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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노쇠증후군(Frailty syndrome)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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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8.09 14:24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수그러들 줄 알았던 코로나19 여파로 학교에서는 학생들보다 교직원과 방역 관련 업무로 인한 분주함으로 다들 어수선하다. 2학기 개강이 코 앞인데 북반구가 가을로 접어들면 기온과 습도가 낮아지면서 바이러스 확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따라서 1차를 넘어서는 대확산(Bigger wave)이 전개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견으로 모두가 심란하다. 지금 각 나라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게임 체인저가 되겠지만, 통상적인 개발 기간보다 크게 단축된 치료제와 백신이 효과나 안전성 측면에서 신뢰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한 예로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은 70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고, 에이즈 백신은 4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백신이 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내 나이 아직 60에 도달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하는데 보지 말아야 할 것과 듣지 않았으면 하는 진실을 너무 자주 접하게 되고 보니 뜻하지 않는 인생사 패권경쟁에 몰린 듯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부터 나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실 매 학기 노안과 사투 중이었는데 작년부터 시작된 깜박깜박하는 나의 건망증이 올해부터는 아예 머릿속 지우개로 기억 주머니 한 귀퉁이에 웅크리고 들어앉아 버렸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노인이 되면 겪어야 할 노쇠를 '늙음에 대한 즐거움'이라고 해석하였다. 살펴보면 ‘첫 번째 대머리가 되니 빗이 필요치 않고, 두 번째 이가 없으니 치통이 사라지고, 세 번째 눈이 어두우니 공부를 안 해 편안하고, 네 번째 귀가 안 들려 세상 시비에서 멀어지며, 다섯 번째 붓 가는 대로 글을 쓰니 손 볼 필요가 없으며, 여섯 번째 하수들과 바둑을 두니 여유가 있어 좋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동시대 유학자이자 실학자인 이익은 그가 쓴 ‘성호사설’에서 신체적 노쇠에 대하여 '열 가지 좌절’로 설명해 놓았는데 내용은 이러하다. 첫 번째 낮에는 꾸벅꾸벅 졸지만, 두 번째, 밤에는 잠이 오지 않고, 세 번째는 곡할 때는 눈물이 없고, 네 번째는 웃을 때는 눈물이 나며, 다섯 번째는 30년 전 일은 기억하면서, 여섯 번째 눈앞의 일은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일곱 번째는 고기를 먹으면 뱃속에는 없고, 여덟 번째는 이빨 사이에 다 끼고, 아홉 번째는 흰 얼굴은 검어지는데, 열 번째는 검은 머리는 희어진다고 하였다.

원래 노쇠는 개인이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을 때, 중요하고 익숙한 사회적 일상생활 활동을 수행할 능력이 저하된 상태로 정의하였었다. 그러나 최근 Linda Fried 등은 체중감소, 피로, 근력 약화, 보행속도 감소, 신체 활동 저하로 구성된 정량화된 정의로 제안하였다. 노쇠증후군의 원인은 다양하며, 근육감소, 영양결핍, 통증, 그리고 다양한 질병들이 포함되고 치료방법으로는 기저질환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운동요법 등이 있다.

아주대병원에서는 70살 이상 노인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친구를 만나지 않을수록 노화 속도가 빨라질 위험이 컸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친구와 시간을 보내지 못하면 외로움이 깊어져 우울증이 생기기 쉽고, 우울감은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신체 활동을 줄여, 몸을 쇠약하게 만든다고 하였다.

참으로 어수선한 2020년이다. 생뚱맞은 왕관 뒤집어쓴 바이러스의 등장에 1학기를 암흑 같은 공기로 버텼더니, 7월부터는 맨날 하늘에서 빗줄기를 뿜어내니 전국이 물 폭탄으로 황토 길이 열렸고, 늘어나는 이재민 숫자는 가슴을 후벼판다.

친구가 있어도 만나면 미안하고, 밥 같이 먹으면 죄스럽고, 사회적 거리 유지에다 마스크 착용으로 대화는 시작되었는데, 뭔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고 그냥 방콕이 맘 편한 지금 우리는 모두가 사회적 노쇠 조절 장애 증후군으로 몰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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