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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공교육의 방향성과 다가치 사회 추구

이노신 호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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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9.03 14:17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노신 호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이노신 호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공교육은 영어의 퍼블릭 에듀케이션(Public Education)을 번역한 용어이다. 근대적 공교육 제도가 최초로 18~19세기 영국에서 시행되다 보니, 공교육이란 용어를 처음 만든 것도 영어를 사용하는 영국이다. 근대적 공교육의 기본은 일반 대중들에게 문식성, 즉, 문자를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일반 대중들이 문식성을 지니게 된 것은 150~200년 전부터 시작된 공교육 덕분이었으며, 그 이전까지는 미국, 영국, 독일 같은 나라에서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글을 읽거나 쓰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평생 까막눈이어도 살아가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시대가 급격히 변하기 시작하였다. 인류 최초로 영국에서 1차 산업혁명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영국의 대중들은 산업혁명이 가져온 급격한 사회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할 수가 없었다. 산업혁명은 영국 전역의 인구를 완전히 재배치 시켰으며, 그 과정에서 인구가 집중된 산업지역은 대도시로 급성장하였다. 오늘날의 런던, 맨체스터, 리버풀, 플리머스가 1차 산업혁명 당시 산업화와 인구집중을 통해 급성장했던 도시들이다. 그 대신 대영제국의 수도 런던을 비롯한 대도시의 뒷골목에는 산업혁명 사회에 부적응한 낙오자들과 범죄자들이 넘쳐나게 되었다. 심지어 그런 도시들의 일부 지역에선 범죄단체의 막강한 힘 때문에 공권력조차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였다.

이렇게 1차 산업혁명으로 급격히 산업화된 런던의 뒷골목 실상을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는 그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나 “비참한 집” 등에서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의 소설에서 “트위스트”는 “교수형 당하다”라는 뜻의 1차 산업혁명시대 널리 쓰이던 은어였다. 이것은 교수형을 당한 범죄자의 시체가 형 줄에 매달린 채 바람에 흔들려 빙글빙글 도는 것을 묘사한 것이었다. 당시 교수형은 시청이나 관공서 앞에서 야외 공개처형으로 집행되었으며, 시체는 며칠 동안 형 줄에 매달린 채 대중에게 전시되었다. 따라서 바람이 불면 사형수의 시체가 빙글빙글 돌아 꽈배기를 틀다가 다시 풀어지는 것을 반복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교수형에 처해진 사람들은 대다수가 급격한 산업혁명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범죄자가 된 사람들이었다. 또한 특별한 해결책이 없는 방치 상태에서 점점 더 많은 범죄자가 양산되며 암처럼 퍼져나가 사회의 골칫덩어리가 되었다.

이러한 1차 산업혁명이 가져다 준 어두운 모습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영국정부가 실시한 제도가 바로 공교육이었다. 일반 대중들이 글을 읽고 쓸 수 있도록 하여 필요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일정한 수준의 교양교육과 더불어 일정한 수준의 기술교육을 실시하여 산업사회의 변화에 적응할 능력을 키워주었다. 즉 공교육과정은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는 다수의 평범하고 교양 있는 시민 육성을 우선적 목표로 하고 있었다.

영국의 공교육 제도는 성공적으로 정착하였으며, 이것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21세기 현재까지도 원래의 모습에서 큰 변화 없이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유치원,초등6,중등3,고등3, 대학4년 공교육 제도는 영국에서 유래하여 우리나라에 정착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공교육에도 태생적인 문제가 있었다. 가장 큰 것은 획일적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공교육의 획일성은 학습자들에게 가치의 방향성 및 사고방식에서조차 획일성을 심어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교육과정에서 학습자간에 치열한 경쟁을 유발시키고, 그 속에서 다수의 학습자는 그 경쟁에서 뒤쳐져 패배자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받는 스트레스는 학습자 본인뿐만 아니라, 학습자의 가족들 및 더 나아가서 그러한 치열한 경쟁 환경을 조성한 사회가 짊어질 수밖에 없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여러 부작용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러한 부작용은 계속 악순환 되면서 인구감소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학창시절 교육과정에서부터 그토록 치열한 경쟁을 경험해온 가임기의 남녀가 편안한 마음으로 임신을 하고 출산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 될 앞으로의 20년은 그동안 인류가 겪어온 변화보다 훨씬 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차 산업혁명이 소산인 공교육 제도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다양한 가치를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자신이 선택한 가치를 존중받으며, 이를 바탕으로 직업을 포함하여 자신의 미래를 소중하게 설계할 수 있는, 획일적이 아닌 다양한 종류의 다 가치사회를 실현시키는 것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교육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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