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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원의 교육夢] 학교군 조정, ‘위드 코로나’ 대응의 기회로 삼자

권기원 대전시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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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8.25 13:02
  • 기자명 By. 충청신문
권기원 대전시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장
권기원 대전시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장
지난해 9월 29일 대전교육청은 2016~2018년 3년간 월드비전과 함께 전개한 초‧중‧고 ‘사랑의 동전 모으기’ 캠페인의 결실로 케냐 나이로비와 이시올로 지역에 세운 응가레마레 초등학교의 완공식을 가졌다. 10Km이상 원거리에서 청소년을 포함한 부락민 1000여명이 참석하여 학교 건립을 자축하며 환호하였다. 부락민들은 뙤약볕 아래에서 질서정연하게 메마른 땅의 모래가 자욱히 일어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5시간 이상을 민속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지역공동체의 거점인 학교 탄생에 연신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이와 함께 앞으로 학교에서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케냐 아동들이 훌륭하게 성장해 더 어려운 나라를 돕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우리나라도 예로부터 훌륭한 선생님을 찾아 집을 떠나 멀리 유학하였다. 또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의무교육이 아니었기에, 비록 원거리일지라도 학교에 가는 것만도 감지덕지하였다. 이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거주지 인근에 초등학교가 다수 설립되고 초등교육이 의무교육이 되면서 가까운 거리의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초등학교만 해당될 뿐 중학생이 되면 다시 원거리 학교에 등교하였다. 이는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법적으로 동일한 교육여건으로 인정하는 하나의 통학구역으로 설정한 학교군(일명 학군)내에서 무작위 추첨 입학 배정을 하였기 때문이다.

학교군은 1968년 중입시험 폐지로 시작되어 중학교 평준화가 이루어진 1971년에 전격 도입되어 1974년 고교평준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정착된 제도이다. 도보 기준 30분 내외 통학 거리(통상 3Km이내) 소재 학교들을 하나의 학교군으로 설정하였으나, 농어촌의 경우 4Km이상의 거리에 학교가 위치하기도 하고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통학에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그래서 농어촌 학생들은 지각하지 않으려고 뜀박질로 등교하는 것이 당연지사였다. 대도시도 일부 학생들은 20∼30분을 걸어 멀리 있는 학교로 등교하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원거리 통학에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과는 달리 학생들은 여러 학교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어 더 좋아하기도 하였다.

요즈음 우리 대전이 학교군 조정과 관련하여 원거리 학교로의 배정을 우려하는 학부모님들의 이의제기로 시끄럽다.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대전교육가족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현재 대전의 학군은 33개로 타 광역시(광주: 13, 대구: 17, 부산: 23)에 비해서 너무 세분화되어 있고 최근의 도시개발 상황, 학령인구 감소 등을 반영하여 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예고한 조정안을 적용할 경우 통학에 1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학군도 존재하므로, 협의 과정을 통해 원거리 배정을 최소화하면서 학교간 교육격차를 줄여 학교교육력을 제고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이 가능하도록 조정안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필자가 작년 7월 10일자로 언급한 바와 같이 학군 논쟁의 핵심은 결국은 원거리 통학의 문제라기보다는 학교 선호도와 관계된 문제이다. 원거리 학교에 배정되어도 선호하는 학교라면 문제 삼지 않는다. 이와는 달리 아무리 가까이에 있어도 선호하지 않는 학교는 지원하지 않아 그 학교는 계속해서 학생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개교 당시엔 30학급 이상의 대규모 학교였는데 계속되는 지원 기피와 소수 인원 배정으로 5∼6학급의 소규모 학교로 축소된 사례가 대전시는 물론 타 시도에도 많이 있다.

더군다나, 민원해소 차원에서 선호학교에는 배정 인원을 늘리고 비선호학교에는 배정 인원을 줄이기를 반복한 결과, 동일 학군 내 동등 여건의 학교 중에 6학급 이하 학교가 있는가 하면 30학급 이상의 학교가 존재하고, 소규모 학교일수록 학급당 학생이 20명 이하이고, 대규모 학교는 30명 이상인 기현상이 생겼다.

