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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편견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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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8.24 10:20
  • 기자명 By. 충청신문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많은 피해를 주었던 장마도 끝나고 신규 코로나 환자의 그래프도 움직임이 없어 일상으로 돌아가나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코로나19 신규 발생자가 다시 가파른 그래프를 그리며 우리를 절망에 빠뜨린다. 이제 정말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이 엄습한다. 앞날을 예측하지 못하는 시대에 산다는 것이 우울하다.

내가 소속된 단체 행사들이 9월 초에 예정되어있었다. 이번 코로나 확산으로 공연계약을 모두 취소하였다. 공연자의 한숨 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렸다. 왜 아니겠는가? 코로나보다 굶어 죽을 것 같다는 푸념에 마음이 찹찹하다.

지난주에는 큰아이와 부산을 다녀왔다. 잘 알고 지내는 분이 부산에 가서 한 달 살기를 하고 계신다. 여든이 넘으셨는데 견성하겠다는 마음으로 한 달간 마음공부를 하러 가셨다. 조그마한 오피스텔을 얻어 사찰에 가서 법문을 듣고 나머지 시간 또한 유튜브를 통해 법문을 들으며 명상하고 계신다고 했다. 다녀와서 나이 들어 노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분은 너와 나, 좋고 싫음, 옳고 그름의 분별심이 강하고, 철학적인 생각 없이 살아오시다가 부산에 계시는 스님의 법문을 듣고 통찰을 하셨다고 했다. 삶을 되돌아보고 남은 생 또한 잘 살고 싶어 용기를 냈다 한다. 그 나이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내가 부산에 가는 이유를 말하니 옆에 있던 친구가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참 별난 분이시네. 여든이 넘었으면 살 만큼 사셨구먼 무슨 마음공부, 견성~~” 나 또한 그 말에 동조하는 마음이 컸는지 반박하지 못하고 웃기만 했었다.

그 여사님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지 않은 자신의 삶을 통찰하고 있었다. 앞으로 분별심 없이 살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겠다 하셨고, 그 어느 때 보다 밝은 얼굴을 하고 계셨다. 여든이 넘었으니 노인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돌봄을 받아야 되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또한, 감정까지 노쇠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 부끄럽다. 노인에 대해 얼마나 많은 편견과 무지가 내 마음에 있었는지 반성하게도 되었다.

내친김에 ‘69세’라는 영화를 이번 주말 보러 가기로 예약을 했다. 이 영화 또한 69세 할머니가 20대 남자 조무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내용이며, 69세 할머니가 고소를 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했다. 영화와 다르게 그 할머니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자살을 했고 감독은 그 사건이 내내 마음에 남아 있어 영화로 만들었다는 후기를 읽었다.

현실과 다르게 영화에서는 어떻게 풀어 가는지 궁금하다. 영화관을 검색하다가 별점 테러가 있었다는 글을 읽고 분노가 일었다. 여성 노인을 ‘무성적 존재’로 봤을 것이며 그렇기에 편견은 쉽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의 이런 편견에 많이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 숨기지 않고 문제를 밖으로 들어내어 연대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주인공의 용기를 보고 와야겠다.

얼마 후면 중년인 나도 노인의 반열에 들어설 것이다. 조금씩 달라지는 신체의 변화가 나이 듦의 삶을 준비하게 하지만 마음자리는 늘 그대로이다. 정신과 신체의 변화가 같이 가지 않음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서유석이란 가수가 ‘너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란 노래를 불렀을 때는 웃고 말았는데 곧 그 가사를 입 밖에 내는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청년은 미래를 이야기하고 장년은 현재를 살고 있으며 노인은 과거를 산다”라는 말이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다가올 노년을 위해 노인이지만 현재를 살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화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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