 정 모씨(63)는 며칠 전 천둥번개와 장맛비가 몰아치던 날 급히 밭에 나가 자두를 땄다. 통상 비 오는 날은 맛이 떨어져 수확하지 않지만 자두가 급히 부풀어 갈라지면서 흠과가 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정 씨는 "출하량이 작년보다 크게 줄었다. 봄에 꽃이 얼어 과일이 적게 열렸고 비가 많이 와 터진 자두가 많다"고 말했다. 정 씨의 경우 복숭아밭도 하나 있는데, 지난해보다 출하량이 80% 줄었다.
또 다른 복숭아밭 주인 박 모씨(60)는 잇따른 비로 복숭아 당도가 떨어지면서 지난 7일 9~10개로 이뤄진 4.5kg 한 상자를 1만1000원에 팔았다. 백화점 등에 납품되는 큰 크기의 상품이다.
전체적인 출하량 감소로 당도만 어느 정도 나오면 경매시장에서 좋은 가격을 받을 수는 있지만, 단맛 내기도 어렵고 수확량 자체가 크게 줄어 전체 수입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