금년 1학기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서의 밀접 접촉 최소화를 위해 등교 인원 조정은 물론, 학교 내에서도 학생 간 거리두기의 실천이 필요하였다. 그동안 선호학교였던 대규모 학교의 경우 거리두기 실천이 어려워 소규모 학교에 비해 등교수업보다는 원격수업에 치중하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위드 코로나’ 시대에 장점이 많은 그동안 비선호한 원거리 학교와 소규모 학교에 대해 생각을 달리할 때가 되었다.

거리보다는 진정 우리 자녀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학교, 원격수업보다 등교 대면수업에 유리한 학교를 기준으로 생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최근 코로나 재확산으로 볼 때, 2학기에는 보다 강력한 거리 두기 실천이 예상되고 많은 전문가의 예상처럼 이제 ‘위드 코로나’에 대비할 시기이다. 이번 학군 조정의 기회를 기존의 대규모 학교는 학급 규모와 학급당 학생정원을 줄이고 소규모 학교는 반대로 늘려서, 동일 학군 내 학교 규모와 학생 인원의 균등화로 학교 간 격차를 줄이는 학군제 도입의 본질로 돌아가는 기회로 삼기를 소망한다.

학군이나 배정과 관련한 또 하나의 핵심은 희망을 최대한 반영하여 배정하다 보니 도리어 극히 일부 학생만이 특정 학교에 배정됨으로써 출신 초등학교별 인원 불균형을 초래하고 그로 인해 교우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A초등학교의 대부분 친구들이 B중학교에 배정되는데 극히 소수의 몇몇 학생만 C중학교에 배정되는 현 배정 시스템 하에서는 C중학교에 배정된 학생들의 불만은 사그러들 수 없다. 학군제 도입 초기와 같이 학군내 중학교에 대해 수용 학급 전체에 대해 균등하게 인원을 배정하는 것이 근본적 문제 해결의 길이다.

다만, 배정에 있어서 희망배정과 근거리배정을 적정한 비율로 조정하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하고, 학군내 원거리 학교에 대해서는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버스 노선 조정 및 배차 확대 등 통학 여건 개선과 특색있는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예산 지원 등 학교 교육력 제고의 기회로 삼는 것도 중요하다.

산골에서 자란 내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면, 새벽 일찍 일어나 소여물을 먹이고 아침을 먹고 책보에 도시락과 교과서를 넣어 어깨에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1시간여 뜀박질을 해 마을 산을 내려가 냇물을 건너 들판을 지나 이웃마을과 산을 두어개 넘어서야 학교에 도착하였다. 그 가운데 이웃 마을 친구들과도 하하호호 웃으며 즐겁게 공부하고 미래를 꿈꿨다.

1학기 내내 격주로 집에서 컴퓨터 화면 속에서나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날 수밖에 없던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님들은 30분 이상이 걸려도 좋으니 제발 등교수업을 전격적으로 실시하기를 희망해 왔는데 최근 코로나 재확산으로 2학기에도 매일 등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성을 확장해 가는 청소년 시기에는 어떻게 하면 생활영역을 넓히고, 활동 무대를 확대하며 보다 여러 명의 친구와 관계를 맺느냐가 중요하다. 실제로 학생들은 같은 학군이 아닌 1시간 이상 멀리 떨어져 있는 타 학군 소재 학교 학생들과도 친분을 쌓고 곧잘 함께 어울려 생활한다. 중학생을 집 가까이 학교에 보내고자 하는 것이 도리어 세계적 인재로 성장할 자녀의 무한한 잠재적 가능성을 막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몇일 전 수족관에서만 기르던 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 고래 본래의 크기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치한 외신 보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족관 내에 존재하는 한, 수족관 이상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음은 불문가지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여, 보다 여러 날 등교하고 많은 친구들과 사귀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같은 학교뿐만 아닌 이웃 학교 학생들, 나아가 세계 각국의 학생들과 다양한 교류를 하면서 인격과 창의성을 키워 글로벌 인재로 성장해가는 2학기를 준비하는 8월 말이 되기를 꿈꿔본다.

그리고 슬기로운 학군 조정안 도출로 학교교육력을 제고하고, 희망배정과 근거리배정의 비율이 잘 조화되어 공부하기 좋고 살기 좋은 대전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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