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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묘비명

이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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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8.10 18:50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혜숙 수필가
이혜숙 수필가

그가 떠났다. 떠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떠난 사람은 말이 없는데 남은 사람들의 설왕설래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다.

7월 9일 오후에 국민을 경악하게 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나라 수도를 책임지는 시장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아버지와의 통화에서 나쁜 기운을 감지한 시장 딸이 실종신고로 수색이 시작되었다. 설마 머리를 식히려고 등산을 간 거겠지. 너무도 많은 업무에 시달리다가 휴식을 취하러 갔을 거야. 그럴 줄 알았다. 7시간이 지난 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기 전까지는.

인권변호사로 열심히 일하더니 서울시 민선 시장에 당선되어 9년 가까이 서울시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다가 도대체 무슨 일일까. 나쁜 소식은 빨리도 들려왔다. 전직비서의 성추행 사건이 보도된 것이다.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했다는 것이다. 거짓말일거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일하고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분이 그럴 리가 없을 거라고.

장례식이 시작되고 있을 때 여성단체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상상도 못한 이야기들이 터져 나왔다. 왜 그랬을까. 조교 성추행 사건을 맡아서 승리로 이끌어 여성의 존경 받던 분이 무엇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떠난 시장의 공과 과를 이야기 한다. 장례식을 기관장으로 하는 것도 찬반으로 갈린다. 정치하는 사람들도 역시 마찬가지다. 여당은 공을 더 내세우고 야당은 과를 더 부각시킨다. 당의 운명이 걸린 일도 아니건만 당쟁하는 얼굴들이 썩은 고기를 탐하는 하이에나 같이 추해 보인다.

이상하게도 쟁론의 정점에 있는 백선엽 장군도 비슷한 시기에 세상을 떠났다. 그분 역시도 공과 과가 많은 분이다. 일제 강점기 때 독립군에 대해 가장 악랄하고 잔혹한 활동으로 유명했던 간도특설대에 근무했기에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었다.

6·25 전쟁에서는 초고속승진으로 사성장군으로 승승장구했다. 1사단장, 1군단장, 육군참모총장, 휴전회담 한국 대표, 주중한국대사, 교통부 장관 등을 지낸 그는 전쟁의 영웅이며 국군의 아버지로 대접받았다. 6·25전쟁 영웅으로 5성장군의 명예원수로 추대되었던 적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공과 과가 많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백장군에 대해서도 역시 말들이 많다. 서울 현충원에 모셔야 한다. 대전으로 가야한다. 아예 현충원에 안장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등. 그것도 역시 여당과 야당이 반대편에 서서 설왕설래다.

‘19세기 후반의 프랑스의 소설가 모파상은 인생의 참 가치를 소설로 써서 명성을 얻은 작가다. 작품마다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커다란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그의 삶은 누구나가 부러워할 만한 것이었다. 지중해에 요트가 있었고, 노르망디에 저택과 파리에는 호화 아파트도 있었다. 은행에도 많은 돈이 예금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1892년 1월 1일 아침,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했다. 목숨을 구했지만 정신병자가 된 그는 1년 동안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다가 43세를 일기로 인생을 마감했다.’ 그의 묘비에는 그가 말년에 반복해서 했던 말이 기록되어 있단다. “나는 모든 것을 갖고자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 진정한 행복이란 객관적인 조건에 있지 않습니다.” 라고. 보이는 완벽함이 내적 만족감과 비례하지 못하다면 허무한 삶이란 걸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고 떠난 박시장이나 장수하고 떠난 장군. 두 사람의 묘비엔 어떤 글이 쓰일까. 국민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의 묘비엔 훗날 어떤 글을 남기려나.

당파 싸움만 하다가 나라를 잃는 슬픔을 초래했던 시절이 잊을 수 없다. 수많은 백성이 억울하게 죽었고 왕후까지도 일본자객에 의해 목숨을 잃는 아픔을 겪은 우리 아닌가. 여당 야당 서로 날선 공방을 일삼으며 너다 나다 분별만 일삼지 말고 우리로. 국민과 나라를 위하여 정당뿐 아니라 국민과 함께 상생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좀 더 넓고 크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거대 여당이라고 권력을 휘두르지 말고 야당이라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길 바란다. 백성을 위하는 사람이 진정한 군주라고 한 노자의 말씀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화를 돋우는 소식은 이제 그만 듣고 싶다. 외세의 참견에도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는 나라. 어디를 가든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싶은 소망이 욕심일까. 나라를 이끌어가는 위정자에게 제발 세계에 우뚝 설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간절히 바라본다.

그들의 사후에 진정 국민을 사랑하고 조국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는 묘비명이 세워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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