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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저출산 문제, 결혼예비학교로 풀자

최성수 대전 서구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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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8.12 23:42
  • 기자명 By. 충청신문
최성수 대전 서구문화원 사무국장
최성수 대전 서구문화원 사무국장
저출산 문제가 심각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합계출산율은 2018년부터 0점대로 접어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이미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출산율 세계 꼴찌’ 불명예타이틀 보유국이다. 보통 합계출산율이 1.3명 밑으로 떨어지면 '초(超)저출산' 국가로 분류된다.

최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공개한 유엔인구기금(UNPFA) ‘2020년 세계인구현황보고서(State of World Population)’에서도 UNPFA가 집계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명으로 조사 대상 198개국 중 198위였다. 조사 대상국 중 공식적으로 꼴찌를 기록한 건 1978년 첫 보고서 발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출산율 저하가 지속되자 국가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저출산 고령화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두고 국가적 차원에서 정책 개발에 나서면서 시작되었다. 2009년에는 정부와 시민단체가 '아이낳기좋은세상 운동본부'를 출범하고 범국민 출산장려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지방자치단체도 적극적으로 출산장려책을 제시했다. 출산 시 현금이나 지역화폐, 가전제품 제공 등 다양한 포상책을 제시하며 저출산 극복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 놓았다. 이처럼 국가와 지자체, 시민단체까지 나서 나름의 노력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그다지 내세울게 없었다. 오히려 출산율은 더 떨어지고 있으며, 그러려니 하는 면역력만 강화해주고 있다. 뭔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교 때 ‘부모와 자녀’라는 교양과목을 수강하면서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86년 쯤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10년 후 나의 모습’을 과제로 내 주었다. 그 리포트에 아이를 셋 정도 낳아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겠다고 써서 교수로부터 공개적으로 칭찬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그때만 해도 산아제한의 시대였지만 아이가 셋은 돼야 조화로운 가정이 될 것이란 소신이 생겼다. 물론 그 다짐대로 아들 둘에 딸 하나를 낳아 스스로의 약속을 지켰다. 셋째 출산 때는 의보 혜택도 받지 못했던 씁쓸한 기억, 불과 20여 년 전이다. 그것은 교육의 힘이었다. 만약 그 강의를 듣지 않았다면 나 역시 남들처럼 많아야 둘 낳고 말았을 게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 출산 정책도 이제 발상을 전환해야 할 때다. ‘아이 낳으면 뭐 해 줄게’가 아니라 ‘왜 아이가 있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 할 수 있으면 초등학교부터 교양강좌로 채택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각 지자체들이 나서 결혼예비학교를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결혼예비학교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을 대상으로 정해진 기간 동안 일정 과목을 필수적으로 수강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한 커리큘럼은 부부간 예의, 고부간 갈등 해결, 좋은 아빠 엄마 되기 등의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이 과정을 온전히 이수한 커플에 대해서는 결혼 시 혼수 가전이나 주택자금 지원 등의 파격적인 혜택을 주면 지원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교육 시설은 평생학습원이나 문화원 등 공적 기관이나 대학의 평생교육원 등이 위탁받으면 쉽게 해결될 문제다.

개인적 경험에 비춰 봐도,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들어 봐도 준비 없는 결혼 생활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지 모른다. 두 사람이 만나 연애하다 결혼을 앞두고 혼수준비를 한다. 이때부터 사소하지만 갈등이 시작된다. 집이나 살림 장만이 우선인 혼수다보니 그렇다. 가장 중요한 혼수는 행복한 가정의 설계가 우선해야 하는데 그것은 뒷전이다. 그러다보니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고 이를 극복하지 못해 중도에서 좌초되는 커플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결혼예비학교를 통해 건강한 가정을 이루는 법을 배운다면 부부싸움 횟수도, 고부간 갈등도 줄어들 것이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법도 배우고 자녀 양육과 교육 방법도 달라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부 관계가 건강하면 행복한 가정이 만들어지고 출산율 저하도 막을 수 있다. 이혼율도 낮아질 것이며, 재혼 후 계모나 계부에 의한 아동학대도 줄일 수 있다. 물론 결혼예비학교의 효과가 즉각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기존의 출산 후 보상 방식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인 점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이 나선다면 보다 더 선진적 제도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별도로 국가와 지자체 또한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인구가 곧 국력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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